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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Sep 18. 2023

목포는 항9다

목포에 8번은 더 가는 게 목표

'목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열에 일곱 정도는 아마 '목포는 항구다' 일 것이다.(예전 같으면 열에 아홉이라 했겠지만 요즘 MZ들은 나혼산의 박나래나 팜유를 떠올릴 수도 있으니 조심스레 일곱 정도 예상해 본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워딩이 목포의 대명사처럼 된 데에는 실제 목포는 항구인 게 팩트기도 하고 일제강점기인 1942년에 목포를 노래한 가수 이난영이 발표한 ‘목포는 항구다’에서 시작해 2004년 개봉한 조재현, 차인표 주연의 코미디 영화 ‘목포는 항구다’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웬만하면 알법한 영화는 제쳐두고 가수 이난영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목포 출생의 가수로 대표곡으로는 < 목포의 눈물 >, < 목포는 항구다 >가 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모두 목포를 노래했다. 그중 < 목포의 눈물 >은 일제강점기 억눌려 있는 민족의 정서를 북돋우고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달래주는 곡으로 한국가요사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불후의 명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이난영과 노래를 기리기 위해 목포남항 옆 삼학도에 난영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가수 이난영의 수목장과 < 목포의 눈물 > 노래비가 있다.

다시 목포로 돌아와서, 목포가 항구인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목포가 9의 도시인 건 직접 와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출장 차 내려온 목포에서 뭘 보고, 뭘 먹어야 목포에 와 봤다 할 수 있을까 찾던 중 목포 9경과 9미를 알게 됐다. 순수 여행이거나 장기출장이었다면 응당 모두 보고 먹었을 테지만 늦은 오후에 도착해 1박 2일이지만 사실상 1박 당일 같은 단기 출장이었기에 볼 거, 먹을 거 각각 9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목포 9경 9미




목포 1미 육탕이

일단 열심히 일한 자, (떠나는 것도 맞지만) 먹어야 하니 1미부터. 각종 SNS 뒤져 맛집이나 핫플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가장 목포스러운 1미를 먹기 위해 무작정 숙소를 나와 발품을 팔았다. 숙소 위치가 하당 신도시 어디쯤이었는데 근처에 음식점들이 많았다. 그중 눈에 띄는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쇠고기+전복+낙지탕탕이(일명 육탕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3가지를 한 그릇에 짬뽕해서 먹을 수 있다니 고된 바깥일을 하고 난 후 딱이지 싶었다. 게다가 역시 출장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퇴근 후 소주 한잔 아니겠는가? 캬~~~@.@(경고: 지나친 음주는 다음 날 출장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소주 안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메뉴이기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식당문을 열었다. 딱 동네 식당 느낌의 간판에 손님들이 없겠거니 했는데 만석이었다. 알고 보니 육탕이를 파는 식당 중에서도 유투버들이 다녀갔던 맛집이란다. 메인메뉴는 크게 육탕이와 전복구이 2가지가 있었다. 고민 없이 바로 육탕이를 주문했다.

사실 육탕이는 특별한 맛은 아니다. 쇠고기는 육회, 전복은 횟집에서 스까다시로 나오는 그 전복이고, 낙지탕탕이는 먹기 좋게 칼로 탕탕탕 내리쳐 자른 베베꼬는 산낙지에 참기름과 소금을 버무린,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식이다. 그럼에도 육탕이가 목포의 9미 중 1미인 이유는 낙지에 있다. 국내 낙지 생산량의 약 80% 이상이 전라남도 서쪽 바다에 집중되어 있는데 목포가 여기에 속한다. 특히 낙지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세발낙지로 유명하다.

목포에서 육탕이를 먹기 전까지 난 세발낙지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해 진짜 다리가 세 개인 낙지를 말하는 줄 알았던 것. 다리가 세 개 밖에 없으니 그만큼 양도 적게 나올뿐더러 영양분도 세 개로만 나누어질 테니 일반 낙지보다 더 고함량의 영양소가 들어있어 귀하고 비싼 거라 생각했었다.(제법 논리가 그럴싸하지 않나?^^;;) 하지만 세발낙지에서 '세'는 숫자 3이 아니라 '가늘다'의 세(細)를 뜻한다는 걸 인생살이 내일모레 40을 앞두고야 알게 됐다. 다리가 가늘다는 건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즉 어린 낙지인 셈이다.(물론 경우에 따라 서식 환경의 이유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다리가 가늘어진 낙지도 있다고 한다.) 닭으로 치면 영계와 비슷한 맥락. 닭과 마찬가지로 낙지도 young 한 게 육질이나 식감이 더 좋단다.

계절적으로는 가장 연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이 제철이다. 육탕이라는 목포식 낙지탕탕이가 만들어진 유래가 바로 계절과 관련이 있다. 가을은 소도 살이 오르는 계절이니까. 고로 육탕이는 제철을 맞아 가장 맛있는 두 재료의 만남이라 볼 수 있겠다. 전복은 거들뿐.

육탕이 한 상에 소주가 빠지면 섭하다. 전라도에 왔으니 전라도 소주로. 크으~~~

영업시간  매일 12am-23pm (매주 화요일 휴무)

메뉴 쇠고기+전복+낙지탕탕이(육탕이) 2인/3인/특대 59,000원/69,000원/89,000원, 산낙지 싯가, 산낙지 볶음 60,000원

문의 061 283 1738

주차가능


오! 마이 GOD(갓)바위

목포 1미로 배를 두둑이 채우고 목포 9경 중 하나인 3경, 갓바위를 보러 야경 산책을 나섰다. 물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삼향천 산책로를 따라 알록달록 미니현수교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가니 영산강 하구에 다다랐다. 분명 강인데 어둠에 묻혀 끝이 안 보이니 바다처럼 망망했다. 해안산책로 같은 강변산책로를 따라 평화광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록 강은 어두워도 강변산책로는 무더위를 피해 나온 동네 주민들과 여행객들로 화기애애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줄곧 식당가들만 보이다가 넓은 광장이 나왔다. 평화광장이다. 본래 국가소유의 공유수면*이었던 곳을 매립하여 지금의 광장으로 만든 곳으로 미관광장이었던 이름을 김대중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후 이를 기념해 2001년 현재의 평화광장으로 개칭했다. 평화광장에는 목포 9경 중 4경인 춤추는 바다분수가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시설기능개선공사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평화광장을 지나가자 다시 식당가가 이어졌고 저 멀리 조금씩 갓바위로 추정되는 큰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갓바위로 가는 길은 수상데크로 이어져 있었다. 바위 이름 짓기에는 도가 튼 우리나라이기에 보자마자 갓이 떠오를지 기대를 하며 갓바위를 바로 앞에서 마주한 순간, 오! 마이 갓! 우뚝 솟은 두 개의 바위 중 오른쪽 바위는 딱 봐도 갓바위였다. 그럼 왼쪽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갓보다는 길쭉한 롱비니가 떠올랐다. 이름 짓기 절반은 성공!

사실 갓바위라는 이름은 바위의 모양을 보고 지은 것은 맞으나 먼 옛날 병든 아버지를 모신 한 젊은이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부터 왔다. 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며 한 달간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병간호를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그만 실수로 관을 바닷속으로 빠트리는 불효까지 저질러 젊은이는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쓴 채 그 자리를 지키다 결국 죽고 말았다. 훗날 그 자리에 두 개의 바위가 솟아올랐는데 큰 바위는 아버지 바위, 작은 바위는 아들 바위라 불렸고 그 모양이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삿갓을 쓴 사람의 모양이라 하여 지금의 갓바위로 불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설은 전설일 뿐, 갓바위는 실제 지질학적으로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발생하는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에 의한 풍화혈*이다. 인위적이 아닌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에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 되는 희귀성을 가졌다. 막상 보면 진짜 별거 없어 보이지만 괜히 천연기념물 제500호가 아니다.

*공유수면 : 국가나 공공 단체의 소유로서, 공공의 이익에 제공되는 수면. 바다, 강, 하천 따위의 수면.
*풍화혈 : 풍화 작용으로 인하여 바위 표면에 움푹 팬 구멍
목포 갓바위, 삿갓 모양이 보이시는지...?
조명이 다양한 색깔로 바뀐다

이용시간 매일 6am-23pm (운영시간 이후 출입통제)




1박 2일의 짧은 출장으로 온 탓에 아쉽게도 나머지 8경 8미는 보지도 먹지도 못했다. 하지만 목포에 볼거리, 먹을거리가 뭐가 있는지 이제 알았으니 언제고 나머지 8경 8미를 뿌시러 또 와야겠다. 최소 한 번에 하나씩, 그래서 앞으로 목포에 8번은 더 오는 것이 목표.


참고 : 지역N문화,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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