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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Jan 04. 2022

독일마을 없는 남해여행

남해 팸투어 - Episode Ⅰ

생애 첫 남해여행. TV, 책, 각종 SNS 등의 다양한 매체와 주변 지인들을 통해 국내여행지로서 남해에 대한 위상은 익히 들어 대충 알고는 있었다. '남해'하면 단연 '독일마을'. 남해독일마을은 60~70년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마을이다. 그분들께서 당시 벌어들인 외화가 종잣돈이 되어 우리나라가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할 수 있기에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일마을 내 모든 주택들은 독일식으로 지어져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고 파독전시관과 파독 광부·간호사 추모공원도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남해를 대표하는 여행지라 하기에 충분하지만 팸투어 일정표 어디에도 남해독일마을은 없었다.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는 곳이라 그랬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주여행에 한옥마을을 빼놓을 수 없듯 남해여행에 독일마을이 빠지면 쓰나?! 아쉬움으로 시작했던 독일마을의 부재는 이내 황당함과 분노를 거쳐 끝에는 의문에 이르렀다. 남해에서 독일마을 빼면 대체 뭐가 있는데요!? 아쉬움과 분노가 뒤섞인 의문에 대한 답은 팸투어 첫 일정을 마치고 나서야 풀렸다.


서울에서 버스로 약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남해의 한 공원 주차장. 주차장 바로 앞 열두척반상이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12가지 반찬이 상다리 부러질 만큼 나오는 한정식집 같지만 알고 보면 갈낙짬뽕으로 유명한 중화요리집에서의 점심식사로 여행이 시작됐다. 사실 이곳이 첫 번째 도착지이자 점심식사 장소가 된 것은 음식점 때문이 아니었다.(솔직히 개취상 갈낙짬뽕은 대단한 맛집까지는 아니었다.) 음식점이 위치한 이곳이 바로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왜놈들의 총탄에 맞아 순국하신 이순신 장군의 성지이자 역사의 현장, 이순신순국공원이기 때문이다.

갈비와 낙지, 그리고 면과 야채가 뒤엉켜 볼록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밖으로 나가니 한 손에 장검을 들고 빨간 무관옷을 입은 장군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처럼 무슨 이벤트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에게 이순신순국공원을 소개하고 안내해주실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님이었다.(이하 해설사님이라 표기) 짧은 소개와 환영인사를 마치고 엄마 오리를 쫓는 새끼 오리들처럼 졸레졸레 해설사님을 따라갔다.

이순신순국공원에서의 첫 번째 스폿은 이락사(李落祠). 에헴! 무슨 뜻인고 하니, '이'는 이순신의 이 일테고 '락'은 떨어질 락, '사'는 사당 할 때 사. 그렇다면 이순신이 떨어진 사당? 직역하면 그렇고, 즉 이순신 장군께서 순국하신 사당이라는 뜻이다. 너무나 유명한 일화이자 역사, 『전쟁이 한창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고 했던 노량해전을 끝으로 순국하신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내려진 곳으로써 이를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사당과 유적비를 세운 것이다. 자칭 '이순신 애인'이라 하시는 해설사님은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이야기와 함께 개인적이 사심 팍팍! 담아 이순신과 노량해전에 대해 편애 설명을 해주셨다. 그중 가장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이순신 꿈 이야기.(남 꿈 이야기만큼 재밌는 게 또 없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순신 초상화는 본래 이순신의 모습이 아닌데, 진짜 이순신의 모습을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꿈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나게 해 달라 어언 15년 동안 기도를 한 끝에 마침내,


"제가 전쟁터에 갔는데, 키가 아주 크~은 남자가 옆에 서있었는데..."

"자~ 곧 공연 시작한다네요! 이만 이동하시죠!"


에헤이~ 이거 한창 재밌어지려는데 공연이 초를 쳤다. 공연보다 해설사님의 꿈 이야기가 훨씬 더 궁금했지만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만 하는 팸투어이기에 공연을 꼭 봐야만 했다.

공연이 열리는 호국광장 야외무대에 도착했다. 늦을까봐 서두른 탓에 오히려 시간이 좀 남아 막간을 이용해 해설사님과 호국광장을 둘러봤다. 못다 한 꿈 이야기를 마저 해주시려나 기대했지만 각서공원 한편에 전시된 장검에 꽂히신 해설사님은 이순신 장군은 검을 만든 대장장이의 이름을 칼에 새겨 이때부터 이들을 단순 노비가 아닌 예술가로서 인정했다며, 400여 년 전부터 이미 신분이나 모든 걸 뛰어넘어 앞서 나갔던 분이시라며 강한 애정을 표하셨다. 아쉽지만 꿈 뒷이야기는 각자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걸로...


공연을 끝으로 이순신순국공원 투어도 끝이 났다. 이순신 애인님 덕분에 이제 남해하면 독일마을이 아닌 '이순신'을 떠올리게 됐다. 이순신 장군은 광화문에도 있고, 통영에도 있고, 여수에도 있지만 남해의 이순신 장군이 가장 용맹하고 기개가 넘쳤다. 절대! 이순신 애인에게 세뇌당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각 지역에서의 이순신 동상을 비교해 보면 입을 굳게 다문 다른 세 곳의 동상과는 달리 남해의 이순신 동상은 칼을 하늘을 향해 찌르며 '진격!'이라 명령하듯 입을 벌려 역동적인 모습이다. 그런데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곳이기까지 하니 과연 이순신 성지라 칭송받을 자격이 충분하다.(음... 아무래도 세뇌당한 게 분명하다.)


남해에 독일마을 빼면 대체 뭐가 있냐고?!

이순신순국공원이 있다!


(ps. 끝내 독일마을은 가보지 못했다. 숙소가 남해독일마을 근처에 있어 개인적으로 밤 산책이나 아침산책으로 둘러볼까 했지만 밤에는 유자맥주에 취하기 바빴고, 아침에는 지난밤의 유자맥주 헤비 드링킹으로 인한 숙취로 잠자기 바빴다.^^;;)

이락사 입구
이락사 안 유적비가 봉인된 대성운해(大星隕海) -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
호국광장으로 가는 길
이순신 공원 호국광장
각서공원
"여명이 밝아올 무렵 공이 왼쪽 가슴에 총탄을 맞고 전쟁이 한창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


< TRAVEL NOTE >


열두척반상

한정식집의 탈(식당 이름)을 쓴 중화요리 전문점. 대표 메뉴는 갈낙짬뽕(갈비+낙지 들어간 짬뽕). 면이 초록색인 이유는 남해의 자랑인 시금치를 넣어 만들었다. 갈비, 낙지, 전복을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과 야채도 듬뿍, 면도 큼지막하게 한 덩이 들어가 있어 한 그릇이면 충분히 배가 찬다.

[주소] 경남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 104-7 이순신순국공원 내

[영업시간] 화-목 11:30AM-19PM (월요일 휴무)

[메뉴 및 가격] 갈낙짬뽕 12,000원

[문의] 055 863 5920


이순신순국공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왜구의 총탄에 맞아 순국하신 후 유해가 처음 육지에 내려진 곳으로 이순신 장군의 성지이자 역사의 현장.

[주소] 주소 경남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 717

[이용시간]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055 860 3786


참조 : 다음/위키백과, 카카오맵, 남해군 관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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