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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Nov 26. 2020

직장 동료들과 반차 쓰고 떠난 1박 2일 캠핑

이런 회식 어때요?

지금까지 이런 회식은 없었다.
이것은 회식인가? 캠핑인가?


몇 달 전, 팀 내 파트원끼리 가졌던 파트 회식 자리에서 파트장님이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


"혹시 다음번 회식으로 우리끼리 캠핑 한 번 가볼래?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회식하기도 쉽지 않으니까 캠핑으로 하는 언택트 회식, 어때?"

...

"저는 좋습니다!", "네, 좋아요.", "저도 좋아요!"


대답하는데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곤란하거나 불편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너무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이라 잠시 렉이 걸렸던 것일 뿐.^^;;

파트장님은 평소 가족들과 캠핑을 자주 다니셨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캠핑을 해본 적이 없는 캠린이었다. 흔쾌히 동의는 했지만 살짝 걱정이 됐다. 캠핑 가면 직접 집 짓고 밥도 해 먹어야 하는데, 과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캠린이 삼총사가 베테랑 캠핑러인 파트장님을 잘 보좌할 수 있을까? 괜히 우리가 파트장님만 고생시키는 건 아닐지. 그런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셨는지 파트장님은 되려 본인이 더 걱정이라며 우리의 불안을 덜어주셨다.


"나도 걱정돼~ 뚝딱뚝딱 잘해야 되는데 어설픈 모습 보이면서 괜히 너네한테 짜증만 낼까 봐.ㅋㅋㅋ"

"ㅋㅋㅋ저희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서로의 걱정은 서로 조금씩 보듬어 주기로 약속(?)하고 함께 캠핑을 해보기로 했다.

금, 토 1박 2일. 다 같이 금요일 오후 반차를 쓰고 강원도 영월로 떠났다.




#뚝딱뚝딱 집짓기


캠핑장에 도착해 자리를 배정받았다. 앞쪽으로 회봉산 기암절벽과 주천강이 흐르는 (내가 생각했을 때) 명당이었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집 짓는 시간. 먼저 기초가 되는 바닥을 깔고 그위에 텐트 본체를 얹었다. 본체를 팽팽하게 펴는 사이 나머지는 본체에 넣을 폴을 조립했다. 길이 별로 조립된 폴을 각 위치에 맞게 본체에 넣어 동시에 들어 올렸다. 집 완성!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타프도 쳐야 하고, 해먹도 설치해야 했다. 파트장님의 지휘 아래 다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타프와 해먹도 순식간에 완성! 이제 정말 끝! 다행스럽게도 파트장님의 어설픈 모습과 우리들의 어리버리한 모습, 그로 인한 파트장님의 분노, 애초에 걱정했던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짝짝짝짝)"와~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다 다들!"


우리 집을 소개합니다~
잠 잘 곳, 안에서 3명 밖 야전침대에서 1명
식기건조대와 각종 식기류가 있는 주방겸 홈바


#먹고 또 먹고, 마지막은 불멍


집 짓기를 마치고 바로 저녁을 시작했다. 우선 밥이 되는 동안 가볍게 소시지와 맥주로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 밥이 완성되어 갈 때쯤 등갈비를 구웠다. 곧이어 완성된 밥과 김치가 거들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조합이지만 캠핑장에서 장작불로 구워 먹으니 인생 등갈비였다. 후식으로는 군고구마와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다시 삼겹살로 2차 고기 먹방 시작. 2차 디저트로는 귤을 구워 먹었다.(귤을 구워 먹으면 귤껍질을 우려낸 귤차를 먹는 것 같아 별미다.) 불을 피우기 시작한 오후 5시경부터 밤 12시까지 내내 화로 옆에만 있었다. 먹고 또 먹고. 더 이상 먹을 것도, 먹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먹방은 끝이 났다. 화로도 이제는 퇴근할 때가 되었겠구나 싶었는데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바로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불멍! 먹다 지친 4명의 성인 남자는 영혼까지 탈탈 털린 멍한 표정으로 불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희한한 건 너무 편안했다. 몸도 마음도. 이런 게 힐링인가? 이래서 캠핑 하면 불멍 불멍 하나보다.


저녁 식사를 위해 불 피우기 시작!
먹방의 시작
맥주 마시며 소시지 굽는 중
먹다가 날이 저물었다
날이 저물고 조명을 켜니 한껏 더 운치가 있었다
등갈비 뽀개고 군고구마 대기 중
고구마 투척!
마시멜로는 AOO과자와 함께 먹으면 JMT!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차 먹방, 먹방계 만인의 연인 삼겹살


후... 더 이상 못 먹어... 이제는 불멍 타임!
빠져든다...


#지구에서 화성이 보인다!?


재밌는 어플을 알게 됐다. 어플을 켜고 하늘을 가리키면 하늘을 스캔해 별자리를 알려주는 별자리 어플이 있었다. 평소 오리온과 북두칠성 정도만 볼 줄 알았는데 어플을 통해서 보니 별의별 별자리가 다 보였다.


"어?! 저거 화성이에요! 유난히 빛나면서 붉게 보이는 거!"

"진짜?! 지구에서 화성이 보인다고?!"


정말 눈으로도 봐도 확연히 빛나면서 붉은빛이 도는 별이 하나가 있었다. 어플이 잘못 인식한 게 아니라면 정말 화성임에 틀림이 없었다. 지구에서 화성을 두 눈만으로도 볼 수 있다니! 이 광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와 삼각대를 꺼냈다. 화성은 물론 모든 별들, 그리고 달까지. 온 우주를 담았다.

화성은 어디 있을까요~?
유니버스(Universe, 우주)
보름달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밝았던 달


#생애 첫 물고기 손질


아침이 밝았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파트장님과 함께 강가로 내려갔다. 전날 담가둔 어포기(*물고기 잡는 플라스틱 통발)를 확인했다.


"오~ 6마리나 있는데요!?"

"오~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네! 야~ 크기도 제법 크다! 이 정도면 꽤 큰 거야!"


프로 캠핑러가 놀랄 정도면 분명 월척이었다.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놈들을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캠린이 3명은 보나 마나 무경험일 줄 알았으나 믿었던 프로 캠핑러 파트장님 마저 생선만은 본인 전공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렇다고 그냥 방생을 하기에는 또 아까웠다. 이 정도 사이즈가 평소 쉽게 잡히지는 않는다고 하니. 그것도 6마리나. 고민 끝에 난 슬쩍 손을 들었다.


"장갑 끼고 제가 한번 해볼게요! 너튜브 보면서 해보지요 뭐.ㅎㅎㅎ"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자진 출두한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었다. 화이팅!!!

작업을 시작하기 전, 먼저 너튜브를 봤다. 보기로는 간단했다. 배를 갈라서 안에 내장을 빼낸 후 비늘을 벗기면 끝! 그런데 우리가 잡은 물고기는 비늘이 없었다.(참고로 비늘이 없는 물고기일수록 비싼 놈이란다.) 즉, 내장만 빼내면 된다는 뜻. 어포기에서 한놈을 꺼내 도마에 올렸다. 파닥! 파닥! 제법 힘이 좋았다. 한 손으로 못 움직이게 고정시키고 칼로 배를 찔렀다. 퍽!


"으..."


진정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건 물고기일 텐데 되려 내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힘이 드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물고기의 미끈한 촉감과 배를 찌르고 내장을 빼낼 때의 느낌이 손에 장갑을 꼈음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두어 마리 하고 나니 그래도 적응이 됐다. 나름 제법 능숙해졌다. 찌르고, 긁어서, 빼내고, 휙~! 어느새 6마리 모두 손질을 마쳤다. 이제 라면 속으로 풍덩! 태어나 처음 내가 손질한 물고기를 넣고 끓인 라면을 먹었다. 호로록! 짭짭! 캬~~~


밤사이에 잡힌 물고기 6마리
일찍 일어나는 새가 빛을 잡는다! 캠핑장 앞 주천강의 아침




< CAMPING NOTE >


리버힐즈오토캠핑장 (구:푸른농원)

[주소]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 도원운학로 1043

[이용요금] 성수기 40,000원 / 비수기 35,000원

[문의] 033 374 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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