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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Aug 06. 2018

이탈리아 여행기(4)

#4. 랜드마크 피사를 넘어 친퀘테레로

2017.10.22~30 이탈리아 밀라노/꼬모-베네치아-피렌체(피사)-친퀘테레-로마 여행기




 다음 날 아침, 뷔페식 조식으로 속을 알차게 채운 후 피렌체 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피사에 들렀다가 친퀘테레로 넘어가는 날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발자국만 찍고 떠나는 여행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랜드마크에는 발자국을 좀 찍어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무리한 일정을 짜게 되었지요. 피사에 내려 단 한 시간, 그리고 다시 친퀘테레로 가는 기차에 타야 했습니다. 기차에 탄 지 얼마 안 되어서 피사에 내렸는데 나가는 출구를 못 찾아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남은 40분 안에 탑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일단 시도해보자! 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생각보다 버스가 금방 도착해 쨍쨍한 하늘 아래 덤벙 놓인 것처럼 보이는 피사의 사탑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기울어져 ‘어어 쓰러지는 거 아니야?’싶었던 탑. 교과서라든가 인터넷에서 하나의 상징물로 배워왔던, 실제로 그 기울어진 건축물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굉장히 묘했습니다.      


@ 피사의 사탑
@ 피사의 사탑


 시간이 없어 더 가까이 가진 못하고, 정말 그저 발자국 딱! 사진 한 장 찰칵! 찍고는 피사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정말 라 스페치아로(친퀘테레로 가는 역). 친퀘테레는 제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다섯 개의 보석이라는 뜻을 가진 다섯 개의 마을.(리오마죠래, 마나롤라, 코르니글리아, 베르나짜, 몬테로쏘) 친퀘테레를 알게 된 건 비정상회담을 보던 중 알베르토의 소개 때문이었는데, 마치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 듯이 친퀘테레를 끙끙 앓게 되었지요. 참 신기한 게, 미디어를 통해서든 책을 통해서든 우연하게 제 마음에 한 번 들어온 장소는 무서울 정도로 저를 조종하여 꼭 그곳에 발을 딛게 만들고 신비롭게도 그곳을 사랑하게 됩니다. ‘첫눈에 반한다’라는 말을 어릴 땐 믿지 않았는데, 아마 이런 데에 쓰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친퀘테레의 첫 마을, 몬테로쏘


 역시나 연착된 기차로, 하루에 4번 있는 숙소행 버스를 놓쳐 버리고 저는 즉시 계획을 변경하여 역에 짐을 맡기고 몬테로쏘로 향했습니다. 역무원이 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기차가 파업이라고 합니다. 이런. 어떻게 동선을 짜야 가장 경제적으로 친퀘테레를 둘러볼 수 있을까 머리를 열심히 굴려댔지요. 그런 와중에 검표원이 표 검사를 했는데 개시를 하지 않은 표를 들고 있던 저는 잔뜩 혼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벌금이 500유로다! 이번 한 번만 봐준다는 말로 다행히 넘어가 내리자마자 개시를 했더랬습니다. 우리나라엔 없는 제도라 아직도 이런 것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르질 않는 것 같습니다. 라스페치아에서 제일 먼 몬테로쏘로 갔습니다. 오후 끝물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었고 너무나 조용했던 몬테로쏘는 실망적이기만 했습니다. 아마 그 날 하루 동안 뭔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제 기분이 별로였던 탓일 겁니다. 가방은 무겁기만 하고 좋은 걸 봐도 행복해지지가 않는 상태였습니다.     


@ 친퀘테레 베르나짜


 그리고 다시 기차를 타고 베르나짜로 향했습니다. 정말 작았지만 소소하니 예뻤던 마을. 저는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고 이리저리 마을을 구경했습니다. 몬테로쏘가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였다면 베르나짜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을 한참이나 거닐다 배가 고파 바다 앞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에 앉았습니다. 이제 피자나 파스타는 조금 지겨워져 색다른 요리를 시켰습니다. 지중해식 문어요리였는데, 조금 짜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제가 사랑하는 해산물을 바다 앞에서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버스 시간이 다되어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 바다 앞에서 문어요리


 이걸 놓치면 정말로 이젠 숙소에 갈 수 없기에 엄청난 긴장상태였습니다. 구글에는 이쯤에 온다고 나와 있는데 혹시나 틀렸으면 어쩌지, 숙소까지 충분한 택시비가 있나 전전긍긍하던 그때,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혹시... OOO 호스텔에 가니?” 세상에나. 마치 오랜 동지를 만난 것마냥 기뻤습니다. “버스가 안 올까 봐 걱정되지 않니?” “친퀘테레에는 언제까지 있니?” “내일은 계획이 뭐야?” 등등 대화를 나누며 불확실한 버스를 함께 기다렸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사브리나, 미국 국적으로 로마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동안 다행히 버스가 왔고 저희는 함께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숙소는 기대보다 훨씬 예쁘고 아늑했습니다. 숙소를 너무 멀리 잡은 게 아닌가 했는데 그래 이 정도 비주얼이라면 용서해준다!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지요. 오늘 무거웠던 마음을 녹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여유롭게 여행하기를 바라며.


@ 숙소 앞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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