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태도와 감각
"감각의 근거를 권위에서 찾고 있는 거죠."
"피드백을 깨닫는 일 자체가 이미 감각이니까요."
"사람은 재능과 감각을 갖고 있어도 스스로는 '할 줄 아는 게 당연한 일로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 그 능력이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재능이고 특기라는 사실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하는 감각이란 사전에 계획하기는커녕 자기 인식이나 자기 평가조차 불가능한 면이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항상 이런 객관적인 관점이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깃들어 있어요. (중략) 최악인 경우는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입니다. 자신을 전혀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모르니까요."
"요즘에는 제네럴 리스트라고 하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처럼 그 역량을 축소시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본래 '제네럴'은 총괄자, 한 마디로 수장이죠. 조직 전체를 지휘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Q1. 나에게 직업이란 어떤 의미인지.
Q2.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의 척도는 무엇인지.
Q3. 직업을 택하는 데 있어 내가 중요시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Q4. 일을 왜 잘하고 싶은 건지.
읽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즉, 문제 해결력이 높은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 풀이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다르니까요.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 사람과 있으면 든든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팀이나 조직이 건실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반면 일을 못한다고 느낀 사람은, 정해진 것만 수행하는 능력이 있거나 사고의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는 수년간 있어온 경력을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으로 생각하는 이들이었죠. 경력이 능력을 대변하지 않지만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경력이 곧 능력이고 커리어 자체가 곧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에 대한 제 파편적인 생각들이 쫀쫀하게 이어짐을 느꼈습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었거나, 얼핏 알고 있던 내용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제 것이 되는 과정이랄까요. 책에서 얻은 배움을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 지점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시대성에 현혹되지 않고, 감각을 기르기 위해선 나의 컴포트 존(Comfort Zone) 밖의 것들을 계속해서 흡수해야 합니다. 왜냐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나를 성장시키기 마련입니다. 단순하게, 특정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한 가지의 기술보다도, 특정 시간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고 도전을 즐긴 사람만이 감각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하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능숙해지기를 원했지만 익숙해지고, 자기가 하던 업무 스타일에서 크게 변하지 않으려고 하죠. 매번 해 온대로 하게 됩니다. 책 속에서 지속적으로 카레가 떨어지지만, 기술적으로 매너 있게 사과하는 승무원처럼요. 물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기에 문제 해결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수준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늘 해오던 대로 관행처럼 진행하게 되죠.
기술은 점차 범용적으로 확장될 것이고, 자기 취향을 가지고 자기 문화를 가진 감각적인 이들은 점차 희귀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교육의 방향성도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스펙으로 무장된 배운 인간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워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합니다. 에릭 호퍼의 말처럼,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삶을 분석하고 설명하려 하지만, 감각은 경험하는 것 그 자체를 말합니다. 경험으로 다져진 감각의 힘이 위대함을 한 번 더 느끼네요. 물론 경험은 해보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매번 경험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나쁜 경험도 나를 만들어내는 과정 중 하나이고, 좋은 경험도 나를 만들어내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확실한 건 경험을 하고 나면 이전에 있었던 불순물, 이후에 드는 불순물이 확연히 사라진다는 점이죠. 경험을 통한 체험은 일종의 인생의 용광로이고, 용광로에서 나와 식혀진 것들이 나만의 감각으로 다져지는 게 아닐까요?
앞으로는 내 주변의 것들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배워가는 삶을 지향해야겠습니다. 이 방법만이 '나만의 것'을 만드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를 남기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