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다녀온 1박 2일 안동여행
결혼 후 아내와 함께 맞는 첫여름휴가로 포항에 가려고 했으나 여름철 단골 불청객, 그놈의 태풍이 하필 포항을 관통한다는 소식에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눈물과 함께 취소수수료도 머금으면서ㅠㅜ 이미 결제가 끝난 내 연차도 취소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 아내가 플랜 B를 제안했다.
"우리 안동 갈래? JH네 지금 안동에 있대!"
안동이라... 모름지기 여름휴가라 하면 바다가 있어야 하거늘. 한반도에서도 육지 한복판, 육지 오브 육지인 안동을 처음 딱 들었을 때 사실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늘 이야기하길 만약 다시 태어나면 우정이 아닌 사랑으로 만나고 싶다는 JH가 있다기에(음... 난 의문의 1패다ㅠㅜ) 아내를 위해 안동행 제안을 받아들였다.
갑자기 떠나게 된 안동인지라 대충 뭐라도 보고 가야겠다 싶어 무작정 검색창에 '안동' 딱 두 글자로 검색했다. 수많은 결과들 중 중복되는 몇 가지로 요약하니 안동 찜닭, 안동 간고등어, 하회마을, 부용대, 월영교, 만휴정, 도산서원, 안동소주, 진성 안동역에서 등이 남았다. 생각보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고 모두 한 번쯤 들어본 곳(것) 이어서 반가웠다. 당초 충분하다 생각했던 1박 2일의 일정이 짧게 느껴졌다. 서울에서 안동까지, 다시 안동에서 서울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제하면 사실상 1박 1.5일 정도 될터. 이럴 때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 그래서 짧고 굵게 보고, 즐기고, 먹고 왔다.
안동하세요~
따라라 라라라 따 라라~♬
멜로디를 표현한 이 가사(?)만 보고도 정확하게 음을 붙일 수 있다면 당신은 적어도 삼십 대 이상일 것. 혹 그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뭔지 알 것 같다면 할매니얼 취향의 MZ이거나. 사실 뭐 여러 가지 음을 붙일 수 있겠지만 여기서 정답은 드라마 [전원일기]의 인트로다.(이제야 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리라.) 갑자기 웬 전원일기 타령인고 하니, 황토색의 초가집들, 푸릇푸릇한 논밭, 좁은 논두렁길을 달리는 사발이(농업용 4륜차)까지, 눈앞에 전원일기 실사판이 펼쳐졌다. 마치 내가 전원일기 드라마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 안동하회마을의 첫인상이다.
안동하회마을은 그야말로 찐 시골이다. 고약한 소똥 냄새만 풀풀 풍기는 구수한 시골이 아닌 마을전체는 물론 골목골목, 그리고 집집마다 그때 그 시절의 시골바이브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적인 시골.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어느 집에선가 대문을 활짝 열고 일용엄니(극 중 김수미 할머니)가 툭 튀어나와 "이놈아, 밥은 먹고 다니냐? 와서 밥 한 끼 쳐묵고 가!" 할 것만 같다. 아마 밥상 위엔 찜닭이나 간고등어 한상이 차려져 있으리라. 둘 다 안동을 대표하는 로컬음식이니까. 음식 생각을 하니 배가 고파왔다. 뜨겁고 습한 여름날씨에 지치기도 했고 안동하회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부용대에 가기 위해선 약간의 등산이 필요하므로 에너지 충전을 위해, 비록 하회마을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하회마을이 생각보다 넓다;;;) 이쯤에서 하회마을과는 작별을 고했다.
다시 하회마을 입구로 컴백. 부용대를 가기 전 배를 채우기 위해 하회장터로 향했다. 메뉴는 당연히 안동 찜닭과 안동 간고등어. 장터 안에는 여러 식당들이 있었지만 모두 하회마을과 함께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왔을 것이기에 맛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제일 먼저 보게 된 집으로 들어갔다. 식당 선정부터 주문까지 속전속결, 음식도 패스트푸드처럼 금방 나왔다. 먼저 애피타이저로 달콤 짭짤한 간장소스가 흥건히 적셔진 안동 찜닭의 쫄깃한 당면을 한 움큼 집어 호로록~ 면치기를 해주고, 그다음에 닭을 한 덩이 가져와 발골쇼를 시작했다. 간이 속까지 잘 배어있고 살코기는 부드러워 한 번 쪽~ 빨면 훌러덩 발가벗겨졌다. 달달한 걸 먹었으니 이젠 짠 걸 먹을 차례. 굵은 가시를 걷어내고 간고등어 살코기를 한 젓가락 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위에 얻어 입속으로 직행했다.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과 기름기 쫙~ 빠진 속살의 겉바속촉 콜라보레이션. 적당한 짭짤함은 덤. 첫맛은 짭짤하지만 씹을수록 고등어 육즙이 퍼져 고소했다. 사실 서울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안동찜닭과 안동 간고등어지만 (지역의) 안동에 (음식이름의) 안동이 더해져서인지 할머니가 차려주는 안동식 시골밥상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부용대에 오를 에너지를 얻었다. 충전 완료.
선비의 고장이자 양반의 고장 안동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선비이자 양반을 꼽으라면 단연 퇴계 이황이다. 안동시 도산면에는 도산서원을 비롯해 많은 퇴계 이황 관련 문화재와 기념물들이 있다. 퇴계 이황으로만 하루를 꽉 채워도 모자랄 판. 우리는 그중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산서원을 찾았다.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은 오른편 절벽 아래로 낙동강 줄기의 안동호를 끼고 있어 꽤나 운치가 있고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천천히 쭉 걸어 들어가다 보면 퇴계 이황이 제자들과 밤에 별자리를 연구하며 토론을 했다는 *천광운영대가 나오고, 천광운영대를 지나 코너를 돌면 두둥! 도산서원이 등장한다. 탁 트인 안동호와 **시사단 뷰를 품은 넓은 앞마당, 그 뒤로 작은 산중턱에 도산서원이 땋! 한 폭의 동양화라는 진부한 표현을 쓸 수 밖에는 없다. 산속에 숨겨진 비밀사원 같은 신비스러운 바이브도 풍긴다. 도산서원을 처음 본 제 점수는요...? 천 원입니다. 그렇다, 도산서원은 천 원짜리 풍경이다. 결코 비하하는 게 아니다. 팩트다. 지금처럼 파란색이 아닌 과거 보라색과 빨간색 사이 어딘가의 홍색에 가까웠던 구천원권 뒷면 배경지가 바로 도산서원이다.(참고로 현 천 원권 뒷면 배경지 역시 도산서원이다. 다만, 도산서원이 생기기 이전 도산서당이었을 당시 주변 산수를 그린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다.) 비록 구천원권이 없어 지폐 속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사진 스폿을 찾지는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도산서원은 동양화 패치가 되어 있어 어디서 어떻게 찍든 천 원짜리 동양화였다. 카메라에 천 원을 여러 장 담았다. 기분 탓이겠지만, 부자가 됐다^^
*주자(朱子)가 지은 ‘관서유감(觀書有感)’이란 시에 나오는 ‘하늘의 빛과 구름의 그림자가 함께 감도는구나[天光雲影共排徊].’라는 구절에서 이름을 지었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을 치르던 곳.
안동하회마을
풍산 류 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 마을 이름인 하회(河回)는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데서 유래됐다.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와 배치, 주거문화 및 유교적 양반문화와 전통이 오랫동안 온전히 남아있다 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현재까지 전승되고 대표적인 문화놀이로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유줄불놀이'가 있다.
[이용시간]
하절기(4~9월) 9AM-17:30PM (입장마감 기준)
동절기(10~3월) 9AM-16:30PM (입장마감 기준)
[관람료]
성인 5,000원
어린이 1,500원
※안동시민 할인, 65세 이상 무료
[문의]
하회마을관리사무소 054 854 3669
하회마을관광안내센터 054 852 3588
문화관광해설 054 840 3803
하회장터
안동하회마을 초입에 자리한 먹거리 장터. 안동 찜닭, 안동 간고등어구이 등 안동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을 판매하는 맛집과 사과빵, 보리빵 등의 디저트는 물론 기념품숍도 있다. 하회마을 구경 전후로 오며 가며 들러보자.
부용대 芙蓉臺
'연꽃을 내려다보는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해발 64m의 절벽이다. 동네 뒷산 같은 느낌으로 약간의 등산이 필요하다. 정상에 오르면 안동하회마을이 파노라마 뷰로 한눈에 들어온다.
도산서원 陶山書院 (사적 제170호)
퇴계 이황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서원. 제자들을 가르쳤던 도산서당과 기숙사인 농운정사를 비롯 퇴계 사후 만든 전교당, 상덕사, 진사청 등 다양한 부속건물들이 있다.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8곳의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용시간]
하절기(3~10월) 9AM-18PM
동절기(11~2월) 9AM-17PM
※연중무휴
[관람료]
성인 1,500원
어린이 600원
※ 안동시민 할인, 주차가능 (소형 2,000원/대형 4,000원)
[문의]
054 856 1073
하회식당
하회장터 내 안동향토음식 전문점. 안동찜닭과 안동간고등어구이를 기본으로 헛제사밥, 손두부, 전류, 도토리묵 등을 판매한다. 보통 인원수에 따라 안동찜닭과 간고등어구이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 정석. 여기에 안주류를 사이드로 곁들이면 안동 시골밥상 98% 완성! 나머지 2%는 막걸리로 채우자.
[영업시간]
매일 8:30AM-20PM
※예약가능
[메뉴]
양반상 (4인기준/안동찜닭+간고등어구이+묵무침+공기밥 무료) 60,000원
선비상 (3인기준/안동찜닭+간고등어정식+공기밥 무료) 50,000원
커플상 (2인기준/안동찜닭+간고등어정식+공기밥 무료) 40,000원
안동찜닭 (공기밥 별도) 35,000원 / 안동간고등어 정식 (1인분, 2인 이상 주문필수) 12,000원 / 파전 12,000원 / 도토리묵 12,000원
[문의]
054 853 9467 / 010 7633 3247
부용카페
부용대 아래 자리한 한옥카페이자 화천서원이다. 커피는 기본, 다양한 차종류와 음료가 있다. 특히 차나 음료에 들어가는 재료나 청은 주인장의 손을 거친 수제를 사용한다. 맛 보장은 물론이요 정성까지 담겨다 있다는 말. 가장 좋은 자리는 카페 안쪽, 화천서원 건물의 지산루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면 주변 논밭 풍경이 쫙~ 펼쳐진다. 절경을 보며 차 한잔, 캬~~~ 신선놀음이란 바로 이런 것. 단, 너무 편하다고 눕거나 자지는 말 것. 공용공간이니 에티켓을 지키자. 카페와 함께 화천서원을 민박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정 잠이 오걸랑 화천서원에서 하루를 묶자.
[영업시간]
평일 9AM-18PM
주말 8AM-16PM
※주차가능
[메뉴]
아메리카노 4,000원 / 식혜 4,000원 / 생딸기쉐이크 5,000원 / 망고에이드 4,500원
[문의]
010 4521 9729
초목
정겨운 안동 동네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실내포장마차. 노포집이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그중 승부를 보는 메뉴는 닭발 튀김과 돼지주물럭. 특히 닭발튀김은 평소 닭발을 못 먹는 사람, 심지어 살면서 한 번도 못 먹어본 사람까지 반하게 만드는 마성이 있다. 닭밝의 매콤함은 그대로 유지한 첫맛은 바삭, 끝 맛은 쫄깃, 겉바속쫄이다. 중독성이 강하므로 주의할 것! 한 접시 시켰다가 한 접시를 더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돼지주물럭은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식사 겸 안주로 하기에 제격이다. 대체로 안주가 맛있다 보니(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도 맛있는 게 주인장 손맛이 좋지 않나 싶다) 술이 술술 들어가 마지막으로 하나 추가로 시킨 동태찌개도 기대이상. 초목에 가려거든 뱃속에 거지를 함께 데려가자.
[영업시간]
정보 없음, 사전 전화 문의 후 방문
[메뉴]
닭발튀김(중) 20,000원
돼지주물럭(중) 20,000원
동태찌개(중) 20,000원
[문의]
054 857 6768
카페서원
도산서원 근처 한옥카페.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도산서원 방문 전후로 들르기에 좋다. 한옥이지만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주변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곳. 한옥과 딱 어울리는 바둑과 장기 같은 전통 보드게임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영업시간]
화-일 10:30AM-19:30PM (월요일 휴무)
※공휴일이 있을 경우 월요휴무 변동가능, 유선이나 인스타 확인 후 방문
※예약, 주차가능
[메뉴]
아메리카노 5,000원 / 서원라떼 6,500원
크로플 6,000원 / 치즈케잌 6,500원
[문의]
@seo_won80
010 5216 5312
소연정 스테이
안동시 태화동에 위치한 한옥 독채숙소. 안동 중심가에 위치해 있지만 도로가 안쪽에 있어 조용하고 프라이빗하게 머무를 수 있다. 겉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어 전통적인 갬성 속에서 현대적인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인테리어 역시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조화롭다. 앞마당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미니 자쿠지도 있어 발 담그고 와인 한잔 하며 분위기 내기에도 제격이다.
[이용요금]
2인 기준(최대 3인) 300,000~400,000원
※평일, 주말 요금 상이, 연박 할인(5%)
1인 추가 시 30,000원
[예약 및 문의]
@stay_so_yeon
참고 : 카카오맵, 다음백과, 대한민국구석구석, 안동하회마을/도산서원 홈페이지, 네이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