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냥구조대 여덟번째 이야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683864?sid=102
사진 한 장을 보고 눈길이 한 동안 멈추었습니다.
턱 뼈가 없는 개였습니다.
충남 보령에서 무허가로 운영되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한 마리였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1일 보령 불법 번식장에서 총 123마리의 동물들을 구조했다고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해당 동물들을 구조한 내용의 보도자료에는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첨부 돼 있었습니다.
골절이 되고 눈이 멀고 탈장이 되도록 번식에 이용된 개들.
이 곳의 개들의 하루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니, 하루라는 개념이 저 생명체들에겐 의미가 있을까요.
배설물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뜬장이 세상의 전부인 삶.
숱한 학대로 신체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삶.
고통이 일상이 돼 호소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삶.
내가 낳은 새끼들을 나에게 밥을 주는 인간들에게 빼앗기는 삶.
저런 사진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애써 외면하고 지낸 날이 많습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단 마음을 견디기가 힘들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먹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국토교통부를 출입하고 있는 부동산부 기자이지만, 가능한 선에서 동물 학대 관련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댕냥구조대' 라는 타이틀도 받아 주 1회 주말에 연재를 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지만,
매주 취재를 하고 본업 외의 일을 기사로 작성하는 건 생각 보다 쉽지 않아
한달에 2-3번 정도 기사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제도' 뒤에 숨어 많은 악행을 저질러왔습니다.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참으로 이기적이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욕심, 아니 욕망이 많은 생명체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해선 안됩니다. 내 손에 피를 묻히기는 싫은 것이지요.
자본주의는 이 두 양가적인 마음을 모두 아우를 방안을 도출해 냅니다.
제도 뒤에 숨어 욕망을 채울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지요.
예전에, 10년도 더 전에 패리스힐튼이 방한을 해 충무로에 있는 한 펫숍에서 강아지 김치를 데려갔다는 기사와 사진을 접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강아지 김치가 그녀의 손에 들리기까지의 과정을 그녀는 알지 못할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가인 그녀의 욕망을 채울 수 있도록 김치를 최대한 귀엽고 예쁘게 포장시켜 합법적인 유통과정으로 둔갑해 판매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고기를 먹습니다. 직접 사냥해서 잡아먹지 않으니 도살을 직접하진 않지만,
소비를 통해 가축 도살을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구 상의 상위 포식자로 태어나 누리는 호사로운 삶을 포기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불법 개 번식장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턱 뼈가 없이 저 개는 어떻게 밥을 먹을 까요?
눈에 병이 생겨 앞에 잘 안보이는 불안한 상황에서 영문도 모른채 교배를 당하는 마음은 어떤 심정일까요?
1년에 여러번 새끼를 출산하고 바로 그 새끼를 빼앗기는 모견의 마음은 어떨까요?
모정은 본능인데, 아마도 인간이 자신의 자식을 그 자리에서 빼앗기는 마음과 과연 크게 다를까요?
동물단체들은 저토록 잔혹하고 불법적인 상황을 숨긴채 깔끔하고 환한 도시의 펫숍으로 유통시켜
합법적으로 둔갑시키는 주범을 '경매장'으로 꼽습니다.
(기사 혹은 동물단체들 홈페이지 자료 등 참고)
최종소비자들이 죄책감을 느낄 수 없도록 둔갑시키는 장치이자,
법적으로도 불법 경매장에서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없도록 중간 과정을 거쳐
불법 번식 활동을 했나 알 수 없도록 해주는 일종의 세탁소인 셈이지요.
불법 번식장이 과연 사라질 날이 이 나라에 올까요?
루시법이 21대 국회에서 부디 통과되길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