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버리기
두근두근, 탈고 후 피드백이 왔다.
고생하셨어요! 완벽합니다!
이런 무한 칭찬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잘 받았다,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는 무탈한 내용이기를 바랐다. 근데 이게 웬걸?! 손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일일이 설명하기를 좋아해(글에 있어서는 TMT-Too Much Talker다.^^;;) 사진에 달아놓은 캡션은 본문과 중복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삭제해야 했고, 대화체를 구분하기 위해 적용한 볼드체도 어차피 따옴표가 있어 굳이 필요가 없었다. 문단 줄 바꿈도 너무 자주 나온단다. 자칫 글이 짧아 보일 수 있다고;;; 게다가 이모티콘도 지나치게 많았다.(책이 무슨 블로그냐!?) 주로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물론 브런치라고 가볍게 쓴 것은 아니었지만) 생생한 감정 전달이나 재미적인 요소를 위해 곳곳에 이모티콘을 즐겨 쓰곤 했는데 책에는 좀 더 진지함이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와 중에도 난 이모티콘을 남발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원고에 대한 피드백. 모두 수긍했다. 출판사 대표님의 피드백대로 고치면 될 일이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을 너무너무너무 많이 보낸 것. 보통 1권의 여행책에 150장 내외의 사진이 들어가곤 한다는데 내가 보낸 사진 개수는 무려... 480장! 이게 내 나름 추리고 추린 결과였다. 한 장 한 장이 내게는 다 소중한 추억이기에 정말 구도가 꽝이거나 핀이 나간(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아니고서야 내 눈에는 다 예뻐 보였다. 물론 그중에서도 특히 더 잘 나왔다 싶고 본문과 관련 있는 사진들을 보낸 것인데, 내 욕심이 지나쳤다. 480장을 모두 넣었다가는 수학의 정석만큼이나 두꺼운 여행 에세이가 탄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단순히 두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출판사 대표님의 눈에는 몇몇 사진은 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같은 사진들도 많단다. 이상하다... 내가 보기엔 분명 디테일이 다른데.^^;;
피드백 사항을 모두 확인 후 곧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볼드체는 모두 일반 서체로 바꾸고,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며 굳이 이모티콘 없이도 의미 전달이 잘 되는 문장의 이모티콘을 삭제했다.(웬만한 이모티콘은 거의 다 지웠다.) 문단 줄 바꿈도 최대한 줄였다.(하고 보니 정말 의미 없는 줄 바꿈이 많았다.) 그러는 와중에 또 어색한 문장이나 단어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니 결국 2차 탈고 작업이 돼버렸다. 하... 예술에는 끝이 없다더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나마 원고 작업은 괜찮았다. 역시 사진 버리기가 문제였다. 이상형 월드컵을 하듯 사진을 두 개씩 띄워놓고 비교해가며 하나를 떨어뜨리려 해 보았지만 두 개를 띄어놓고는 몇 분을 멍~하니 바라보기 일쑤였다. 누가 내 대신 사진 좀 걸러줬으면 싶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건 왜 뺐냐며 극대노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엔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뼈와 살을 깎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정을 뗐다. 그렇게 해서 멀리 떠나보낸 사진은 총 277장.(잘 가~ 얘들아ㅠㅜ) 203장의 사진이 살아남았다. 그래도 150장에 비하면 53장이나 많았다. 내게 더는 역부족이었다. 욕심쟁이라 욕을 먹을지언정 내 손으로 더는 내치지 못할 것 같아 죄송하지만 나머지는 출판사 대표님께 토스하기로 하고 이만 메일을 보냈다. 이것으로 2차 탈고 끝! (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