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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31. 2018

영국 잉글랜드 여행기(2)

#2. 지금도 매일매일 기다려, 피터팬

2017.9.3~6 영국 잉글랜드 런던 여행기




 다음 날에는 일찍이 예매해둔 런던아이를 탑승하러 갔습니다. 줄이 그리 길지 않아 금방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탄 캡슐에는 두 가족단위가 있었고 저만 혼자 온 여행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하늘과 점점 가까워지며 런던의 시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어찌 보면 앞으로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만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기에 공중에 떠 있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혼자 있는 처자라 부탁하기가 쉬웠는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아이들끼리 한 장, 아이들 독사진을 제각각 찍어준 뒤에야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가족 다함께 한 장, 엄마 본인 독사진 한 장을 부탁하셨지요. 국적불문 나보다는 아이들,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는 건 엄마라는 존재의 공통점인가 봅니다. 그렇게 사진기사로 한 10분가량을 보내고 난 뒤에야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런던아이 내부
@ 캡슐 안에 있는 것 같아요
@ 점점 런던의 하늘로 올라갑니다
@ 아래 캡슐에게 인사도 해보고
@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
@ 안녕 빅벤
@ 빅벤과 빨간 데커들


 어느 덧 점심시간! Prep에서 먹는 작은 샌드위치는 이제 질리기도 해서 프랜차이즈로 보이는 파스타집에 들어갔는데 왜 이리 맛이 없는 걸까요. ‘영국과 아일랜드에게 음식이란...?’ 라디오스타식의 질문을 던지고 싶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비싼 값을 치르고 나와서는 영국 박물관으로 걸어갔습니다. 9월이라 선선한 날씨에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도로를 다니는 빨간 더블 데커와 특정 거리마다 오똑 서있는 빨갛고 둥그런 우편함, 그리고 간간이 시야에 들어오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너는 지금 런던을 걷고 있어’라고 상기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 왔던 목적. 질서 없이 흘러들어오는 여러 사람들의 브리티쉬 악센트는 제 귀를 참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아! 나도 브리티쉬 악센트 쓰고 싶다!’하는 부러움 섞인 탄식마저 자아냈지요.


@ 대영박물관을 지나


 그리고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 테이트모던으로 향했습니다. 테이트모던으로 가려면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야 했습니다.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세워졌다는 테이트모던과 밀레니엄 브리지. ‘밀레니엄’하면 2000년에 태어난 사촌동생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우리 아들은 밀레니엄 베이비야’하던 작은아빠의 행복한 목소리를 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 예뻐했던 갓난아기였던 동생을 사정 상 17년만에야 만날 수 있게 되었었지요. 아기 때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이 180cm 가까이 키가 훌쩍 큰 남고생. 저의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해 쭈뼛쭈뼛 어색해 하는 나의 혈육을 보며 그 밀레니엄 베이비가 이렇게나 컸구나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래 너도 너만의 역사가 있었겠지 완전한 개체인 타인으로도 느껴지던 그 순간. 다리를 건너며 그 동생을 생각했습니다. 딱 동생만큼의 나이를 먹었을 이 다리 위에서. 나는, 혹은 우리는 또 얼마큼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며.     


@ 테이트모던 가는 길
@ 밀레니엄 브릿지


 테이트 모던에서 한국인 가이드를 우연히 만나 이동 순서를 새겨듣고 전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현대 미술관이라 설치 미술이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작품 앞에 구비된 설명서를 열심히 해석해가며 그 추상적인 표현을 애매모호하게라도 이해해보려 투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테이트모던 구경을 시작합니다
@ RUN from FEAR, FUN from REAR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벌써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다시 런던 시내로 돌아와 밤의 런던 거리를 활보하였지요. 그리고 빅벤으로 향했습니다. 그 밤의 빅벤은 팅커벨 같은 연두색 빛을 은은히 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런던아이는 붉은색으로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푸른빛을 띠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코카콜라를 스폰서로 두고 있어 빨간 조명을 설치했다는 런던 아이. 그 모습은 어찌 보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떠올리게도 만들었습니다. 나의 동심을 가장 많이 애태웠던 피터팬을 기다리게 하는 빅벤과, 욕망을 실은 전차 모양의 붉은 런던 아이 한 가운데에 가만히 서서는, 내가 밟고 서있는 지금의 이 위치가 나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다만 어디에 더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의문을 품어보며. 어쨌든 숙소로 가는 길은 빅벤 쪽으로 향해야 했기에. 빅벤을 향해 걸어가며 나 역시 아직은 동심에 좀 더 가까이 마음을 붙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가을의 밤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 런던시내의 밤
@ 활활 타는 런던 아이
@ 옆 건물마저 붉게 물들입니다
@ 피터팬이 보이시나요
@ 둘째날 밤은 이렇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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