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이 명량이라니
전라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물으면 아마 진돗개를 가장 먼저 떠올릴, 아니 요즘은 송가인이 더 유명하려나? 하지만 막상 검색 사이트에 '진도'를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쏠비치 진도 후기. 그다음이 학원 수업 진도표^^;; 아,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미국산 노랑갈매기표 진도 대파버거. 이처럼 진도를 설명하는 것들이 많은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하나를 빼먹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진도 대표 관광지, 울돌목이다.
울돌목은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 아래 좁은 물길에 많은 양의 물이 흐르면서 소용돌이와 같이 불규칙한 물살이 생기는 해협이다. 일명 회오리 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최민식, 아니 이순신 장군이 단 13척의 배로 133척이나 되는 왜놈들과 맞서 31척을 격파한 명량해전의 격전지다. 울돌목은 진도에 속해 있지만 울돌목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울돌목 스카이워크는 진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닿는 육지인 해남의 우수영국민관광지에 있다.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의 물살과 울돌목이란 이름처럼 바위(돌)가 우는(울) 듯한 소리를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유유히 흐르는 듯 보여 겨우 이 정도에 배가 빙빙 돌고 중심을 잃었을까 싶지만 막상 울돌목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가까이서 보면 생각보다 물살이 빠르고 강해 영화 '명량' 속 왜선들이 우왕좌왕하며 뒤엉키는 장면이 십분 이해가 간다. 파도가 치는 것도 아닌데 연신 파도가 치는 것처럼 시원한 바닷소리가 들리고, 물살이 흐르는 곳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으면 소용돌이 따라 눈알도 돌아 내가 도는 건지 물살이 회오리 치는 건지 헷갈릴 지경. 계속 보고 있으면 제법 어지럽다.
영업시간 매일 9AM-18PM
문의 061 535 9900 (https://www.mrcablecar.com)
지금까지 '명량해전'이라고 하면 명량이라는 바다에서 일어난 해전, 즉 명량이 단순히 지명이라고 생각했다. 이순신 3대 해전 중 한산도대첩의 '한산도(통영에 있는 섬)'도 그렇고, 노량해전의 '노량(남해 노량리와 하동 노량리 사이의 남해바다)'도 그렇고 모두 지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량은 지명이라 할 수도 있으나 엄연히 지명은 아니다. 명량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명량(鳴梁). 울명(鳴), 들보 량(梁). 한자어 그대로 직역하면 우는 교량이라는 뜻. 과거부터 바위가 우는 것 같다는 의미로 사용된 순우리말 울돌목의 한자어 표현이다. 고로, 울돌목이 명량이고 명량이 울돌목인 셈. 부끄럽지만 울돌목에 직접 와보지 않았더라면 훗날 내 자식이 역사 시간에 명량해전을 공부할 때까지도 몰랐을 사실이다. 비록 진도에서 진돗개 한 마리 못 만나고, 송가인마을도 못 가고, 대파버거도 못 먹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어쩌면 나만 몰랐을 알아둬도 딱히 쓸데는 없는 이 사실을 혹시라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바라며, 남도 여행을 한다면 울돌목만큼은 꼭 한 번 가보시길.
참고 : 네이버 한자사전, 다음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