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이음길 4코스 : 백련산 구간(초록숲길)
본 글은 2023년 서대문구 SNS 서포터즈 활동 취재 후 작성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벚꽃이 진 탓에 봄이 일찍 끝나 버린 같은 요즘. 비록 벚꽃은 없지만 아쉬운 대로 남아있는 봄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아무래도 도심보다는 숲이 좋을 터. 백련산 근린공원으로 향했다.
백련산 근린공원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백련산을 알아야 한다. 백련산은 행정구역상 서대문구 홍은동과 은평구 구산동 사이에 끼어있는 산으로 동남쪽에 백련사라는 절이 있어 백련산이라 이름 붙여졌다. 최고높이는 215.5m, 정상에는 백련전망대인 은평정이 있다. 이 백련산을 필두로 조성된 녹지이자 숲길이 백련산 근린공원이다. 길이 험하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이 많지 않아 자연을 느끼며 가볍게 트레킹 하기에 좋다. 또한 백련산 근린공원 숲길은 서대문 생태순환길인 [서대문 이음길]에도 속해있다. 안산, 인왕산, 북한산, 백련산, 궁동산을 연결하는 총 20.9km의 5코스로 이루어진 생태순환길 중 4코스가 바로 이곳 백련산 구간이다.
백련산 근린공원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3호선 홍제역 3번 출구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미세먼지 한 톨 없는 청명한 하늘과 함께 얼마 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인왕산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바라보는 쪽에서는 산불의 흔적이 없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잠시 인왕산에 한눈이 팔린 사이 서대문 10번 마을버스가 도착했다. 백련산 근린공원으로 가는 버스다. 백련산 근린공원 초입인 팔각정 정류장까지는 대략 25분 정도. 유난히 좋은 날씨 덕에 선명하게 보일 북한산이 기대되는 가운데, 한껏 들뜬 기분으로 버스에 올랐다.
< 서대문 이음길 : 서대문이 오랜 시간 간직해 온 생태순환길 >
1코스 : 안산구간 | 5.8km
2코스 : 인왕산 구간 | 3.3km
3코스 : 북한산 구간 | 4.8km
4코스 : 백련산 구간 | 3.3km
5코스 : 궁동산 구간 | 3.7km
보조노선 : 홍제천길 | 5.9km
이어지는 길 : 안산 자락길 | 7km , 인왕산 둘레길 | 8.4km
초입인 팔각정 정류정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옆길로 샜다. 높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나름 힘들게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게 귀찮긴 했지만 산의 이름이 유래된 절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백련사에 가까워질수록 시끌벅쩍한 소리도 점점 커졌다. 분명 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무슨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주문을 지나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많은 신도들과 함께 불교행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불경 읽는 소리와 음악소리가 어우러지고 커다란 부처님 석상 앞에서는 정체불명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내가 본 불교행사 중 가장 활기가 넘쳤다. 그렇게 한참을 빠져 구경하다가 그래서 대체 무슨 행사일까 궁금했다. 봄맞이 법회일까? 아님 무슨 특별한 날인가? 주변을 둘러봐도 플래카드 같은 게 하나 없어 힌트를 찾지 못했다. 누구 한 명 잡고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방해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궁금하지만 접어두고, 그냥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조용히 퇴장했다. 백련사의 활기찬 봄은 충분히 느꼈으니 지나가던 나그네는 이제 그만 다시 갈길 갑니더~ 나무관세음보살.
주차가능
문의 02 302 0288 / 02 306 0288
초입의 산스장은 준비운동하는 곳이었나 보다. 정상 도착을 앞두고 스케일이 정말 제대로 된 산스장을 만났다. 누가 봐도 여기가 메인 산스장. 터도 넓고 운동기구도 많았다. 무엇보다 낭만 있는 건 근처 벚꽃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 벚꽃 보며 하는 운동이라, 꽃놀이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겠구나. 물론 꽃보느라 운동이 제대로 될까 모르겠다만. 운동 싫어하는 사람은 꽃놀이 핑계로 운동하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메인 산스장답게 사람들도 많았다.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 하지만 운동하시는 것만 보면 아직 청춘, 봄 같았다. 산스장의 봄은 꽃보다 할배가 주인공이었다.
산스장을 지나 조금을 더 가니 금방 은평정에 도착했다. 정육각형의 2층짜리 정자인 은평정은 아주 화려하거나 크지는 않아 감탄할 만큼의 포스가 있지는 않았지만 위에 올라갔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서대문구와 은평구 시티뷰에 북한산 마운틴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져 가슴이 탁 트였다. 괜히 서울시가 우수조망명소로 선정한 게 아니었다. 은평정의 봄은 은평정 주변 푸른 나무들과 노란 개나리가 담당했다. 1층으로 내려와 은평정 기둥사이로 개나리와 함께 북한산을 담았다. 봄이 한 프레임에 딱 들어왔다. 은평정의 봄이다.
은평정을 끝으로 백련산 근린공원에서 봄 찾기도 마무으리! 느낌상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봄이 조금만 더 머물다 가기를 바라본다. 내년에는 좀 더 일찍, 봄이 한창일 때 찾아와야겠다. 그럼 더 찐한 봄을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