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서프라이즈
방비엥 숙소인 비엥타라 방비엥 리조트를 예약하면서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리에겐 총 3개의 방이 필요한데 방 개수가 모자라 눈치게임을 해야 했고, 눈치를 잘 살핀 덕분에 예약에 성공할... 뻔했으나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취소했다가 다음 날 다시 예약했더랬다. 그래도 (사서) 고생한 끝에 주니어 빌라 스위트 하나, 슈페리어 룸 두 개를 쟁취했다. 그중 리얼 방갈로 형태의 숙소는 주니어 빌라 스위트 하나였다.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결혼한 지 아직 1년이 채 안 된(그러나 만난 지는 10년이 넘은) 신혼쀼를 배려해 멤버들은 아내와 나에게 주니어 빌라 스위트를 양보했다. 우리의 훈훈함에 감동을 받았는지 운 좋게도 체크인할 때 슈페리어 룸 하나를 디럭스 빌라로 업그레이드해주었다.(실은 현지 결제로 하다 보니 예약가보다 높아서 그렇게 해준 것 같다는 뇌피셜) 오~ 럭키비키! 얻어걸린 디럭스 빌라는 배슨생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힘입어 니나킴과 JYP가 쓰게 됐다. 배슨생은 자동적으로 슈페리어 룸을 독차지했다. 화목하게 방 배정이 끝나고 짐을 풀기 위해 우린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웨얼 이즈 브이 에잇?"
우리 방은 V8. 주니어 빌라 스위트 중에서도 로비 기준 제일 바깥쪽. 숙소 전체로 보면 가장 안쪽에 있는 방갈로였다. 프라이빗이 무엇보다 중요할(*^^*) 신혼쀼를 고려한 니나킴(예약자)의 센스와 선한 마음이 느껴졌다. 가장 멀리 위치해 있어 방까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화장실이 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오히려 장점이었다. 가는 동안 숙소 풍경을 그만큼 더 눈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 안내 직원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 마침내 V8에 도착했다. 먼저 문을 열고 잠그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내부 안내를 위해 방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다. 하지만 테라스뷰를 보고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테라스 소파에 잠깐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고 하면서 넋 놓고 숙소뷰를 만끽했다. 테라스라고 해서 색다른 풍경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밖에서 봤을 때랑 같은 풍경이지만 숙소라는 '쉼'의 공간에서 바라보기에 한층 더 느긋해 보인다고나 할까? 여유가 한 움큼 가미됐다.
당최 들어갈 생각을 안 하는 신혼부부를 끝까지 재촉하지 않고 미소를 유지하며 기다리고 있는 인내심 만렙의 안내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그제야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침대. 침대 위에는 나뭇잎과 꽃잎들로 만든 *HAPPY HONEYMOON* 이라 쓰인 웰컴 멘트와 함께 매니저의 자필 편지가 놓여있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해서 직원의 숙소 안내에 집중했다. 그사이 유튜브를 찍고 있던 아내가 뒤늦게 따라 들어왔다.
"오 마이 가앗! 우리 해피 허니문이야~♥.♥ 나 이런 거 너무 받고 싶었는데."
"응? 어떻게 알았지?"
내가 준비한 게 아니라 정말 유감이지만 팩트는 팩트이기에 아내의 행복한 착각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는 없었다. 아내의 따가운 시선은 잠시 회피하기로 하고, 그러고 보니 정말 의문이었다. 우리가 신혼부부인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 의문도 잠시, 방 등급이 주니어 빌라 '스위트' 임이 떠올랐다. 명색이 스위트룸이니 아마도 방마다 기본옵션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지. 설령 기본옵션이라 해도 충분히 감동받을만한 세심한 환대였다. 이미 찬물은 엎질러졌지만 나는 뒤늦게나마 두 번째 허니문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숙소는 공식적으로 3성급이지만 생각보다 컨디션과 시설이 많~이 좋았다. 사실 방갈로를 선택하는 대신 어느 정도 퀄리티는 포기했었는데 있을 거 다 있고, 깔끔하면서도 방갈로 느낌이 물씬 나니 이색적이고, 웬만한 4성급 호텔에도 감히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대대만족. 심지어 신혼여행이었던 이집트 후루가다에서의 럭셔리 리조트까지 소환되어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니, 이 정도일 줄 알았다면 어쩌면 신혼여행을 방비엥으로 왔어도 될 법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스트 내 생각. 아내는 아무리 그래도 신혼여행으로 라오스는 아니라며 바로 손절쳤다.(^^;;) 어지간하면 받아줄 법도 한데 아직 찬물의 냉기를 가득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짐 풀고 재정비 시간을 가진 후 방비엥에서의 첫 일정을 위해 우리의 공식 만남의 장소인 로비로 향하는 길. 가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서있는 모든 곳이 포토스폿이다 보니 아무리 나무늘보처럼 걸어도 2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사진 찍으며 걷느라 10분도 넘게 걸려 도착했다. 로비에서 입구로 나가는 길 역시 험난(?)했다. 한 걸음에 셔터 한 번은 이제 공식화 돼버렸다. 아무래도 앞으로 시간 약속을 정할 때마다 숙소를 드나드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이곳에 묶으러 온 것인가? 사진 찍으러 온 것인가? 물론 둘 다다. 잠도 자고 추억 남기고, 결국엔 숙소도 하나의 여행지이니까. 특히나 비엥타라 방비엥 리조트라면 더더욱.
비엥타라 방비엥 리조트 사진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와 강 건너편에 있는 방비엥 여행자 거리로 가기 위해 흙먼지 날리는 남쏭강변길을 걸었다. JYP와 숙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다른 방에는 해비 허니문이 없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하긴 모두가 허니문은 아닐 테니 그도 그렇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신혼부부인 걸 확실하게 알고 이벤트로 해줬다는 건데. 아니 대체 어떻게?!!! 그제야 밝혀진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 이 모든 게 호텔근무력 10년 짬빠에 빛나는 니나킴의 큰 그림이었단다. 숙소 예약을 할 때 프라이빗한 V8을 우리에게 줄 생각을 하고 신혼부부라고 미리 귀띔을 해놓은 것. 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오다 못해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당장에 보답할 수 있는 거라곤 감동한 만큼 니나킴을 외치는 것뿐이었다.
"대박! 센스 쩌러! (다 같이) 유니나! 유니나! 유니나!"
니나킴 덕분에 아내와 나에게는 라오스 청춘여행이 동시에 두 번째 허니문이 되었다.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안겨준 니나킴에게 감사를...
컵짜이 라이라이~ 니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