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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Jul 31. 2018

영국 잉글랜드 여행기(3)

#3. Phantom of the opera 와 함께 걷던 런던

2017.9.3~6 영국 잉글랜드 여행기




 벌써 셋째 날. 그렇지만 이번 여행은 왜인지 시간이 가는 게 그리 아쉽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런던에 너무 큰 기대를 했었는지 더블린과 상당히 흡사한 배경들은 저를 약간 실망시켰지요.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했습니다. 전날 봐 둔 카페에 들러 스콘과 홍차를 즐겼습니다. 스무 살 때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콘을 처음 접했고, 그때부터 참 꾸준히도 좋아했습니다. 스콘과 함께 쨈과 버터가 서빙되었습니다. 아이 참.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지방의 유혹이란. 하지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식으로 체험해보는 거지 암암 스스로의 만행을 눈감아주었지요. 스콘을 반으로 갈라 버터와 딸기잼을 듬뿍 바른 뒤 조금씩 잘라 스콘 한 입, 우유를 조금 곁들인 홍차를 한 입, 스콘 한 입, 홍차 한 입. 여유의 맛이란 이런 것이군 하며 내셔널 갤러리로 가는 길을 검색했습니다.          


@ 전날 케이크 구경을 하고 다음 날 방문
@버터리한 스콘과 고소했던 홍차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궁전이나 갤러리 입장료도 적지 않아 부담이 되곤 했었는데 영국은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무료라서 부담 없이 실컷 구경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드디어 한국어 가이드를 빌릴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갤러리가 너무 넓고 작품도 무지하게 많아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가이드를 따라 설명을 듣고 작품을 감상하려 노력했습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많은 갤러리와 건축물들을 구경하고는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이게 정말 어떤 뜻이 담겨있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완벽하게 받아들이기는, 미술 문외한인 저로서는 참 어렵습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제 친구 왈, 인생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면 작품 앞에서 눈물을 철철 흘릴 정도로 전율을 느낀다는데, 저에게도 그런 작품이 나타나서 그런 감명을 경험할 수 있기를 늘 바랄 뿐입니다.           


@ 내셔널갤러리/대영박물관
@ 갤러리 안


 바로 옆이 영국 박물관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손가락에 든다고 하는 말이 참이구나 싶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하루에 내셔널 갤러리와 박물관 두 곳을 둘러보려니 너무 벅찼지만 시간이 없는 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순서대로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나중에는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흘러갔던 듯합니다. 각 대륙별로 분류되어 있던 전시실. 아무래도 저는 한국사람 인지라 아시아관에 있는 한국실로 먼저 냅다 달려갔지요. 박물관을 둘러보며 세계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또 다른 수많은 개체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들은 모두 상대적이구나 하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같은 시기에도 확연히 다른 옷의 모양이나 도구의 모양 등. 정말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 대영박물관 내부
@ 자세히 보면 100원을 찾을 수 있어요


 이번엔 버킹엄 궁전으로 가는 길. 가는 길에 로열 알버트 홀과 하이드 파크에 들렀습니다. 날씨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사진만 몇 장 찍고는 궁전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지요.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근위병 교대를(화려한 교대식이 아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검은 털모자, 빨간 재킷에 긴 총을 들고 발맞춰 걸으며 한 두 명씩 교대를 하는 모습이 영화도 아닌, 만화처럼 보여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드디어 버킹엄 궁전으로 입장. 개인적으로 유럽여행의 백미는 궁전 관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실의 역사를 가장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엘리자베스 여왕이 많은 나라 수상들과 만나며 주고받은 선물을 아주 세세히도 소장해놨던 전시였습니다. 한국인 본능이 또 튀어나온 저는 한국 대통령과 관련된 전시는 없을까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아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 공사중인 로열알버트홀
@ 하이드파크
@ 버킹엄 궁전으로
@ 버킹엄 궁전

 밖으로 나오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우산도 없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구글로 다음 이동지로 가야 하는 저에게는 악수였지요. 'PORTNUM&MASON'이라는 찻집으로 향했습니다.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이 찻집에서는 아주 예쁜, 색색 깔깔 컨테이너에 담긴 차를 팔고 있었습니다. 차의 풍미를 더해줄 쿠키는 물론, 입술을 대기에도 아까울 듯한 아기자기한 찻잔도 많았습니다. 한 한 시간 정도는 구경했던 듯합니다. 나오면서 제가 마실 것과 친구에게 선물할 차도 샀습니다.           


@ PORTNUM&MASON


 마지막 일정은 ‘오페라의 유령’ 관람이었습니다. 이 뮤지컬이 상영할 ‘Her Majestic’s Theatre’는 오직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 만들어진 꽤 오래된 극장이라고 합니다. 그 사실이 저의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 음악 선생님이 보여줬던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엄청난 감명을 받았던 저는 그 후로도 여러 번 그 영화를 봤고 사운드트랙은 말할 것도 없이 자주 듣고 있지요. 그런 저의 소중한 Favorite을 오리지널로 볼 수 있다니! 굉장히 뜻깊었습니다. 팬텀이 크리스틴을 지하로 데려가는 장면은 말 그대로 소름이 돋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 ‘The point of no return'에서는 아주 무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감상에 젖은 채였던 지라 황홀경에 입각하여 홀랑홀랑 거리를 걸었습니다.         


@ 오직 Phantom of the opera만을 위한 극장
@ 카메라로 찍지 못해 화질이 좋지 못해요


‘Let your mind starts a journey through a strange new world! Leave all thoughts of the world you knew before.’ 아마 팬텀이 제 촉촉한 발걸음을 따라오며 저에게 속삭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저는 런던에서의 공식적인 마지막 밤에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버렸지요. 그리곤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작지만 꼼틀꼼틀하는 제 마음속의 무언가가. 제어해보려 했지만 결국엔 또 그렇게 쉽게 놓쳐버린 헬륨 풍선처럼, 철벽을 뚫고 피어오른 타인을 향한 저의 드문드문한 감정이.                  


 다음 날, 에든버러에 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시청사와 타워브리지 쪽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중국 운남성에 갈 때 비행기를 한 번 놓칠 뻔한 경험이 있어 공항 공포증이 생긴 저는 항상 공항에 2시간 이전에 도착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여유 없이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겨야만 했지요. 시청사와 더 샤드는 부산 센텀시티를 상기시켰습니다. 높고 파란 창문의 건물들. 그래서인지 사실 개인적으로 그리 특별하진 않았던 듯합니다. 타워브리지는 참 멋지게 지어져 있었습니다. 또한 런던탑 외관은 흐린 날씨조차 협력해서인지 감춰졌을 지 모를 어두운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야속한 시간이여. 영국은 가까우니까 마음만 먹으면 다시 올 수 있을 거라 자위하며 보로마켓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 런던 탑
@ 타워브리지


 저는 확실히 도시보다는 소박한 볼거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긴 지하 터널을 지나자 마치 우리나라 전통 재래시장 같은 곳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치즈, 생선, 잼, 과일, 야채 등 다양한 식료품뿐 아니라 빵, 케이크, 주스, 햄버거, 스테이크, 홍합, 해물볶음밥 등 식사 거리도 팔고 있었습니다. 다시 그 날을 생각하니 그 많은 음식의 향기가 다시 피어오르는 듯합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석쇠에 구운 햄버거를 선택하여 생과일주스를 곁들였습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지요. 쨈이나 트러플을 사 가고 싶었는데 공항 액체 규정이 걱정되어 포기했습니다. 도무지 뭔가를 더 사지 않고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아 치즈케이크를 하나 사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적우적 다 먹어버렸지요. 버스 안에서 안녕 런던을 외치며, 이제까지 여행 중 Top 3에 손꼽히는, 전혀 기대치 않았던 에든버러로 향했습니다.       


@ 보로마켓 입구
@ 계속 사진만 찍고 있으니 시식해보라고 권유해주신 친절한 아저씨
@ 아저씨께는 죄송하지만 시식 후 석쇠햄버거를 사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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