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의 독백이 감춘 비밀

경도를 기다리며

by 십팔점오도




6화는 세번째 만나는 경도와 지우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 보네요. 어떤 이유로 지우가 경도의 곁을 떠났는지 알게됐죠. 이전 제 영상에서 말씀드린대로 20살 지우와 경도는 서로가 어떻게 짊어져야할 지 모를 무게앞에서 당황했고 지우는 경도가 계속 아프고 슬플 수 있다는 생각에 경도곁을 떠나야한다고 생각을 했었죠. 정확하게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20살 어린 지우였습니다. 방법은 모르게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지 않으려면 자기가 피해야하는거 아닌가 어린 지우의 생각이었네요. 아마도 28살 경도와 두번째 헤어짐도 비슷하겠죠. 지우가 용기를 내서 뉴욕을 포기하고 경도와 지내려고 했는데, 아마도 엄마의 영향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경도나 경도 엄마가 큰 아픔을 겪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2번째 떠나야 하는 지우의 마음은 조금 성숙한 지우일뿐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다는 생각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6화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놀이공원에서의 장면은 몽환적이면서도 참 따뜻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보면 좀 당황스러운 장면도 있었어요. 꽃잎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꽃잎이 위로 올라가요. 올라가는 꽃잎속에서 두 사람이 춤을 추죠. 시간을 거르스는듯 회색 버스안에 두 사람의 모습도 나오구요. 공중전화 박스안에 있을때 행성은 가까이 여러개가 멈춰 있죠. 그리고 노래가 흐릅니다. how long will i love you라는 노래에요. 음반의 표지 사진도 놀이 공원이었어요. 이때 지우는 마치 영화의 ost같다고 했죠. 경도는 비슷한 것같다고 하던 지우의 기억을 확인시켜주죠. 원곡이라고 알려줍니다. the water boys의 곡이고, 영화는 about time의 ost에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중 하나로 꼽고 있는 영화아닌가요? 저에게도 인생 영화중 하나인데요. 기막히게 아름다운 영화에요. 왜 이 노래가 이 영화가 나온걸까? 그리고 몽환적이던 경도와 지우의 춤 창면은 대체 뭘 말하는걸까? 그걸 지금부터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어바웃 타임’과 ‘경도를 기다리며’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영화에요. 놓쳐버린 순간들, 실수, 후회되는 선택 그러면 인생이 달라질까라는 생각하잖아요. ‘어바웃 타임’이 그런 시간을 다루는 영화기는 하지만, ‘경도를 기다리며’나 ‘어바웃 타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답하는 드라마와 영화같습니다.
여기서 뭐 ‘어바웃 타임’을 다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바웃 타임>은 겉으로 보면 시간여행 로맨스 영화예요.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실수를 고치고, 더 멋진 고백을 하고, 완벽한 하루를 만들 수 있죠. 우린 보통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과거의 그때 그 실수 그 상황을 고치면 인생이 더 좋아지겠지." 그런데 이 영화는 정반대 메시지를 전달해요. 아무리 시간을 거슬러 가도 사랑의 얼굴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랑은 더 나은 조건을 고르는 계산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과 상황속에서도 같은 사람을 다시, 또 다시 고르겠다고 마음먹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감동적이죠. 주인공은 결국 시간여행을 포기하기로 결정해요. 완벽한 과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죠. 이 남자 주인공의 선택이 의미하는 건 명확해요. 시간을 바꿀 수 있어도 결국 사랑은 같아요. 진짜 사랑은 특별한 순간에 한 번 고르는 게 아니라,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그 사람을 계속 선택하는 태도니까요. 시간을 오간다는게 결국 의미가 없죠. 선택만 남는거니까요.
이 영화의 ost와 영화를 배경으로 ‘경도를 기다리며’ 지우와 경도가 춤을 춰요. 마치 같은 메세지라는걸 전해주듯이요. ‘경도를 기다리며’는 ‘어바웃 타임’는 사실 같은 질문을 받는겁니다.

<경도를 기다리며>는 결국 그토록 사랑하던 지우와 경도가 세번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풋풋한 20살, 그리고 뜨겁던 28살, 만신창이가 된 지우의 38살에 만나는 이야기예요. 구조가 흥미롭습니다. ‘어바웃 타임’을 생각하면 시간여행 영화과 닮아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실제로 과거로 돌아가진 않지만, 같은 질문 앞에 여러 번 서게 되기 때문이에요. 20살의 지우는 사랑은 있지만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요. ‘그냥 내가 네 옆에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말고는 뭐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고’ 말하던 지우고 ‘그 돈가스 먹이겠다고 우긴 나도 다 네 탓이라고 생각한 너도’라며 울던 경도에요. 28살의 지우는 사랑이 더 깊어졌지만 상처도 더 커졌어요. 더 구체적인 상황이 나와야겠지만 지우의 마음은 여전히 20살 지우랑 비슷할겁니다. 그리고 지금 38살의 지우는 이혼에 준알콜중독입니다. 여전히 경도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너무 망가졌다고 느껴요. 38살 떠나려는 지우역시 20살 지우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각 나이에서 조건은 달라보이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같아요. "그래도 이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입니다. 이 질문, 이게 바로 <어바웃 타임>에서 같은 하루를 여러 번 살아보는 구조와 닮은 지점인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두 작품의 핵심 차이가 나타나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은 같은 장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거든요. 말을 바꾸고, 타이밍을 고치고, 실수를 지울 수 있죠. 조건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으니까 선택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면 지우와 경도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있어요. 20살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고, 28살의 도망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38살의 망가짐도 현재 진행형이에요. 지워지지 않아요. 과거를 고쳐서 더 나은 조건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타임물처럼 "다시 해보자"가 아니라 "다르게 하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르게'라는게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구요. 같은 현실에서 다른 태도를 선택한다는 뜻이에요. "아직은 아니야" 대신 "지금이어도 괜찮아"를 선택하구요. "내가 망가졌으니까 안 돼" 대신 "상관없다. 망가져도 선택한다"를 고르는 거죠. "너를 다치게 할 거야" 대신 "그럼에도 함께 한다"를 결정하는 거예요.

경도는 20살의 지우도, 28살의 지우도, 38살의 지우도 각각 다른 사람처럼 만나요. 하지만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해요. "조건이 어떻든 너를 선택한다."거든요. 이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에요. 과거를 고쳐서 현재를 낫게 만드는 사랑이 아니라, 현재를 받아들여 과거를 안고 가는 사랑인 거예요.그래서 경도의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그보다 더 무거운 '선택'이에요. 경도가 지우를 사랑하는 건 첫사랑이라서도, 못 잊어서도 아니에요. "지금의 너여도 이 선택을 다시 하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경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는 거죠. <어바웃 타임>은 기회가 다시 와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묻는 연인의 이야기이고, <경도를 기다리며>는 기회는 다시 안 오는 과거지만, 그래도 지금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묻는 연인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상하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것같더니 갑자기 올라가고 춤을 추고 흑백의 버스장면이 나오고 행성들이 가까이 멈춰있어요. 뜬금없어요. 이 몽환적인 장면의 시작은 경도의 독백이었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너를 사랑할까?’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몽환적인 장면들은 경도의 마음이라고 봐야겠죠. 그런데 음악이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 영화 ost "How Long Will I Love You" 가사입니다. "How Long Will I Love You"라는 노래는 미래를 묻는 것처럼 들려요.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예요. 이 질문의 핵심은 기간이 아니에요. 진짜 의미는 "시간이 몇 번 바뀌어도, 상황이 몇 번 달라져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를 되내이는 겁니다.

제일 먼저 꽃잎이 떨어지는데 갑자기 그 꽃잎이 위로 올라가고 올라가는 꽃잎속에서 두 사람이 춤을 추거든요. 무슨 인도영화도 아니구요. 아마도 이건 “시간을 뛰어넘는 특별한 사랑”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시간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선택을 다시 하겠다는 마음을 비춰주는거죠. 판타지가 아니에요. 두 사람의 마음의 방향을 보여주는 겁니다. 꽃잎이 처음에는 떨어져요. 시간의 흐름이에요. 그런데 잠시후에 벚꽃이 떨어지지 않고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거슬러갑니다. 시간은 앞으로 흐르는데, 마음은 늘 과거의 선택으로 돌아갑니다. 마법처럼 시간을 거슬렀다는 말이 아니라, 같은 사랑 앞에서 늘 같은 순간으로 돌아가는 마음을 보여주는게 아닌가싶어요. 시간이 흐른다 해도 달라지는건 없던겁니다. <어바웃 타임>과도 비슷하죠.

또 흑백 장면은 보통 회상을 뜻하죠. 그 흑백 속에 버스를 타고 웃고, 사랑을 속삭이던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38살의 지우 안에는 아직 20살의 불안이 남아 있고, 28살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를 흔듭니다.아마 이 연출이 말하고 싶은 건 그거겠죠.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렀어도 사랑 앞에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던게 아닌가 싶어요.


또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대학교 운동장을 달리며 포옹을 하구요. 행복해합니다. 공중전화박스에서는 모든 행성이 시공간을 멈춘것처럼 가까이 보입니다. 뜬금없이 여러 행성들까지 가까이서 멈춰서 보여요. 뜬금없는 행성들의 클로즈업이에요. 행성이라면 거대한 시간이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에요. 운명이나 우주의 흐름같은거라고 할까요? 그 행성들이 가까이 멈춰서 있어요. 행성이나 별 우주라는게 그렇잖아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질서에요. 지우는 그 운명과 구조앞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요. 혼외자라는 상처가 있어요. 연인은 회장님 딸과 아르바이트 학생의 처지였어요. 32만원의 티셔츠가 전혀 다르게 다가오던 두 사람이었어요.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을 할 수 없는 운명같죠. 지우에게 사랑은 사랑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마음을 써도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질서 같은 운명입니다. 그래서 지우가 할 수 있는 건 맞서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일이었겠죠.. 행성이 멈췄다는것, 그건 이 사랑이 조건이나 질서에 맡겨진 게 아니라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정해진 궤도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머물겠다는 선택입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마음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몽환적인 장면인거죠. 두 사랑이 얼마나 진실하고 간절한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운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이라고 봐야죠. 시공간의 운명을 넘어서는 사랑입니다.

결국 다른 것같으면서도 같은 영화와 드라마였던 거에요. ‘어바웃 타임’이 "과거를 다시 살아도, 난 결국 너를 사랑할 거야." 라는 연인의 마음이었다면 ‘ 경도를 기다리며’는 "과거는 못 바꾸니까, 이번엔 도망치지 않기로 할게." 라는거죠.

결국 두 이야기가 말하는 건 같습니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거예요. 사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을 선택할 용기가 있느냐는 질문이죠.

그래서 경도가 말하는 “얼마나 오랫동안 너를 사랑할까?” 는 얼마나 오래 사랑하겠다는 약속이 아닌겁니다. 그 말의 진짜 뜻은 시간이 몇 번 지나가도, 나는 이 사랑을 다시 선택하겠다는 겁니다. 그 선택이 〈어바웃 타임〉이 말하는 결론과도 닿아 있기에 가져왔던 겁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든 없든, 20살 지우든 28살 지우든 38살 지우든 결국 중요한 건 같은 사랑을 다시 선택한다는거죠. 그게 경도의 사랑이라는 겁니다. 결국,시간을 바꿀 수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사랑은, 지금 이 순간, 이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라는걸 경도가 말하는겁니다.

상처와 아픔을 갖고 운명처럼 자포자기 하는 지우의 세상에서 ‘경도’는 정말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인물들이 기다리는 진짜 ‘고도’라는거죠.


#경도를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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