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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Jan 06. 2022

저는 스릴성애자 입니다

남해 팸투어 - Episode Ⅲ

살면서 스스로 알게 되는 나 자신이 있다. 늘 운동신경이 없다고 날 세뇌시킨 엄마의 말에 난 운동을 못한다 생각했지만 초등학교 6년 내내 반대표로 달리기 선수, 축구 주전 선수, 체력장 1등(몇몇 종목은 전교권이었다는^^V)을 놓치지 않으면서 내가 운동을 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놀이공원에 가면 내가 탈 수 있는 건 낮은 곳에서 빙빙 도는 류의 놀이기구나 범퍼카 정도가 다였다. 놀이공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은 저런 걸 왜 돈 주고 타는지 도저히 이해 못 하는 어린이 중 한 명이었다. 그랬는데 아마도 6학년이었나? 친구를 잘못 사귀어 얼떨결에 악마의 소굴에 발을 딛고 말았다. 빼박캔트가 되어 그렇게 황천길행 열차에 영혼 없는 몸을 싣고 출발! 그런데 이게 웬 걸?! 지구 상에 겜보이 말고 이렇게 재밌는 게 있었다니?! 물론 높은 데서 떨어지는 순간 중력의 법칙을 거슬러 가슴이 철렁! 불쾌하면서도 무서웠지만 열차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때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생애 첫 롤러코스터 체험을 마치고는 이제는 내가 나쁜(?) 친구가 되었다. 당시 새로 생긴 신상 놀이기구로 친구들을 이끌었다. 이름하야 자이로드롭.(높은 곳에서 정점을 찍고 뚝 떨어지는 놀이기구) 처음 타보는 놀이기구에 친구들이 오히려 긴장했고 난 어차피 다 처음인 데다 이제 막 맛이 들린 터라 그저 신이 났다. 자이로드롭은 개인적으로 내 취향이었다. 처음인데 연달아 3번을 탔다. 그때 알았다. 난 높은 곳을 즐긴다는 걸. 알고 보니 스릴 성애자였다. 지금은 놀이공원에 가면 시간이 없어 다 못 타지 겁나서 못 타는 놀이기구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스릴 성애자라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무섭긴 무섭다. 타고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하지만 그 기분이 좋다. 너무 변태 같나?^^;;

놀이기구로 단련된 덕분에 초고층빌딩에 있는 전망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유리로 된 투명 바닥에 대한 공포심이 전혀 없다. 오히려 즐긴다. 일부러 유리 위를 걷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요, 앉거나 누워서 사진 찍는 것도 쌉가능. 그보다 더한 쿵쾅쿵쾅 점프를 하거나 막말로 별 생X랄을 다 해도 난 무섭지가 않다.(물론 이런 짓 해서는 절대! 절대! 안됩니다 어른이 여러분) 아마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무서워하겠지. 아니 근데, 이거 즐기려고 그 높은 곳까지 몇 만 원씩 주고 귀 먹먹해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댈 수 있는 데에는 스릴 성애자인 것도 있지만 요즘의 건축 기술력과 안전시설을 너무 믿는 편인 것도 있다. 월미도나 파주 임진각의 바이킹이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철석같이 믿는다.(오해 금지! 요즘은 둘 다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다! 고 전해 들었다.)


초고층빌딩은 아니지만 남해에도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설리스카이워크.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상 전망대로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스릴은 두 가지, 인도네시아 발리섬 우붓 마을에 있는 발리 스윙의 갬성을 그대로 가져온 하늘 그네와 바닥이 뻥! 뚫린 듯 투명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다. 사실 설리스카이워크를 방문한 건 스릴도 스릴이지만 남해의 노을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누구인가? 자칭 스릴성애자 아닌가? 나의 관심은 매일 보는 노을보다는 하늘 그네와 투명 유리바닥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 그네는 운영시간이 다되어 장사를 접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네는 포기하고 이제 유리바닥으로 관심을 돌렸다. 유리바닥 위를 걸으며, 그리고 바닥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무서워했고, 누군가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ㅠㅜ 나에게는 너무 낮은 수준의 스릴이었으니까. 높이 38m, 우리 집 뒷산보다도 낮았다. 유독 하늘 그네가 아쉬워진 이유다. 그래도 그네는 좀 스릴이 있지 않았을까? 스릴을 즐기기에 설리스카이워크는 내겐 너무 순한 맛이었다. 저 멀리 노을이 지고 있는 잔잔한 남해 바다처럼.

노을 지기 전 도착한 설리스카이워크. 이때까지만 해도 하늘 그네가 운영 중이었다. 아마도 마지막 이용객.
베이커리, 화장실 등이 있는 야외공원
하늘그네와 노을지는 남해바다
스카이워크 유리바닥 반영 촬영
노을 진 후 설리스카이워크를 떠나며. 여전히 그네를 타지 못한 아쉬움이.ㅠㅜ




< TRAVEL NOTE >


설리스카이워크

일명 '하늘 그네'라 불리는 스카이워크 그네는 높이 38m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명물, '발리섬의 그네'를 모티브로 제작되어 하늘과 맞닿고 발아래로는 바다로 풍덩 빠져들 것만 같은 극강의 아찔함을 준다. 야간에는 스카이워크 전체에서 경관조명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송로 303번 길 176
※주차가능

[이용시간] 매일 10:00~21:00 (동계 19PM)
 - 그네 10:00~18:00

[입장료]
 - 스카이워크 2,000원
 - 그네(스카이워크 포함) 6,000원

[문의] 070 4231 1117 / instgram @seolri_skywalk


참조 : 다음/위키백과, 카카오맵, 남해군 관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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