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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Nov 05. 2023

점점 더 씩씩해지는 것 같다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씩씩함이 친구들에게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꽤나 아프게 배웠습니다."


지난주 있었던 이슬아 작가님의 '사랑과 글쓰기' 강연 중에 나온 말이다. 나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것 같았다. 어떨 때는 친구의 씩씩함 때문에 내가 아팠고, 그래서 어떤 때는 내가 씩씩했기 때문에 분명히 누군가 아팠을 것이다. 마음이 시큰거렸다.


다음 달에는 3년 전에 촬영을 시작했던 장편 영화 <최초의 기억>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또 임상 심리사부터 기자, 시각예술가, 감독 등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섭외(?)도 끝내놓았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기&글쓰기 워크숍도 열어볼 예정이다. 직장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알음알음 알게 된 대표님들이 개인적으로 좀 도와달라고 연락을 하시는데 그것들을 전부 회사 프로젝트로 돌리고도 있다.


덕분에 나를 배우이자 작가이자 VC에 재직 중인 직장인으로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좀 더 길어졌다. 나는 이 소개가 꽤나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럴듯해 보이라고 만든 소개이기 때문이다. 전부 운이 좋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동시에 내 소개의 씩씩함이 누군가를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회사 커리어를 지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부럽다는, 계속하는 게 멋지다는 말을 요즘 들어 많이 듣기 때문이다. 안유명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퍼스널 브랜딩' 차원일 뿐인 것을....


'사실은 나도 졸라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좋은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건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 맞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나 인사이트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순전히 직장 덕분이다.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주는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미래는 뭘 해도 보이지 않기에 오늘도 소리 내 울었지만 객관적으로 상황이 좋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친구들과 무엇을 함께 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웬만하면 무언가를 같이 하고 싶다. 자신의 작업에 나를 초대해 준 민진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그녀가 원하는 걸 함께 만들어주고 싶고, 워크숍을 잘 기획하여 정당한 대가와 함께 이슬과 동욱도 초청하고 싶다.


또 뭘 해볼 수 있을까. 그냥 편하게 연락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인사팀으로 일한 짬바가 있으니 생계를 위해 커리어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조언도 가능하다. (일자리 소개 주선도 몇 번 해보았다) 그러니 혹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 주시길. 결국 '같이' 견디기 위한 방안을 생각 중이다. 씩씩해서 견디는 게 아니라 견디니까 점점 더 씩씩해지는 것 같다. 적어도 친구들의 씩씩함 앞에서 마음이 다치지 않을 만큼은 더 씩씩해져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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