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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 Jan 13. 2019

신뢰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의사들

온라인 기사 댓글 모니터링 결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서울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1일 의료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하던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러 병원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https://news.v.daum.net/v/20190101105315626?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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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의사 선생님은 환자의 흉기를 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마지막까지 환자를 진정시키다가 끝내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보도한 기사에는 의사의 희생을 안타까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의사를 욕하는 수 많은 악플들이 달려 우리나라 의사들이 환자들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잃어버렸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해당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들

보다시피 의사를 옹호하는 글은 거의 없고 의사에 대한 악성댓글이 판친다. 그러한 댓글들이 하루만에 무려 1381개나 달렸다. 이런 기사에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 의사에 대한 신뢰와 민심이 떨어진 원인은 상당부분 의사들이 제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성의없는 3분진료 문화를 고착화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의료정책과 교육정책에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의사에 대한 민심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국가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동시에 환자들의 수준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불경기에 신음하고 있다. 음식점도 장사가 잘 안되 가격을 낮추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하고 회사는 더 이상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 하도 취업이 안되어 '문송합니다' 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고 장기화되는 취업난에 대학졸업을 미룬 '화석선배'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제는 가난한 부모를 탓하는 '금수저 흙수저론'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안될 것을 당연히 여기는 '달관세대'까지 나타났을 정도이니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것에 따른 여파가 상당하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의 역량과 노력이 부모세대보다 부족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부모세대보다 훨씬 과잉스펙을 갖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촌을 전전하거나 끊임없이 대학을 옮겨다니면서 스펙만 쌓아간다. 국가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어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도 회사일에 몰두하는 대신 전문직을 달기 위해 로스쿨/의대/치대/한의대/약대 편입을 준비하거나 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NCS를 공부한다.


뻔한 시나리오들을 써보겠다.


공대에 들어간 말쑥이는 취업이 되지 않아 2년 졸업을 연기했다가 드디어 취업에 성공하였는데 연봉은 생각했던 것 보다 짜고 업무량은 너무 많아서 허덕거린다. 그런데 동기모임에 갔다가 자기보다 고등학교 내신도 나쁘고 수능도 못봤던 개똥이가 약대를 졸업하고 페이약사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민다. '나도 약대 갈걸!' 충분히 의대나 약대에 갈 수 있었는데 공대에 진학했던 본인을 탓하며 다시 수능을 준비한다.


과학고등학교에서 촉망받았던 똘똘이는 수학과 물리가 좋아서 공대에 입학했다. 공대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미국으로 유학도 가고 나중에는 교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공대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바늘구멍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자니 생각보다 대우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같은 연구실에 있던 팔팔이는 남몰래 의대편입을 준비했고 석사과정 자퇴서를 낸다고 한다. 똘똘이의 꿈은 의사가 아니었는데 이대로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나면 가방끈만 긴 무직자가 될까봐 걱정스러워서 의대 편입을 준비하기로 한다.


요즘 이렇게 먹고살기가 너무나도 힘들어서 의대/치대/한의대/약대/로스쿨로 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늘고있다. 심지어 한번 의대/로스쿨에 입학했다가 반수를 해서 다른학교로 다시 옮기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끊임없이 안정적인 직장과 이름있는 대학 타이틀을 거머쥐기만을 원하다보니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다 윗 세대가 젊은이들한테 "느그아부지 뭐하시노?", "넌 어느학교를 나왔느냐?" 를 연발해대고 남 알바 아닌 집안사정과 그깟 출신대학 이름으로 상대방을 깔아뭉게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젊은 사람이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노인네가 있으면 아가리를... 아무튼 이런 세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의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리가 없다. 열심히 노오오오오오오력을 하는데도 되는일이 별로 없는 이 시대에 의사는 뭔가 입학과 동시에 죽을때까지 편하고(?) 보장된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젊은 환자들은 과거세대의 환자들보다 아는게 훨씬 더 많다.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이 의사 말이라면 그저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하고 따랐다면 젊은 환자들은 아는게 많아서 꼬치꼬치 캐묻는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전문지식까지도 모두 공유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즉, 정보검색력이 뛰어나고 지적 수준이 높은 환자라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해 본다든지 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병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출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똑똑한 환자들은 의사랑 3분짜리 짧은 대화를 하고 의사가 왠지 환자인 본인보다도 아는게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오늘날의 의사는 본인들의 전문지식에 대해 그리고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오랜시간 열심히 공부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 환자들이 무한히 존중해주길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환자들도 똑똑하고, 환자들도 매일매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의대 교육도 바뀌어야 하고, 환자들에 대한 의사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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