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영 Jul 28. 2018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기(2)

#2. 청춘, 시게트 페스티벌



2017.8.9~13 헝가리 부다페스트, 발라톤 호수(티하니마을) 여행기




@ 멘자식당의 굴라쉬와 토카이 와인


 부다페스트의 셋째 날. 드디어 그 유명한 부다페스트의 굴라쉬를 맛보았습니다.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맛집은 피하자 주의였는데 멘자의 굴라쉬와 토카이를 맛보고는 그래 맛집은 역시 맛집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와인의 팬은 아닌데 토카이로 와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지요. 이 날은 호스텔 말고 에어비앤비로 옮긴 날인데 방이 생각보다 넓고 쾌적해서 행복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거실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원더우먼 복장을 한 남자가 ‘Hi'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알고 보니 시게트 페스티벌에 가려고 준비 중인 영국 커플이었습니다. 이 날은 저도 대망의 시게트를 가는 날이었기에 굉장히 반가웠고 원더우먼보다 비단결 같은 머릿결과 핫한 복장을 소유한 그가 저의 기대치를 더 높여주었습니다.     


@ 국회의사당 내부
@ 국회의사당 내부
@ 국회의사당 내부
@ 국회의사당 내부
@ 국회의사당 내부
@ 국회의사당 내부
@ 국회의사당 내부
@ 이런 곳에서 정치를 논하면 어떤 기분일까
@ 국회의사당 모델
@ 낮에 보는 국회의사당
@ 시민들의 쉼터이기도 합니다
@ 국회의사당 앞 기념비

 시게트에 가기 전에 그토록 궁금했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가이드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이 화려한 외관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이 국회의사당만큼은 저의 그 기대보다도 어마어마했습니다. 여태까지 봤던 성당들이나 궁전들보다도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섬세한 금빛으로 둘러진 아름답고 정교한 건물. 여행을 다녀와서는 내용을 다 잊어버렸지만 부다페스트의 의미 있는 건물 임은 사진으로 다시 봐도 분명하구나 싶습니다. 나와서 둘러보는 한여름 한낮의 국회의사당은 마치 민낯을 드러낸 숙녀처럼 또 다른 순수한 아름다움을 은은하게 뽐냈습니다. 커다란 분수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몇 번이나 찍다가 시간을 확인하고서야 오부다 섬으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 시게트 페스티벌로 가는 길
@ 각종 음식들도 팔아요
@ 페스티벌을 즐기는, 세계 곳곳에서 온 청년들
@ 시게트 페스티벌

 버스를 한참이나 타고 내려서도 한참이나 걸어서야 도착했던 오부다 섬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습니다. 뮤직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제 친구들과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오부다 섬의 열기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송도에서 매년 진행되는 록 페스티벌도 꽤나 규모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유럽 유명 페스티벌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섬 전체가 축제 중이었고 수많은 인파가 춤을 추며 파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옷차림부터가 작정하고 이 축제에 나를 다 맡겨버리겠다는 자세였고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흥미롭고 신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는 뮤지션도 없었고 아는 노래도 없었지만 그냥 그 안에 속해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날. 어쩌다 대화를 시작하게 된 영국 청년들과도 함께 소리 지르고 맥주를 마시고 춤을 추었지요. 다시 이렇게 유럽의 페스티벌에 올 수 있는 여력, 금전적 여유도 없겠거니와 체력은 더  없겠지 라며 저도 그들과 함께 그 밤을 불태웠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로 뽑혔다는 부다페스트의 뉴욕카페
@ 부다페스트 까마귀식당의 오리스테이크


 그렇게 불태웠건만 아직도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정은 이틀이나 남아있었습니다. 낮에는 설렁설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로 뽑혔다는 뉴욕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조금 더 걷다가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검색모드로 돌입했습니다. 그러다 한 블로그에서 까마귀 식당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찾아갔고 그곳에서 흔히 말하는 인생 요리를 먹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오리스테이크인데 바닥엔 당면 같은 파스타가, 그 위에 훈제 오리 스테이크 한 덩이와 접시 가장자리에는 달콤한 소스가 예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맛. 어찌나 맛있던지 다음에 부다페스트에 오면 반드시 여기에 다시 와야겠다고 머리에 못을 박았답니다. 주변 거리를 구경하며 예쁜 카페도 보고 편집샵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마지막 숙소에 가서 짐을 풀었습니다.     


@ 낮에보는 전경은 또 다르군요
@ 화창한 부다페스트의 전경
@ 부다지구에서 내려다보는 페스트지구
@ 발걸음을 멈추게하는 노천카페
@ 부다왕궁
@ 부다왕궁
@ 부다왕궁
@ 드넓기도 하지요
@ 부다왕궁
@ 겔레르트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 시타델라 요새
@ 겔레르트에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립니다
@ 천천히 찾아오는 어둠
@ 핑크빛을 뿜어대기 시작
@ 국회의사당에 먼저 불이 켜집니다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점화
@ 가본 곳 중, 여전히 일 등으로 꼽는 부다페스트의 야경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녁에는 시타델라와 부다왕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생각보다 가는 길이 꽤 가파르고 멀었지만 한층 한층 올라가며 부다페스트를 내려다보니 꼭대기까지 반드시 올라가야겠다는 의지가 역력해졌습니다. 초저녁에 올라가 해가 천천히 지고 달이 뜨고, 자줏빛 하늘이 까맣게 변해가는 풍경을 보면서. 살면서 내 눈에 담은 그 어떤 것 중에 아름답다고 감히 생각했습니다. 이번 여정 중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많은 날을 있었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좋은 곳을 발견하면 그 전엔 ‘나중에 남자 친구가 생기면 같이 와야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상하게 이 여행은 그보다 더 추상적인 누군가를 데려오고 싶게 만들더군요. 나중에 가정을 꾸린다면 우리 가족을 여기로 꼭 데려와야겠다고. 자줏빛 하늘과 그보다 조금 더 보랏빛을 지녔던 도나우강을 한참이나 바라봤던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날. 세체니 온천 일정이 남아있었습니다. 세체니 온천은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는 정보에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볼 일을 보는 중. 오시면 안 될 것이 오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혈흔. 생리 예정일이 한참이나 남은 줄 알았는데 팔색이 되어버렸습니다. 온천행을 포기해야 할까 수많은 고민 끝에 난생처음 탐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지요. 부다페스트에 또 언제 올지 모르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2017년 8월 여름은 참으로 뜨거웠는데 하필 여행의 마지막 날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한여름에 추울 수도 있다’ 자랑하듯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체니 온천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고 시설에서는 오래된 역사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더블린에서 급하게 산 핑크빛 수영복을 입고 드디어 침수! 따끈따끈한 물에 몸을 녹이며 가족단위로 혹은 커플로 온 다른 관광객들을 구경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걸 참 좋아라 하지만 다음엔 온천만큼은 누군가와 함께 와야겠다고 다짐했더랬습니다.     


@ 안녕. 부다페스트. 반드시 다시 올 거야. 언젠가


 날씨가 추워 이 탕 저 탕 옮겨다닐 수가 없어 생각보다 일찍 탕에서 나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세체니 온천 후문의 공원도 참 예쁘더군요. 여기에 뚱뚱한 바나나 우유 하나만 내 손에 딱 쥐어져 있다면 완벽했을 텐데 입맛을 다시며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날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제가 그간 여행하면서 만난 호스트 중 가장 호탕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또 부다페스트로 놀러 오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뱉고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온천에 다녀왔더니 뜨끈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다시 멘자로 향했습니다. 따끈 얼큰한 굴라쉬와 토카이로 체온을 높이고 마지막으로 한낮의 도나우강을 한참이나, 정말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이렇게나 많은데 살면서 부다페스트로 다시 올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이 곳만큼은 꼭 다시 왔으면 좋겠다며 힘겹디 힘든 작별인사를 건네고 그 여름은 그렇게 저의 인생 한 막을 닫은 채 지나갔습니다.


@ 세체니 온천
@ 수영장같기도 하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