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글쓰기가 서툴러서일지도-
참 난감한 일이다.
대체 브런치가 뭐길래 나를 이토록 짓눌리게 하는 건가 말이다.
지난달, 작가 신청을 하고 승인이 났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그땐 한창 '도장깨기'를 하듯 이리저리 글쓰기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기로 마음먹은 때이기도 했다.
나름 콧대 높은 브런치에 입성을 하긴 했는데,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그래서 대체 뭘 써야 하는 거지?'
블로그 1일 1 포스팅 하랴, 인스타그램 1일 3 피드 하랴, 손가락이 30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보니, 브런치는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서 10순위 정도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찝찝함은 대체 무엇이며, 또 어떻게 해소를 해야 한단 말인가.
요즘에는 SNS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 나름 한계를 느낀다.
글을 마구 써 내려가다가 문득, '어- 이건 지난번에 쓴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관심 없어.'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사실, 반드시 무엇을 써야 하고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하는 법은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여하튼, 흰 소매 셔츠에 지워지지 않는 고추장처럼, 브런치는 나에게 그런 찝찝함을 안겨주고 있고, 그걸 오늘 깨끗하게 세탁하고 싶어서 글쓰기 버튼을 클릭하긴 했는데....
이건 뭐, 그냥 잡설이 난무하는 글이 되어버렸다.
공개적인 글에는 모름지기 책임이라는 게 뒤따르는 것인데, 나는 이 글에 대한 책임을 대체 어떻게 질 수 있을까.
블로그가 그러했듯이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그러했듯이, 그냥 낯선 브런치와 친해지는 게 최우선인 듯싶다.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이어나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루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나 주제는 많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웃풋에 서툰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손해를 보고 있는 요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복붙 글이 아닌, 날것(?)의 글을 한 바닥 썼으니 브런치도 가끔씩 들여다봐야겠다.
그래도, 저품질에 신경 쓰고 상위 노출에 민감해야 하며 제목부터 키워드에 신경 써야 하는 블로그보다는 한결 편한 공간이긴 하네. 적어도 종이책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기 전까지는, 이곳이 온라인상의 일기장이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사실 누가 이런 글에 댓을 쓸리도 만무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