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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샌드위치를 찾았다

방비엥 렝블리 이모 샌드위치

by 트래볼러

방비엥에서의 첫 일정은...? 일단 배부터 채우고 가실게여~

비엔티안에서 아침으로 도가니국수 한 뚝배기한게 전부였기에 당이 떨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저녁에 야시장 구경하고 밤에는 사쿠라바에서 광란의 파티를 할 예정이었기에 반드시 에너지 충천이 필요했다. 그래야 흥도 나고 광란(狂瀾: 미친 듯이 날뛰는 사나운 물결, 미친 듯이 어지럽게 날뜀)을 일으킬 수 있는 법이니까. 바닥을 찍은 당을 급속충천 시켜줄 혈당 스파이크 메뉴로는 맛은 기본이고 든든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샌드위치로 정했다. 무겁기는커녕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 할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샌드위치와는 태생이 다르다. 10년 전 꽃청춘 라오스편을 챙겨본 시청자이거나 방비엥에서 직접 먹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 당시 세 꽃청춘들이 먹고 반했던 그 길거리 샌드위치 가게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하여 반가운 이모님을 만나러 방비엥 여행자거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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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남쏭강, 여행자거리로 가기 위해서는 저 반대편으로 가야했다
카약을 타고 강을 건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저 나무다리를 애용했다
레고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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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명물 버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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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동네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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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리 도착! 근데... 바닥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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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도 안 무서운 척 다리 위에서
다리에서 보는 남쏭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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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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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여행자거리, 열기구가 생각보다 낮게 날아 사람까지 보일지경 (실제로 손을 흔들자 인사해주었다)
흔한 방비엥 풍경 (배슨생의 사진 추천 포인트)

방비엥 여행자거리에는 다양한 길거리 노점들이 있다. 특히 숯불에 노릇노릇하다 못해 살짝 탄 듯 만 듯 보기만 해도 빠삭하게 구워낸 꼬치요리에서부터 바비큐, 생선구이들이 눈과 코와 귀를 자극했다. 만약 확실한 메뉴선정 없이 거리를 지났다면 분명 1가게 1취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샌드위치라는 정확한 목표물이 있었기에 일단 숯불 요리는 킵해두고 샌드위치 가게로 직진했다. 길거리 샌드위치 가게는 워낙에 한국손님이 많아서인지 가게마다 한글 메뉴는 기본이거니와 곳곳에 한글로 적힌 소개 혹은 호객 문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본래 우리의 타깃은 꽃청춘에 출연한 집이었으나 당시 보다 10살을 더 드신 이모님이 건강하게 잘 계신지 안부만 슬며시 살피고는 우리는 그 옆집을 선택했다. 이유인즉슨,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간판이 있었기 때문. [백종원이 칭찬할 집] 여기서 포인트는 단연 '할'이다. 아직 백선생님이 칭찬을 한 건 아니라는 얘기. 언젠가 백선생님이 먹으러 온다면 분명 칭찬을 할 거다!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물론 설마 백종원이 여길 오겠어? 하는 안일함에서 나오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으나, 한국에서는 믿고 먹는 백종원이기에 라오스에서도 백선생님을, 아니 렝블리 이모를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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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청춘집 옆, 렝블리 이모네, 라오스까지 뻗어있는 백선생님의 위상이 새삼 놀라웠다는

우리는 각자 1인 1샌드위치에 1음료, 그리고 사이드로 로띠를 하나 주문했다. 주문이 접수되자 렝블리 이모가 바빠졌다. 반들반들한 동그란 철판에 무심하게 툭! 바게트빵 4개를 올려놓고는 샌드위치에 들어갈 속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방비엥 길거리 샌드위치만의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 19세기에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영향 덕분(?)인지 일반 식빵 대신 바게트빵을 쓴다. 에펠탑처럼 긴 바게트를 싹둑! 썰어서 쓰는 것은 아니고 샌드위치용으로 쓰기에 딱 알맞은 사이즈의 바게트빵이다. 애초에 샌드위치용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빠삭한 바게트빵의 환상의 짝꿍으로는 다양한 재료들이 대기하고 있다. 소고기, 햄, 베이컨, 치킨, 핫도그, 참치, 아보카도, 각종 야채들까지. 이 재료들을 가지고 어떠한 조합도 가능하다. 샌드위치 메뉴판 번호가 16번까지 있는 이유다. 메뉴판에 적힌 공식 이름은 '샌드위치-버거'지만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길거리 샌드위치, 스트릿 샌드위치, 바게트 샌드위치 혹은 바게트 버거 등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는 길거리 샌드위치가 가장 편하고 직관적인 것 같아 제일 입에 붙었다.

주문 접수 후 바로 요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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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재료들

철판에 열이 오르자 서서히 하얀 연기와 함께 솔솔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다음은 계란, 베이컨, 햄, 치킨 등과 함께 각종 야채들이 맛있는 소리를 내며 귀를 자극했다. 재료들이 완성되고 나니 바게트빵에 입을 벌려 우걱우걱 입이 찢어져라 처넣었다. 그리고는 폭우가 내리듯 치즈를 사각사각 갈았다. 너저분했던 철판에는 이제 입이 꽉 찬 바게트빵과 계란만이 남았다. 계란을 마지막으로 위에 얹으니 화룡점정! 뜨거운 계란이 올라가자 눈처럼 쌓여있던 치즈들이 사르르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다. 방비엥 길거리 샌드위치 완성! 이제 한 입 크게 벌려 샌드위치를 영접할 시간. 아, 그전에 턱운동 필수다.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입과 턱의 가동 범위를 늘려놓아야 입 벌리기가 한결 편해지니까.

바삭!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서 퍼지는 각종 재료의 육즙이 대환장 파티를 벌였다. 심심해서 담백한 바게트빵과 짭조름한 속재료들의 궁합이 찰떡이다. 아삭한 야채, 쫄깃한 베이컨, 부드러운 계란, 바삭한 바게트빵까지 식감의 궁합도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 굳이 점을 볼 필요가 없는 궁합이다. 기대 이상의 그 이상의 맛! 마음 같아선 1개 더 먹고 싶었지만 하나 먹어도 배가 제법 찼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히 거뜬했다. 내 평생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렇게 연신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은 적이 있었던가...?


방비엥에서 인생샌드위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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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프 치킨 베이컨 에그(아래), 아내는 비프 햄 베이컨 에그(위에), 그리고 달달함의 극치인 에그 누텔라 밀크 코코넛 로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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