[반도] 부산행 4년 후라고?

속편 같지 않은 속편

by 트래볼러
도둑아~ 도둑아~ 내 맘 뺏아간 도둑아~♬
(극 중 나이트클럽 차량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노래 : 강소리 '사랑도둑' (작사 : 임휘 / 작곡 : 마경식)


4년을 도둑맞았다. 극 초반 정석(강동원)이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대한민국을 떠나기 위해 배를 타러 가고, 그 배안에서 감염자가 나와 가족을 잃게 되는 장면과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도하는 미국 뉴스쇼 장면으로 부산행 이후의 4년을 대신했다. '부산행 4년 후'라고 자청하는 영화이거늘 부산행과는 크게 연속성을 느껴지지는 않았다. 부산행과 반도 사이, 대한민국이 국가기능을 상실할 때까지의 4년을 그린 중간 시리즈가 있었다면 조금 괜찮았으려나?

사실 부산행 4년 후라는 말에 기대가 컸다. 워낙에 잘 나갔던 부산행이었으니까. 하지만 시작부터 전작과의 연속성에 공감이 조금 떨어지니 기대감 역시 조금 떨어졌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 이후부터 부산행 속편이 아닌, 한 편의 새로운 영화로서 감상했다.


좀비로 인해 국가기능이 상실된 폐허의 대한민국(부산)




좀비는 영화에서 이제는 꽤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 중 하나다. 영화에 따라 좀비를 코믹하게 다루기도 하고(웜 바디스 | Warm Bodies, 2013), 가장 일반적인 공포대상(월드워 Z | World War Z, 2013, 부산행 | TRAIN TO BUSAN, 2016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반도에서의 좀비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빛과 소리에 민감한 좀비의 단순함을 이용해 반짝반짝 조명에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을 쫓는 모습이나 극 중 민정(이정현)의 딸(이예원)이 휘황찬란하게 꾸민 RC카로 유인하는 장면들로 유머러스함을 시도한 것 같지만 큰 웃음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극 중 상황보다 갑툭튀한 나이트클럽 차에서 흘러나온던 정겨운 트로트에 빵! 터졌다는ㅋㅋㅋ, 도둑이 들어간 가사가 트럭을 훔치려는 극 중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무섭지도 않았다. 이제는 좀비가 제법 익숙할 관객들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좀비의 모습과 행동들은 크게 공포로 다가오지 못했다. 도리어 지금까지 봐온 좀비 영화 중 가장 나약한 좀비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아무래도 좀비 소굴에서 4년을 살아온 사람들 이어서인지 좀비보다 인간이 더 강해 보였다.

좀비들을 유인하기 위해 사용된 RC카(좌) | 인간을 향해 달려드는 좀비(우)
유리벽 안에 갇힌 수많은 좀비들


유머도 공포도 빈약한 반도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화려한 액션이다. 그중 자동차 추격신은 속도감이 잘 느껴져 긴박감이 있으면서도 시원시원하다. 그럼에도 액션 역시 아쉬움은 있다. 액션이 거의 자동차 vs 좀비의 구도라는 것. 폭주하는 자동차들에 좀비들이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진다. 물론 스토리상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이 좀비들이 아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비가 소재인 영화치고 좀비를 너무 괄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숨 막히는 자동차 추격신이 끝나고 나니 왠지 모를 싱거움만이 남았다.

하이라이트인 자동차 액션
총 몇 방으로 비교적 쉽게 좀비들을 제압했다




반도는 전작 부산행과 세계관만을 공유한, 95% 독립적인 영화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전작이라 칭하는 부산행에 재난, 액션, 공포, 스릴러(등장인물들 간의 심리전)가 있었던 반면, 반도에서는 그중 액션만 살아있었다.(부산행의 부성애를 대신해 모성애가 있기는 했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비록 그 액션에도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킬링타임용로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단, 부산행 속편이라는 기대감은 버리는 것이 필수!



사진 출처 : 다음 영화(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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