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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Mar 22. 2023

길을 건널 수 없는 여인

움직이는 물체를 못 알아보는 기괴한 현상  

    앞서 나왔던 ‘위치’ 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에서는 시각의 ‘공간적’ 측면을 모두 담당한다.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울퉁불퉁한 지형지물을 극복하고 움직이게 도와준다. 그리고 움직이는 대상의 방향을 파악하고, 물체가 접근하거나 멀어질 때 거리를 판단하고, 날아오는 위험물체를 피하게 한다. 그러므로 시각적으로 유도되는 운동과 관련이 있다. 이를 테면 야구나 축구 같은 운동 말이다. 공을 향해 쫓아가고, 공을 잡거나 던지고, 날아오는 공을 피할 때 두정엽이 처리하는 정보가 큰 몫을 담당한다.


    앞도 뒤로 아닌 중간 정도의 측두엽(middle temporal lobe)이 망가지면 시각에 아주 기괴한 일이 일어난다. 가만있는 물체는 알아볼 수 있지만 이 물체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알아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을 ‘운동맹(motion blindness; akinetopsia)’라 한다.


    운동맹이 생기면 마치 타임랩스 영상처럼 화면이 끊어진다. 이 경우 다가오는 자동차의 속도를 가늠할 수 없다. 환자는 다가오는 물체가 자동차란 것도, 승용차인지 버스인지도 알고, 번호판도 확인할 수 있지만 단지 속도만 알아채지 못한다. 자동차가 얼마나 빨리 오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길을 건너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운동맹이 생기면 움직이는 물체가 이런 식으로 보인다. 박지욱 제작.


    잔에 물을 따를 때도 잔을 채우는 물의 양을 가늠하지 못해 물이 넘치기 일쑤다. 대화 중에 상대방의 표정 변화도 알아채지 못한다.


    또 다른 시각계 이상으로는 세상의 색이 다 사라지고 흑백으로만 보이는 흑백시(achromatopsia)도 있다. 흔히 보는, 눈 자체의 문제인 색맹과 달리 뇌 후두엽에 있는 제4 시각피질(V4)이 망가지면 생기는 일이다. 색상을 처리하는 뇌세포들이 이곳에 있는 까닭이다.   


흑백시가 보는 세상. 박지욱 사진.


    정리하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대상이 반사한 빛은 망막에서부터 ‘명암’으로 나누어지고 ‘패턴’이 픽셀단위로 인식되어 전기 신화로 바꾸어 뇌의 시각 피질로 전달된다. 시각 피질은 다시 주변 시각 정보 처리 담당 세포들로 정보를 공유하며 돌려본다. 그 과정을 통해 대상의 위치, 운동, 거리, 색, 얼굴 정보 같은 속성을 별도로 추출하게 만든다. 그 결과가 종합되면 우리가 본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이다. 그중 하나만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아주 이상한 세상을 풍경을 보게 된다.


    대략 뇌의 30곳이 시지각 정보 처리에 참여한다. 대부분의 기능은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다음에는 뇌가 얼굴을 알아보는 과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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