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인 마케터의 생존형 브랜딩
[목차]
1. 퍼스널 브랜딩 = 가치 제공
2. 퍼스널 브랜딩은 '포장 기술'이 아닙니다
3. 퍼스널 브랜딩은 '인상을 남기는 일'이다
4. 인상을 남기고 내가 얻은 것
5. 퍼스널 브랜딩은 축적과 발산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용어는 모두가 사용하는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대중적인 키워드 이상입니다. 트렌드입니다. 개인 브랜딩의 중요성이 자꾸 주목되는 건, 노동 가치의 하락과도 연결됩니다. 하나의 직업이 벌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기에 퇴근 후 삶에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른 활동이 필요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근 이후에 삶에서 갖게 된 부업(흔히 말하는 N잡)에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본업을 그만두는 일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부업은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도록 돕는 주요 수입원이 되었죠. 자신의 분야에서 크리에이터나 전문가가 되어 주체적인 삶의 모습을 갖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며 너도 나도 퍼스널 브랜딩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꼭 매번 유익하거나 유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가 될 수도 있죠. 좋은 정보를 가공해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단순 정보성 제공은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들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Chat 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단순 정보를 찾는 건, 검색보다 더 쉬워졌습니다. 정보는 Chat GPT에게 물어도 충분히 얻을 정도가 되었죠. 그러다 보니 이전과 동일하게 정보성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 일부 유튜버처럼 지식 큐레이터가 되어 시청자에게 최고의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법이 있죠.
큐레이터가 되려면 정보를 분류하고 처리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는 어렵습니다. 이 역량을 구축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은 단순히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고, 더 있어 보이게 만드는 포장 기술이 아닙니다. 결과의 임팩트를 보장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역량을 쌓기보다 '브랜딩'에 집중합니다. 브랜딩은 지속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브랜딩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기반을 둔다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몇 달 후에 운영되지 않는 계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 브랜딩은 소셜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이 아닙니다. 내가 속한 직장, 내가 속한 커뮤니티 등에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전 브랜딩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그런 경험도 없지만 브랜딩에 있어 필요한 영역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심고,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정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저라는 사람'이 생각나도록 하는 것. 또는 '김태완이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죠.
세상에는 저를 아는 사람보다 저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는 모르는 사람에게 저라는 존재를 알리기에 적합하죠. 시간과 지역은 한정적이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이를 초월해 다양한 사람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제가 세상에 저라는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디지털 매체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역행하는 인간이 되는 게 즐거웠습니다. 잊히고 있는 가치나, 재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라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를 소개할 수 있는 한 줄 문구를 만들었습니다.
애플 펜슬보다 팔로미노 블랙윙을 좋아하는 사람
애플은 대표적인 IT기업입니다. 애플펜슬은 특히,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중요한 도구죠. 쓴다는 행위, 그린다는 행위를 지속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이에 대척점에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연필이더라고요. 애플펜슬은 충전해서 쓰고, 소멸되지 않지만 연필은 이와 달리 깎아내서 쓰고 소멸되면서 불멸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나타내기에 좋은 말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저를 소개할 때 저 문장으로 소개하곤 합니다. 보통 이렇게 소개를 하면 사람들이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윙이 뭔가요?' 하고요. 애플펜슬은 다 알지만, 블랙윙은 쓰는 사람만 아는 도구입니다. 직장이나 직업으로 소개하지 않으니 질문을 받게 되죠. 상대방의 관심을 사고 질문을 받으니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좋은 소재가 됩니다. 그리곤 설명해 드리죠. 팔로미노 블랙윙은 연필이고, <분노의 포도>로 유명한 존 스타인 벡이라는 작가가 좋아했던 연필이라고요.
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스토리가 생깁니다. '스토리'는 인상을 남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쓰는 이유는 궁금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이 시대에 연필로 글을 쓰는 건 왜 그 연필을 쓰는지 궁금하게 만들죠. 특히, '특정 브랜드'의 연필이라면요. 새롭게 만나는 분들에게 명함이 아닌 연필을 선물하곤 합니다. 제게 있어 명함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연필은 경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존재감을 알리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무엇이 필요할 때 나를 찾아올 수 있게끔 만들어두는 게 필요하니까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삼겹살을 팔려고 하는데, 돼지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곳에서 판매를 하면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에서 나를 알릴 것이냐는 전략입니다.
- 누군가의 생각이 누군가의 영감으로 <누생누영>
IT스타트업과 창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을 시절, 마케터라는 커리어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 같이 커왔던 커뮤니티 <누생누영>입니다. 이 커뮤니티의 슬로건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단순한 생각이 누군가에겐 영감으로'라는 말이요. 주니어 레벨의 마케터고 모르는 게 더 많았던 시절이라, '내가 이렇게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순간에 힘을 실어주었던 곳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주니어 분들이 많았던 곳이라, 누생누영에 꾸준히 마케팅 관련 콘텐츠를 발행했습니다. 그 덕분에 <마침반>이라는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아, 제가 진행한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책을 만들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누생누영이 아니었으면 누가 1년 차가 경험한 마케팅 프로젝트로 책을 써볼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IT스타트업과 성장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곳 <디스콰이엇>
1인 마케터로 살아온 저는 '다른 마케터는 어떻게 일을 할까?', '다른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가고 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제가 맞게 행동하는 것인지 제 선택과 판단이 옳은 것인지 내부에서 확인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비슷한 고민의 결,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곳에 글을 쓰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회고와 생각 나눔에 진심이었기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많이 있었고, 제가 이곳에서 얻는 인사이트도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SBC Talk Night라는 세션을 통해 회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꾸준히 일에 대한 글을 남기지 않았으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습니다. 그렇다고 디스콰이엇에 매일 글을 남기거나, 매주 남기거나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배운 점이 있었을 때 종종 남겼죠. 중요한 건 '내 생각'을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쌓아온 축적의 시간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줍니다. 꾸준함은 단순히 양적인 측면이나 빈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만큼 진심을 다해서 그 행위를 해왔냐라고 생각합니다.
-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200km_wanny>
마케팅을 주제로, 마케터 분들 또는 마케터를 희망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공간이라 느낍니다. 긴 글이 아닌, 짧은 단상을 쓸 때 레슨런을 기반으로 주로 내용을 남겼습니다. 이미 마케팅 관련한 '정보'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분들은 너무나 많아서, 브런치에서나 올릴 법한 글을 요약해서 올리는 형태로 작성했습니다. 팔로워를 모으는 일보다 중요했던 건 '실패를 통해 배움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사람'으로, '회고'에 진심인 사람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덕분에 좋게 봐주는 이들이 많으셨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킹은 다른 이에게 저라는 사람의 인상을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첫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단초기도 하죠. 내 관심사나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네트워킹 효과를 기대하기에도 용이합니다. SNS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알리는 행위라면, 이런 밀도 있는 네트워크를 찾는 건 더 촘촘하고, 단단하게 다지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 글쓰기 부트캠프,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은 종목님이 운영하는 글쓰기 부트캠프로,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이곳은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성장'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저는 '이전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향상심을 가지고 있고, 발전하길 원합니다. 문제는 혼자 성장하는 일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죠. 그러나, 함께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면, 권해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이 클럽에서는 마케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진솔한 생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보지 못하는 영역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글쓰기 클럽에서 글을 쓰면서 2번이나 우수 글쓰기로 선택된 것도 좋았습니다. 꾸준한 글쓰기를 해온 일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죠.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결될 수 있던 점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마케터들의 모임, <마이파이>
1기/2기 모두 참여한 곳으로 마케터들의 성장을 위해 '리바이 용훈 님'께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케터로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얻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어요. 주차별로 과제도 제시해 주셔서 직접 피드백을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생각의 틀을 부시고 넓혀가는, <BZCF 독서모임>
양질의 생각을 마주하는 것과 독서를 하는 일 모두 어렵게만 느껴지곤 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죠. 이 독서모임은 새로운 눈을 장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관점을 바꾸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했죠. 중요한 건 지식의 체화과정이었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종사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며 저만의 관점을 견고히 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 이슬아 작가님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능 없는 꾸준함이 꾸준함 없는 재능을 이긴다."라는 말인데요. 글쓰기가 좋아서, 내 생각을 만들어가는 게 좋아서 남겼던 행동들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남들은 선호하지 않는 단어인, '실패'를 가지고 책을 썼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게 보이기도 하지만 제겐 소중한 단어 중 하나가 실패입니다. 최소한의 리소스로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하는 마케터라는 직업이 할 수 있는 건 끊임없는 가설 검증과 실험의 반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과정 속에서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더더욱 실패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마케팅에 대한 생각을 평소에 정리해서 남겨두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제안도 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마케팅 외에도 꾸준히 써갔던 글쓰기를 통해 뉴스레터를 만들고, 책 <계절의 갈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하자는 제안이 아니었으면 써볼 생각도 못했던 책이었죠. 두 권의 책 모두 공저로 참여했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는 제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양한 인사이트를 남겨주시고 있는 <에필로그> 레터 운영자님과의 특별한 인연 덕분에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생애 전반을 돌아보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에필로그> 구독자 분께서 제 인터뷰를 보고 좋은 영감을 얻으셨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죠.
<오글클> 1기에 참여하면서 오글클 1기 마무리 강연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다 자세하게 알려드릴 수 있었고, 인스타 DM으로 좋은 생각 공유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저라는 사람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브랜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제가 브랜딩을 해가는 과정을 톺아보면서 이 이야기를 한 줄로 정의하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축적과 발산의 과정'을 겪는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단순히 나를 더 알리고, 나라는 사람이 더 대단하게 만드는 포장 기술이 아닙니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알리고,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과정을 담는 현재 진행형에 가깝습니다. 지속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야 브랜딩입니다.
축적의 과정 없이 발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브랜딩은 잘못된 브랜딩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SNS에서 계정을 만들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보내는 시간만이 '퍼스널 브랜딩'이 아닙니다. 내가 속한 직장에서, 내가 속한 곳에서 나에 대한 가치를 계속해서 축적해서 올리는 게 진짜 퍼스널 브랜딩입니다.
가치 있는 브랜딩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나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핵심 키워드나 문장을 만들자
2. 나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찾자
3. 성장을 추구하는 밀도 있는 네트워크에 들어가자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