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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31. 2018

영국 잉글랜드 여행기(1)

#1. 브리티쉬 악센트에 대한 판타지를 채우러, 런던


2017.9.3~6 영국 잉글랜드 런던 여행기




 9월의 여행지는 저의 오랜 낭만의 나라, 영국입니다.(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무슨 낭만이냐고 물으신다면 브리티쉬 특유의 그 우아한 악센트에 대한 저의 집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부터 영국 영화를 볼 때마다 천천히 자라온 이 집착은 킹스맨에서 수많은 머리들과 함께 제 마음속에서 폭발해 버리고 말았지요. 사실 아일랜드에 오면서도 아일랜드가 영국과 가깝기 때문에 더블린에서 브리티쉬 악센트를 듣고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를 걸고 왔는데, 아이리쉬 악센트는 전혀 별개의 것이더군요. 가끔 영국 손님들의 억양이 들릴 때면 그가 여자든 남자든 마음은 콩닥콩닥 해집니다. 아무튼 빅벤, 런던아이와 같은 런던의 상징이라든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왕실, 아담하고 정교한 찻잔과 같은 것들을 차치하고서, 저의 목표는 ‘고급스럽고 멋들어진 잉글리시 악센트를 실컷 듣고 오리라!’였습니다.    

 

@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 컷
@ 낭만의 빨간 공중전화부스
@ 빨간 버스를 좇아
@ 영국 국기가 반가이 손을 흔들어주네요
@ 런던... 가는 길에 찍어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멋있지요?

 런던 루톤 공항에 내렸습니다. 지난겨울, 한국에서 더블린으로 올 때 히드로 공항에서 경유했었는데, 이렇게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어 런던의 땅을 다시 밟는구나 금의환향이라도 한 듯 감개무량했습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시내로 가는 버스 티켓을 공항에서 구매하고 바로 버스에 몸을 싣고 약 한 시간 정도 걸려 런던 중심가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빅벤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런던 시내의 첫인상은 뭐랄까 더블린의 시골 처녀가 상경이라도 한 모양새처럼 삐까번쩍하였습니다. 일정 높이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법이 제정되어 있는 더블린과 달리 런던의 반짝반짝한 파란 창문의 빌딩들은 한국의 부산을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더블린과 비교했을 때 더 바쁘고 포멀한 느낌이 거리에서부터 느껴졌습니다. 빅벤으로 가는 중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발견해서 한참 아래에서 건물을 바라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웨스트민스터 사원
@ 내부로
@ 내부로
@ 내부로
@ 홀리 워터, 성수


 마침내 빅벤에 다다랐는데 공사 중이라 시계 아래 부분이 철조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제길! 프라하 천문시계도 그렇고,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공사 중이람. 그래도 빅벤을 두 눈으로 보니 제가 디즈니 만화 중 가장 좋아했던 피터팬이 생각나면서 살짝 녹이 슬었을 동심이 먼지를 털며 돋기 시작했습니다. 랜드마크라는 것이 누구나 다 방문하는 그런 흔하디 흔한 장소가 될 수는 있지만, 랜드마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내친김에 런던아이를 가까이 보러 갔습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탑 위에 올라가기보다는 그 탑이 잘 보이는 반대편의 장소에 가는 걸 선호하기에 런던아이를 타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는데, 그 날은 저도 왜 그랬는지 발길 그대로 런던아이 티켓을 예매하고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 공사중인 빅벤
@ 드디어 런던아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 다리 위에서 만난 전통 복장의 백파이프 연주자


 일단 짐을 놓기 위해 숙소로 찾아가는데, 생각보다 시내에서 꽤 멀었습니다. 지하철로 30분이 조금 더 넘게 걸렸던 것 같습니다. 런던에 갔던 친구가 VICTORIA역에서는 시내 어디든 돌아보기 쉽다고 해서 VICTORIA에서 겨우 두세 정거장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알고 보니 한 정거장 당 거리가 우리나라 지하철 정류장 간 사이보다 훨씬 멀었던 것입니다. 런던 중심가의 숙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요. 어쨌든 그 유명한 ‘튜브’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오늘은 어디를 돌지 아주 간략하게 스스로에게 브리핑한 후 다시 튜브를 타러 갔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제가 가야 할 역이랑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바로 내린 뒤 노선도를 살펴보니 행선지가 두 갈래였습니다. 아이고! 지하철 전문가였던 나인데 지하철이 없는 더블린에서 생활하다 보니 노선 읽는 법도 다 잊었구나 실소가 나왔습니다.     


@ 조금만 기다리면 피터팬이 올 것 같은 풍경
@ 빨간 데커가 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 우중충한 런던 하늘 아래


 아까 방문했던 런던아이 밑 강변에 작은 점포들이 핫도그나 피자 같은 것을 팔고 있던 게 생각나 다시 그곳에 가서 핫도그(사실상 런던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를 흡입한 뒤 레스터스퀘어로 향했습니다. 즐비한 뮤지컬 극장들과 펍에서 칵테일 한 잔 하며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덩달아 설레기도 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제가 그리 사랑하는 ‘오페라의 유령’을 볼 거라 거리를 걸으면서 극장을 한 번 더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볼 필요도 없이 어느새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차이나타운과도 비슷한 느낌. 그렇게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행인이 다가와 저에게 길을 묻습니다. 아마 제가 이 차이나타운에 사는 현지인인 줄 알았나 봅니다. 저도 이 곳에 처음 왔다고 얘기하고, 야경을 실컷 구경하고는 숙소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 유일하게 맛있게 먹었던 핫도그
@ 레스터스퀘어
@ 레스터스퀘어
@ 레스터스퀘어
@ 레미제라블 간판이 보입니다
@ 런던 차이나타운


 돌아가는 길에 뭔가 살짝 아쉬워 숙소 근처에 있는 펍에서 맥주를 한 잔 즐겼습니다. 큰 TV가 스포츠 중계방송을 하고 있어 스크린을 보고 있던 중,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늘 그렇듯, “Where are you from?”으로 시작되는 대화. 저는 더블린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임을 밝히고 오늘 런던에 처음 왔다. 오늘은 여기, 여기, 여기에 다녀왔고 내일은 저기, 저기, 저기를 둘러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자가 더블린 생활에 흥미를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봐 대답을 하다 아직도 아이리쉬 악센트를 알아듣는 것이 어렵다며 아르바이트 일화를 들려주었더니 그가 이렇게 말합니다. “But you are actually speaking like Irish!” 그렇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에 아이리쉬 악센트가 저에게 배어들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스물아홉, 아니 스물일곱인 저에게 아직도 스펀지 같은 뇌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기뻤습니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 그 날의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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