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사람 May 19. 2023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딱 하루만 먼저 떠났으면 해

임보: 임시보호->임종보호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이름은 하늘이라고 지었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에서 따온 ‘하늘’이다.


하늘이는 주인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같이 있었던 노견은 안락사로 죽고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혼자 남겨진 아이였다.


누군가 중성화 수술을 시켜 안락사까지 시간을 조금 벌려놓았고, 구조 문의가 들어오면 그때 구조진행된다는 임시보호 공고 글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사진으로만 본 강아지였지만 잔뜩 겁에 질린 듯한 하늘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아가, 우리 조금 더 살아보자. 할머니에게 받아 온 사랑이 온통 하늘이의 세상이었을 텐데, 앞으로도 세상 무서움 모르고 해맑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사랑 속에서만 살았으면 한다.


임시보호 생각으로 하늘이를 데리고 왔지만, 어느새 벌써 나의 가족, 나의 전부가 되어버린 하늘이를 누구한테 보낼 수 있을까.


하늘이는 내 삶에 찾아와 준 천사 같다.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으라고 하늘에서 내게 주신 선물 같기도 하다.


똥 잘 싸면 예쁘고, 밥만 잘 먹어도 행복하다. 내가 전부인 것처럼 졸졸 따라다니고, 딱 붙어서 쓰다듬어 달라고 낑낑거리고, 앵무새한테 예쁘다~ 칭찬하면 질투하고, 안아달라고 앞발 들고, 출근하면 기운 빠져있다가도 퇴근하면 활짝 웃으면서 장난도 치고. 내가 있으나 없으나 행복했으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건 숨길수가 없다.


이 천사를 보고 있으면 내가 그렇게 재미없어했던 삶을 잘 살아보고 싶어 진다. 내가 행복해야 하늘이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언젠가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와 이런 얘기를 했다.


“강아지 평균수명이 80이었으면 좋겠어. 얘 없이 살아야 되는 남은 시간이 너무 길다.”


“맞아. 근데 80은 너무 많고 50 정도?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애는 누가 봐줘. “


“그러네… 하늘이는 할머니도 돌아가셔서 슬플 텐데 나까지 죽으면 얼마나 마음 아프겠어.”


“그렇지 차라리 우리가 힘든 게 낫지. 근데 나도 힘드니까 나 죽기 하루 전에 죽었으면 좋겠다.”


하늘이가 5살이 되는 동안 어떤 사랑을 받아왔든 행복한 5년이었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내가 계속 함께 할 테니까. 그렇다면 하늘이의 삶은 온통 사랑이겠지.


삶이 온통 사랑인 천사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잔다. 얼마나 감사한지. 고마워 하늘아, 사랑해 줘서 그리고  맘껏 사랑하게 해 줘서.


https://instagram.com/zzoass_o?igshid=MzRlODBiNWFlZA==


작가의 이전글 묏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