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팸투어 - Episode Ⅴ
남해 팸투어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들어왔다. 공식일정은 끝났지만 본래 행사에는 늘 뒤풀이가 따르는 법. 남해의 밤의 끝을 잡고 싶은 나와 여행작가들은 편한 옷으로 옷만 갈아입고 다시 한방에 모였다.(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안에서) 팸투어 시작부터 어쩌면 가장 기다렸을 시간. 맥주파티다. 사실 맥주파티보다는 유자막걸리와 소주가 있는 그냥 술파티를 원했지만 다음 날도 (취재)여행을 해야 하기에 이는 팸투어 주최 측 캡틴에 의해 허락되지 않았다. 대신 적당한 선에서 극적 타결을 한 것이 맥주였다.
크게 두 종류의 맥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남해를 대표하는 특산물 중 하나인 유자로 만든 유자맥주. 그리고 숙소로 오는 길에 독일마을 앞 편의점에서 챙겨 온 독일맥주.(이게 소주를 대신한 협상의 결과였다.) 유자맥주는 남해군 관광문화재단에서 제공해주었는데 무려 2박스나 되었고, 편의점 털이를 한 독일맥주도 말 그대로 탈탈 털어왔더니 양이 적지 않았다. 차곡차곡 냉장고에 다 때려 넣고 보니 냉장고가 온통 맥주로 가득 찼다. 문 열 때 쏟아짐 주의! 이건 뭐 냉장고가 아니라 동네마다 하나쯤 있는 술집 이름 그대로 '맥주창고'였다. 나름 애주가로서 초록병이 쌓여있는 광경은 익숙했지만 이렇게 형형색색 캔(CAN)들과 갈색병이 쌓여있는 광경은 처음이었다.(흐뭇했다.^^) 과연 다 마실 수 있을까? 알코올 과다 섭취로 취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탄산 과다 섭취로 배가 불러 다 못 마실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처음에는 생경하기만 했던 맥주창고의 위엄이 금세 든든하게 느껴졌다. 마시다 부족해서 또 사러 갈 일으 없을 테니까.(이것만큼 귀찮은 게 없다.) 우선은 남해에 왔으니 유자맥주로 시작했다. 유자맥주만으로도 충분히 밤을 지새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겨 결의에 찬 마음으로 병뚜껑을 땄다. 그리고는 갖가지 안주들까지 세팅을 마친 후 다 같이 짠! 언제 들어도 맑고 청아한 맥주병 부딪히는 소리로 본격적인 맥주파티의 개회를 선언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여행작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 팀으로 팸투어를 다녀온 일종의 여행작가 크루였다. 여기에 나는 기존 멤버 여행작가 한분이 불참하게 되어 긴급 수혈된 젊은 피.(^^V) 코로나로 인해 팸투어가 예전만큼 자주 있지는 않아 이번 남해 팸투어가 다들 서로 오랜만의 재회였다. 그렇다 보니 한시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대화의 주제는 물론 여행. 여행작가들답게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다. 한 명이 여행썰을 풀면 공감도 하고 맞장구도 쳐주다가, 비슷한 여행 경험이 있다거나 같은 여행지를 다녀온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아 같은 장소 다른 여행썰을 풀었다. 이거슨 흡사 꼬꼬무* 여행버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행썰?! 여행작가들의 여행은 어떨까 늘 궁금해왔던 터라 초집중해서 들으며 구전 여행(입에서 입으로 전해주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데 살짝 혼란스러웠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계속 새로운 여행이 이어지니 여행에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떠난 곳은 많은데 돌아온 곳이 없었다. 난 지금 지구 어디쯤에 있는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줄여서 꼬꼬무라는 SBS 예능 프로그램 명
방황하는 나를 갑분 현실로 이끈 이야기는 여행작가들의 스펙터클 좌충우돌 여행썰이 아닌 직업으로서의 여행작가에 대한 이야기였다.(자, 이제부터 진지한 이야기 좀 할게요. 불면증이신 분들은 필독!) 나는 여행작가라고 해서 여행은 기본적으로 다 좋아할 줄 알았다. 그리고 여행작가가 된 이유도 가장 첫 번째가 여행이 좋아서일 거라 생각했다. 왜냐!? 내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본캐가 직장인인 여행작가와 본캐가 여행작가인 여행작가의 입장은 확실히 많이 달랐다.
A여행작가님은 사진을 전공해 사진과 관련된 업종이나 매체에서 쭉 커리어를 이어 오셨는데 그러다가 마지막에 정착하게 된 분야가 여행 쪽이었고, 그렇게 여행작가가 되셨단다. 직업으로서의 여행작가는 (물론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고달팠다. 취재하고 돌아와서 사진 정리하고 원고 쓰면 늦은 새벽, 자고 일어나서 다시 같은 하루의 반복. 프리랜서인 여행작가에겐 출근시간도 퇴근시간도 휴일도 없고, 오로지 마감시간과 데드라인만이 존재하기에 일이 많으면 일주일 내내, 혹은 그 이상을 이렇게 일을 할 때도 있다고... 이것이 여행작가가 들려주는 찐 생계형 여행작가의 삶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칭 출근하는 여행자로서 직장 다니며 여행작가인 척!? 하고 있는 내게 여행작가를 계속하더라도 직장은 절대 관두지 말라는 현실 조언을 해주셨다. 고정적인 수입원은 하나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지금 같은 코시국에는 더더욱.
점점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유자맥주의 유자향도 더 진하게 무르익었다. 아... 헛소리가 나오는 거 보니 벌써 취했나 보다. 아직 독일맥주 맛은 보지도 못했는데. 역시 진지한 이야기는 나와 안 맞는다. HP*가 후두둑 깎인다. 더 이상한 아무 말 대잔치 하기 전에 그럼 여기서 이만!!!
*HP(Health Point): 주로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용어로 게임 캐릭터의 체력량을 뜻한다.
*오시다 : 남해 방언으로 ‘오세요’라는 환영인사의 높임 표현
< ACCOMMODATIONS NOTE >
엘림마리나&리조트
남해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엘림 마리나&리조트는 전 객실이 오션뷰다. 리조트 내 레스토랑과 콘서트 홀, 전시장 등의 부대시설이 있고, 요트와 제트보트 체험도 할 수 있어 휴양과 액티비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 휴양 공간이다. 레스토랑 골든 앵커에서는 이탈리안 파스타부터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양식 메뉴가 있다. 바다소리는 랍스터를 메인으로 한 씨푸드 전문점이다. 어디서 무얼 먹든 남해 바다를 보며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를 마쳤다면 소화도 시킬 겸 바이크 갤러리를 구경해보자.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할리데이비슨, BMW의 클래식 바이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이 바로 세상 모든 라이더와 바이크 마니아들의 성지다.
[주소]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74-19
[요금] A타입 30만원 / B타입 25만원 / C타입 20만원
[문의] 055 867 6767
RESTAURANT 골든앵커
- 영업시간 : 매일 11AM-21PM
- 메뉴 : 플래터 80,000원 / 안심스테이크 44,000원
- 문의 : 055 867 0700
RESTAURANT 바다소리
- 영업시간 : 매일 11AM-21PN (라스트오더 20PM)
- 메뉴 : 랍스터 회 40,000원 / 랍스터 버터구이 40,000원
- 문의 : 055 867 7474
바이크 갤러리
- 영업시간 : 매일 9AM-23PM
- 입장료 : 무료
참조 : 다음/위키백과, 카카오맵, 남해군 관광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