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갑자기, 선택은 스스로
뮤지컬 영화답게 전 출연진이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114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엔딩 크레디트가 내려간다...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바로 든 생각은 '참 행복한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참 행복했다. 그리스 코르푸 섬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행복했고, 예쁘고 멋진 배우들, 음악과 춤이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행복을 느꼈던 이유는 주인공 도나(젊은 도나-릴리 제임스, 도나-메릴 스트립) 때문이다.
도나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원했던 도나는 학교 졸업 후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러면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특히 남자들^^*)과 마주치며 세상을, 인생을 그리고 사랑을 배워나갔다. 도나에게 있어 그 모든 여정과 모든 만남은 행복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행복을 지켜보는 우리들 역시 행복해졌다.
도나는 세상을 떠돌다 그리스 코르푸 섬의 매력에 푹 빠져 그곳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라이브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밴드 공연을 보게 되면서 자신의 가장 최측근이자 학창 시절 단짝인 로지(줄리 월터스, 젊은 로지-알렉사 데이비스), 타냐(크리스틴 바란스키, 젊은 타냐-제시카 키넌 원)와 함께 이곳에서 공연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에 이 집의 사장이자 방금 공연을 마친 뮤지션인 남자에게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공연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남자는 바로 오디션 겸 한곡 불러 볼 것을 청한다. 도나는 너무 갑자 기라며 난감해하는데, 그런 그녀에게 건네는 남자의 한마디,
이 섬에서는 모든 게 갑자기 이루어져요.
그게 행복의 비결이죠.
순간, '갑자기'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툭! 쳤다. 계획되지 않은 일들, 때로는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이런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그러면서 기쁨을 느끼고, 그러면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가? 남자의 말처럼 '갑자기'가 행복의 비결임이 깊이 와 닿았다.
결국, 도나는 오디션에 합격해 친구들을 불러 공연을 하게 된다. 이 역시 갑자기 벌어진 일들.
결과는 에브리원 해피^^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미녀 삼총사, 도나와 아이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도나도 함께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떠나기 전날, 도나는 혼자 코르푸 섬에 남기로 한다. '갑자기' 찾아온 뜻밖의 선물 때문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찾아온 너무나도 큰 선물인지라 과연 이 선물을 혼자서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고 겁도 났지만 도나는 용기 있게 부딪혀보는 길을 택한다. 그렇게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또다시 혼자가 된(아니, 이제는 혼자여도 둘 인) 도나는 때로는 외롭기도, 힘들기도 하지만 훗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선물을 생각하며 홀로 긴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선물, 딸 소피를 자신의 품에 안게 된다.
현재의 로지와 타냐가 소피의 탄생 비화를 소피에게 들려주며 이야기한다.
도나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뭐든지 스스로 선택했던 강한 사람이었다고,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역시나 세월은 무시 못하는 것인가? 영화 내내 철없는 매력 할머니인 줄로만 알았던 로지와 타냐에게서 베테랑 인생 여행자의 향기가 풍겼다. 두 어르신들의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든지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스스로 한 선택을 통해서 고난이나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면서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해가고, 그 성장의 기쁨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생 최대의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도나의 삶에서 그 답을 찾았다. 우리가 인생을 아무리 치밀하고 꼼꼼하게 대비한들 얼마나 많을 것들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겠는가? 다들 살아보셔서 아시겠지만 뜻대로 되는 일들은 거의 없다. 그런 게 인생이라면 어차피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을 일들을 준비하려 애쓰느라 현재의 행복한 순간들을 놓치느니 차라리 최대한 가까운, 지금의 행복을 찾아보며 사는 것은 어떨까? 젊은 시절 도나가 그랬듯이.
(물론, 그로 인한 뒷감당은 본인 몫^^;;)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