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팸투어 - Episode Ⅳ
술이라면 마시는데 다소 용기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담금주(뱀술 같은) 외에는 가리는 게 없는 자타공인 알코올 러버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주종은 정말 우열을 가리지 어렵지만 그래도 그래도 굳이 하나 꼽으라면 맥주다. 어느 음식에나 다 잘 어울리고 도수도 높지 않아 (내 경우에는) 물처럼 마셔도 잘 취하지 않아 다음 날 숙취 부담도 없고, 무엇보다 역시 시원함과 청량감이 최고. 속이 시원하다 못해 후련해진다. 밤고구마 10개를 한꺼번에 때려 넣은 것처럼 답답한 일이 있을 때나 격렬한 운동 후 갈증 날 때 마시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성수가 맥주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물론 운동 직후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만.^^;;) 뭐 이 정도면 맥주에 대한 내 진심은 얼추 다 어필한 것 같고, 이렇게 좋아라 하는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는, 그것도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독일 맥주를 미친 듯이 마실 수 있는 축제가 있다는 걸 '트래블로그' 유튜브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임팩트가 아주 강렬했다. 맥주 기본 단위가 500이 아닌 1리터라는 것도 신기했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 되어 어깨동무를 하고서는 1 리터 잔에 맥주가 콸콸 넘치듯 흥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는 내적 댄스가 폭발했다. 독일 여행은 못해도 이 축제만은 꼭 죽기 전에 가리라! 그렇게 옥토버페스트는 내 버킷리스트 한 칸을 채웠다.
이후 매년 옥토버페스트 일정을 알아보곤 했다. 하지만 때를 맞추지 못했고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이제는 갈 수 있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이런 젠장! 코로나 X끼!!!) 해외로의 비행이 언제 다시 자유롭게 시작될지 기약할 수 없기에 옥토버페스트는 여전히 버킷리스트의 한 칸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밤하늘의 별처럼 닿을 수 없는 관상용 리스트일 뿐이었다.
남해 팸투어 일정이 잡히고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역시나 독일마을이었다. 자연스레 내 뇌의 알고리즘이 맥주를 데려왔다. 그리고 다시 맥주는 타고 타고 남해독일마을 옥토버페스트를 데려왔다. 남해 독일마을에서도 매년 10월이면 옥토버페스트가 열렸다. 하지만 팸투어는 11월. 올해는 이미 끝났지 싶었다. 아니 그보다 코로나라 축제가 열렸는지도 의문. 아니나 다를까 유명 인플루언서나 블로거들의 올해 리뷰가 없는 걸로 보아 열리지 않은 듯했다. 비록 독일 현지는 아니지만 남해독일마을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에서라도 실컷 독일맥주를 마시면 옥토버페스트 맛보기 정도는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니, 결국 옥토버페스트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가질 수 없었다. 대신 숙소로 가는 길에 독일맥주 털이를 했다. 독일마을 근처 편의점에는 세계맥주 중에서도 단연 독일맥주가 종류도 양도 많았는데, 때마침 숙소가 독일마을을 지나가기에 자차를 타고 가는 선발대가 독일맥주털이를 주동했다. 버스에서 맥주를 꺼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진짜 무슨 요술램프처럼 맥주가 끊임없이 나왔다. 저게 다 독일맥주라니!? 과연 독일마을 편의점다웠다. 독일마을을 위엄을 스치듯 느끼고는 이내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방에 훌러덩 팽개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숙소 내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메뉴는 플래터와 파스타. 모두 맥주를 부르는 메뉴였다. 아니 사실상 나에겐 식사보단 맥주 안주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 당연히 맥주가 빠질 수 없을 터. 생맥을 주문했다. 과연 독일 생맥이 나오려나? 개취상 난 P를 좋아하는데, 아니면 E도 좋고. 어떤 맥주가 나올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드디어 맥주 등장! 아... 마시면 "캬아~스"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우리나라 생맥이었다. 살짝 아쉽지만 독일맥주는 숙소에서 2차로 실컷 마시기로 하고(잔뜩 사 가지고 왔으니.^^) 일단은 배만 채웠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어디선가 쿵쾅쿵쾅 소리가 들렸다.
"지금 콘서트 홀에서 옥토버나이트 유튜브 라이브 중이라는데 다 같이 구경 갈까요?!"
코로나로 열리지 못한 남해독일맥주축제를 대신해 '다이브 남해'라는 이름의 독일마을 국제이벤트가 비대면으로 열리고 있었던 것. 행사 둘째 날인 오늘, 특히 우리가 저녁을 먹고 있던 그 시간은 남해독일마을 맥주축제의 비대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옥토버나이트 행사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특별히 우리 팸투어가 관람할 수 있게 남해군에서 이미 다 작업(?)을 해두셨단다.(야호~!) 스페셜 게스트로 노라조가 왔단다.(식당에서도 들렸던 높은 텐션의 정체였다.)
한창 절정에 다다른 공연과 촬영에 방해가 될까 싶어 도둑 걸음으로 들어가 대충 자리를 잡고 축제를 즐겼다. 요즘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대 뒤 대형 스크린 속에 온라인 참여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각자의 집에서 맥주와 함께 공연을 관람 중이었다. 아... 저 사람들이 지금 여기 한자리에 같이 모여있었다면 얼마나 더 신났을까? 물론 손에 있는 맥주도 같이. 새삼 아쉬움이 또 밀려왔다.(이런 휘바! 코로나 X끼!!!) 이번에는 이렇게 옥토버페스트 맛보기, 아니 간 보기 정도밖에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반드시! 독일 옥토버페스트에 가리라! 안되면 그전에 남해독일마을 맥주축제라도 다시 열릴 수 있기를...
< TRAVEL NOTE >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
독일 뮌헨(München)에서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속 축제이자 맥주 축제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2년 연속 열리지 못하고 있다.
[개최시기/장소] 매년 9월~10월 / 독일 바이에른(Bayern) 뮌헨(München)
남해독일마을 맥주축제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보금자리인 독일마을에서 열리는 남해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세계 3대 축제인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를 모태로 독일 문화를 체험하고, 정통 독일맥주와 소시지를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축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2021년 온라인 국제이벤트로 전환되어 개최되었다. 집에서 독일맥주를 마시며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고, 홈브루잉 온라인 클래스, 옥토버나이트와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89-7 (파독전시관)
[문의] 남해군 관광문화재단 055 864 4515
참조 : 다음/위키백과, 카카오맵, 남해군 관광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