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산성 보물탐험대
본 글은 2022 하남문화재단 SNS 크리에이터 활동 취재 후 작성하였습니다.
My Precious~
‘보물’이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의 명대사다. Precious라는 영어 단어 뜻대로 보물은 세상 유일무이하여 희귀하면서 귀중한 것을 지칭한다. 흔히 금전적으로 값이 비싸거나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을 의미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의 보물로는 값으로 차마 매길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역사 유물이다. 몇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무수히 많은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물이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하남에도 이런 보물이 수두룩한 곳이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하남 이성산성*이다. 마침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꾸러기 보물탐험대도 결성되어 있었다. 그들 뒤를 따라 이성산성의 보물을 찾으며 역사를 체험했다.
*하남 이성산성 (사적 제422호)
이성산성은 돌로 쌓은 삼국시대 산성이다. 면적 231.313 제곱미터, 둘레는 약 1.9 킬로미터로 한강 주변이 한눈에 보일 만큼 위치가 좋다. 때문에 강북과 남쪽의 평야지역을 방어하기에 유리하다. 1986년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한 이래 20여 동의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고 현재까지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보물탐험대의 집결장소는 이성산성 경관광장. 하남 이성산성으로 가는 입구다. 엄마, 아빠와 함께 나온 보물탐험대원들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각종 장비와 소품들을 챙기며 한창 탐험 준비 중이었다. 나도 내 장비들을 점검하며 탐험 준비를 했다. 그때 마이크 음성이 들려왔다. 보물탐험대의 대장, 문화해설사 선생님이었다. 대장님은 대원들과 짧게 인사를 마친 후 몸풀기에 들어갔다. 이래 봬도 산성도 산인지라 준비운동이 필수라는 대장님의 말씀에 모두가 다 같이 준비운동을 한 후 이성산성으로 출발했다.
이성산성 탐험의 첫 번째 코스는 이성산성 성벽이다. 1차 성벽이 무너진 후 적의 침입으로부터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2차 성벽을 쌓았는데, 성돌을 옥수수알 모양처럼 동그스름하게 다듬어 성돌과 뒷채움돌이 경고하게 물리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만큼이나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성산성의 생태다. 이성산성 성벽에 도착하기까지 문화해설사님께서 중간중간 이성산성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곳곳에 생태계 교란종들이 있어 주기적으로 제거 작업을 하는데도 번식력이 워낙 강해 쉽지 않다고 한다. 해서 혹시나 이성산성에서 생태계 교란종을 발견하게 되거든 제거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남기셨다. 그래야 이성산성의 자연이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을 테니까.
성벽 다음 코스 A지구 저수지였다. 이곳은 목간*, 목제 빗, 토기, 연화문 수막새**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된 곳으로, 그중 목간은 당시 생활 모습과 신라 지방의 지배 제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이성산성 대표 유물이다. 목간 외에도 인화문 토기***, 목제 인물상 등이 발견되어 A지구 저수지는 한마디로 이성산성의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바로 도토리 팽이 체험. 갑자기 웬 도토리 팽이? 사실 과거에는 이성산성의 유물 중 하나인 수막새를 이용하여 만든 수막새 팽이로 체험을 했었다. 다만 이번에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도토리 팽이로 진행이 됐다. 대결 방식은 조별 예선 후 1등끼리 단판 승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보다 더 작은 도토리를 돌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승자와 패자가 갈릴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팽이를 돌리는 순간 열과 성의 다하는 모습을 본 내 눈에는 모두가 승자였다.
*목간: 글을 적은 나뭇조각
**수막새: 지붕 추녀 끝 장식 기와
***인화문 토기: 겉면에 무늬가 새겨진 도장을 눌러 찍어 무늬를 낸 토기,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토기 형태
이성산성 보물탐험대의 최종 코스는 동문지*다. 동문지 주변에는 8각/9각 건물지, 장방형 건물지 등과 같은 이성산성 대표 유적들이 발견되었다. 즉, 이성산성의 메인 스폿이라는 말. 그런 만큼 이곳에서의 체험 프로그램 또한 생태 투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성산성 보물지도 미션이 보물탐험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문지 주변 곳곳에 설치된 미션들을 찾아 수행하면 이성산성의 유물과 관련된 소정의 선물을 득템할 수 있는 찬스! 미션은 꾸러기 보물탐험대가 하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이성산성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문화해설사님의 미션 설명이 끝나자마자 보물탐험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보물 찾기 하듯 미션을 찾아 수행했다. 하나씩 클리어할 때마다 양손에는 보물이 늘어났다. 늘어나는 보물만큼 이성산성에 대한 역사적인 지식도 늘어났으리라. 역시 공부는 놀면서 하는 게 최고다.
*동문지: 이성산성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 서, 남, 북 4개의 문 중 동문이 있었던 터
우당탕탕 보물찾기가 끝나고 주어진 휴식시간. 동문지에 바라보는 탁 트인 하남 전경에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성벽이 있는 방향으로는 멀리 하남 유니온타워와 검단산이, 반대편으로는 미사, 강일지구와 한강 넘어 저 멀리 구리타워까지도 보였다. 적의 침입에 대비해 전투에 유리한 산을 이용해 쌓은 성이라는 산성의 본래 의미대로 이성산성은 한강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병법에 무지한 내가 봐도 강 이남을 방어하기에 유리해 보였다. 이처럼 요충지에 자리하면서도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 유적도 다양하게 발굴되니 이 정도면 하남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지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남시민이라면, 아니 어디 사는 누구라도 한 번쯤 와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