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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소렌토로, 제발!

이탈리아 전국일주 - Episode Ⅲ

by 트래볼러

폼페이에서 소렌토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다. 폼페이 스카비–빌라 데이 미스테리(Pompei Scavi-Villa Dei Misteri) 역에서 소렌토(Sorrento) 역까지는 약 30분. 내내 한국 사람끼리만 몰려다니다가 현지 사람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니 이동이 지루하지 않았다. 창문 밖 풍경과 기차 안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가니 30분이 3분으로 순삭 됐다.

소렌토에서는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메인 광장인 타소 광장(Piazza Tasso)에서 간단하게 소렌토 소개를 끝내고 각자 흩어져 자유롭게 구경 할 시간이 주어졌다.


“꼭 시간 안에 오셔야 합니다. 다음 일정이 카프리섬(isola di Capri)이거든요. 배 시간 놓치면 못 갑니다.”

“네에~~~”


모처럼 생긴 자유 시간에 들뜬 사람들은 가이드님의 신신당부가 끝나기 무섭게 유유히 하나둘씩 사라졌다. 나도 이에 뒤질세라 바쁘게 두 다리를 움직였다. 패키지여행에서 자유시간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어디를 가야 하나 찾아보고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보기로 했다. 걷다 보니 시장이었다. 휴양지라 그런지 대부분이 관광객들 같았다. 특히 얼마나 한국 사람이 많이 왔으면 지나가는 가게마다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며 구경하고 가라고 유혹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말로 한국식 호객행위를 당하게 되다니, 새삼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위엄이 느껴졌다.

가게 밖까지 퍼지는 상큼한 향에 이끌려 한 가게에 들어갔다. 온통 노란 세상. 레몬 가게였다. 레몬만 파는 것이 아니라 리몬첼로(Limoncello) 라는 이탈리아 레몬 술도 팔고 있었다. 애주가로서 술이라 하니 시음을 안 해 볼 수 없었고, 맛을 알아버렸으니 안 살 수가 없었다. 내 사전에 ‘패키지여행에서 기념품은 없다.‘였는데(앞으로 옵션으로 들어갈 예정인 비용이 많아서;;;) 결국 리몬첼로 일병을 품에 넣고야 말았다.

소렌토 타소 광장(Piazza Tasso)
소렌토의 어느 골목시장

술에 빠져있는 사이 어느덧 집합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타소 광장으로 돌아왔다. 흩어진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두 팀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가이드님은 발을 동동 구르며 끊임없이 주변을 스캔했다. 가이드님의 불안한 모습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는지 정적이 흘렀다. 그때,


“비데 오 마레 관떼 벨로(Vide 'o mare quant'e bello)~~~♪ 스삐라 딴뚜 센띠멘또(Spira tantu sentimento)~~~♬”


가이드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꽤나 아니, 완전 수준급이었다. 뜻밖의 노래 실력에 놀란 나머지 눈은 동그랗게, 입은 쩍! 벌린 채 노래를 감상했다. 돈 주고도 못 보는 타소 광장 한복판에서의 버스킹이었다.


(물개박수) 짝짝짝

“우와~ 우리 가이드님 완전 가수셨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성악 전공이라... (부끄부끄)”

“어쩐지~ 저희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귀 호강했네요.^^”

“근데 다들 무슨 노랜지는 알고 들으신 거지요? 그러시겠죠? 다들 교양 있으신 분들이니까.”


농담인지 찐 디스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사람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찰나 백발의 노신사께서 손을 들고 말씀하셨다.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

“크으~ 역시 우리 팀 교양이 철철 넘치십니다. 하하하~”


애써 호탕하게 웃으셨지만 지금 가이드님의 심정을 대변한 노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체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 건지들, 돌아와라! 소렌토로! 제발!’이라고 말이다. 가이드님의 노래가 통한 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논란의 두 팀이 나타났다.


“아유~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중간에 길을 잃어서... (모두에게)죄송합니다~ㅠㅜ 죄송합니다~ㅠㅜ”

“어휴... 그래도 아무 일 없으셔서 다행이네요. 자, 우리 이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얼른 저 따라오세요~”


패키지여행도 여행은 여행인지라 변수는 존재했다.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넘기고, 이제 이탈리아 남부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카프리섬(isola di Capri)으로 출발했다.

소렌토 선착장(Port of Sorr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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