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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Apr 26. 2021

갈매기와 낙조가 다한 영흥도 캠핑

인천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 1박 2일 캠핑

직장 동료들과 함께한 두 번째 캠핑. 첫 번째 캠핑 때와 마찬가지로 다 같이 금요일 오후 반차를 썼다. 다들 점심 식사를 갈 무렵, 우리 세 명의 미생들은 노트북을 끄고 신성한 퇴근 준비를 마쳤다.


"팀장님! 저희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업무에 대한 모든 근심과 걱정은 개나 줘버리고 회사 탈출!(무야호~!!!) 남들보다 반나절 빠른 주말을 시작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지난번에는 동쪽으로 갔으니 이번에는 서쪽이다. 경기도 시흥의 서남쪽 끝의 섬 아닌 섬 오이도를 지나 대부도, 대부도에서도 다리 하나를 건너 더 들어가면 나오는 섬의 섬, 인천 영흥도의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떠났다.


#갈매기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지 마세요.ㅠㅜ


숯불에 구운 쥐포 한 장에 맥주 일 캔으로 위장 예열을 마친 후 본격적인 쳐묵기에 돌입했다. 시작은 등갈비로. 숯불 위 등갈비가 서서히 익어가며 냄새를 풍기자 하늘을 배회하던  갈매기 한 놈이 우리 주변으로 내려와 얼쩡거리기 시작했다. 갈매기는 새우깡을 먹어야지 무슨 고기냐 싶어 우리는 갈매기는 개무시, 아니 갈매기무시하고 게걸스럽게 등갈비를 뜯었다. 그런데 등갈비에 집중하느라 녀석을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어느새 바로 옆에까지 와 있었다. 아니 이노무 갈매기 새끼들은 사람이 무섭지도 않나?(아마 캠핑장에 사람이 하도 와서 내성이 생긴 듯했다. 도시의 비둘기처럼) 난 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녀석을 쫓아냈다.


"훠이~ 훠이~ 가!"


쫓아내면 또 얼쩡거리고, 쫓아내면 또 얼쩡거리고,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하... 그래, 우리가 졌다. 옛다! 이거 하나 먹고 떨어져랏! 난 살짝 타서 못 먹는 살코기를 떼어 녀석 근처로 던졌다. 그러자 후다닥 달려가 고기를 낚아챘다.(갈매기 발이 이렇게 빠른 줄 처음 알았다.) 하나 줬으니 이젠 안 오겠지 싶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기다리면 준다는 잘못된 인식만 더 심어준 것 같았다. 갈매기 녀석이 계속 신경 쓰여 등갈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심 한 번 후하게 쓰기로 했다. 내가 먹기도 아까울 만큼 살코기가 제법 많이 붙은(심지어 타지도 않은) 등갈비 하나를 뼈째 던져주었다. 등갈비가 내 손끝을 떠나 땅에 툭! 떨어질 때까지는 몰랐다. 이게 정말 큰 실수이자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짓(?)이었다는 걸.

녀석은 이번에도 미친듯한 집착을 보이며 등갈비를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뾰족한 부리로 야금야금 뼈에 붙은 살코기들을 쪼아 먹을 줄 알았는데 뼈를 통째로 물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어우~ 욕심도 크셔라 뼈째로 다 삼키시려고? 어디 먹을 수 있으면 먹어봐~ 하고 있는데 입에 물고 있던 뼈가 점점 안으로 더 들어가는 것 같았다.


"헐... 설마... 야! 안돼애애애~~~"


뼈를 빼앗아야 될 것 같아 급하게 녀석에게 달려갔는데 녀석은 자기 먹이를 뺏으려 한다는 걸 귀신같이 눈치채고서는 줄행랑을 쳤다.(너무 빨라 잡을 수가 없었다ㅠㅜ) 곧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도망치는 와중에 뼈를 통째로 꿀꺽한 것이다. 뼈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광경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어떻게 저걸 통째로 넣는지 신기하면서도, 엽기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걱정이 됐다. 설마 잘못되는 건 아닌지... 한동안 녀석을 더 집중 관찰했다. 등갈비가 타는 것도 모르고 녀석만 바라봤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이 되어 버렸다. 일단은 잘 걷고, 여전히 잘 뛰어다녔다. 남은 건 이제 비행 가능 여부. 혹시 너무 무거워서 혹은 건강의 문제가 생겨 못나는 건 아닐까? 날다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나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는데, 녀석이 날았다.


"아... 일단은 다행이네요."

"그러게. 생명에는 지장 없어 보인다."


우리는 그제야 안심했다. 그 이후로는 갈매기가 다시 다가오지 않았다. 비록 과정은 우리 생각과 많이 달랐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갈매기 떼어내기는 성공! 이것으로 이제 갈매기와의 싸움은 끝난 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화장실에서 나온 내가 빈집 털이를 하고 있는 갈매기 도적단을 발견했다. 우리한테 고기를 받아먹는 녀석이 우리 집이 맛집이라고 소문을 냈는지 한 무리의 갈매기 떼가 화로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들이 어지러져 있었기에)아까 같은 상황이 발생할까 봐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야아아아~~~"    


완전범죄를 꿈꾸었을 갈매기 도적단은 소리에 놀라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며 퇴각했다. 덕분에 우리 집도 갈매기들도 무사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정말이지 또 큰 일 날 뻔했다. 틈만 나면 자꾸만 찾아오는 갈매기들이 원망스럽고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누굴 탓하랴, 먹이를 준 우리가 잘못이지.(반성합니다.ㅠㅜ) 왜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를 함부로 줘서는 안 된다는 건지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다. 이제 다시는 어디에서든 어떤 동물에게든 함부로 먹을 걸 나누어 주지 않으리라.



#이게 불낙이야?!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자 캠핑장 주변을 활개 치던 갈매기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캠핑장 데크(deck) 난간에 모여 앉았다. 갈매기들도 이만 퇴근 준비를 하는 듯했다. 갈매기라면 이제 지겨웠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얌전한 모습에 슬금슬금 다가가 카메라에 담았다. 낮에는 조금만 다가가도 소스라치게 도망가더니만 카메라에 찍히는 걸 아는 건지 이번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하... 영악한 것들!ㅡㅡ^) 갈매기들에게 무료로 개인 프로필 촬영을 해주고 있는 사이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갈매기 무료 사진관은 이제 그만 영업을 종료하고 낙조 사냥에 나섰다. 오렌지 빛 하늘이 서서히 주황빛으로 물들며 이글이글 불타 올랐다. 이것이 서해의 불낙(불타는 낙조)인가!? 역시 불낙은 서해가 최고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자 주황빛에 보랏빛이 더해졌다. 하루 중 딱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모름지기 불멍이라지만 이제 보니 낙멍도 꽤 괜찮은 것 같았다. 카메라는 잠시 내려두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하늘에 주황빛과 보랏빛이 완전히 사라져 어둠이 내릴 때까지.




우리의 베이스캠프
물 빠진 장경리 해수욕장에서는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서해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장경리 해수욕장 야영장의 아이들을 위한 포토존
서서히 시작되는 일몰과 갈매기들
새우깡에 노을 한잔 중인 갬성 갈매기
갈매기 프로필 촬영받습니다~
서서히 넘어가는 태양
보랏빛이 더해진 하늘
낙멍도 괜찮지만 그래도 불멍을 빼놓을 수 없지요.^^V 이번엔 불멍 가루란 것을 써보았습니다. 오로라에 비하면 당연히 쨉도 안 되겠지만 대충 흉내는 낼 수 있는 것 같네요.^^;;




< CAMPING NOTE >


영흥도(靈興島)
영흥도는 섬 아닌 섬이다. 총길이 12.25km의 영흥대교를 자동차로 넘는 순간부터 영흥도 여행은 시작된다. 영흥도와 선재도 두 섬 사이 은빛바다에는 마치 조물주가 공기놀이하다 던져 놓은 것처럼 올망졸망한 섬들이 흩어져 있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영흥도를 꽤나 먼 섬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이웃 동네 섬이 되었다. 영흥도는 고려말에 나라가 망할 것을 예측하고 가솔들을 거느리고 고생 끝에 이곳에 들어와 목숨을 보전했다는 악령군 왕가의 군호인 "靈(영)"자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다시 흥했다는 "興(흥)"자를 붙여 "靈興"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화방조제를 지나 선재대교와 영흥대교를 건너 고깃배들의 정취를 바라보면서 드라이브를 만끽할 수 있다.


장경리 해수욕장 야영장

[주소]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로 757번 길 6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 장경리 해수욕장)

[이용요금] 성수기/비수기 40,000원
 - 전기, 샤워장, 주차지 포함(단, 성수기에는 주차비 별도)
*상세요금 아래 홈페이지 참조

[문의] 032 880 0450 / 010 5596 9213


참조 : 옹진관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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