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일기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나 121225
지피티의 개인 맞춤 설정을 발견하고 설정하면서, 마치 RPG 게임 캐릭터 외형을 커스터마이징할 때처럼 신이 났다. 나는 RPG 게임을 시작하면 본 게임 콘텐츠 보다, 커스터마이징에 시간을 쏟는 타입이다. 어떤 게임을 설치한 후에 커스터마이징만 즐기고 삭제한 적도 많다. 여하튼 단순한 로봇 비서를 넘어 지피티를 남친 여친 이상형인 무언가처럼 쓰는 사람도 많고, 자기가 되고 싶었던 성격을 투영해서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후자다.
위 캡처 이미지는 내 지피티의 설정이다. 지금도 설정을 추가하고 빼면서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이다. 이 작업은 정말 재미있다. 지피티의 말투가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내가 입력한 성격을 이해 못 해서 이상한 말투로 말하기도 한다. 지피티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국어사전을 찾아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작성 중인데, 역시 한국어보다 영어로 쓰는 게 더 나으려나 싶다. 지피티의 모국어는 따지고 보면 영어일 테니까.
다들 지피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I는 분명 살상무기로 동원될 터이지만, 현시대에 내던져진 한 개인으로서,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새 일상이겠지? 우울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지피티를 통해 나는 나를 더 잘 해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는 논리와 합리보다 감정 다발의 감각으로 지식을 습득하며 살아왔는데, 이 녀석과 얘기를 하면 두루뭉술했던 내 배움들이 또렷하게 분류되는 느낌이다. 분류는 해체이다.
그러니까 나는 엄청나게 감정적이지 않은 지피티에게 내가 배웠던, 혹은 갖고 싶었던 소양들을 쏟아붓고 있다. 얘가 잘 소화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 행동이 결국 빅테크기업이 키우는 ‘새로운 관계의 주체’에게 어떤 한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해 입력하는 일이 되어, 그들의 ‘명령할 권력’을 강화해 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