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by 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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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날을 상상한다. 대비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어머니를 무한히 사랑하기에 한때는 나를 소유했던 그녀의 품속이 생생하고 다 자란 아들이 포옹하려고 드는 게 징그럽다고 손사래 치는 모습마저 사랑한다.


어머니를 통해 사랑을 배웠다. 나는 사랑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교과서가 그랬고 표현하지 않는 기성세대 아저씨들이 아내를 서운하게 한다는 상투적인 미디어로부터 학습한 결과였다. 그러나 사랑은 무관심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사고하고 의식하여 고개와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듯이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다. 기계적인 학습의 결과도 아니며, 애원과 보답의 커뮤니케이션도 아니다. 사랑한다면 그러나 내가 있고 그래서 사랑이다. 그래서 표현하고 포옹하며 입 맞춘다. 그래서 즐겁고 화내고 보고 싶다. 당연하다는 말이 이상할 만큼 내가 눈을 떠 바라보는 곳이 바로 그곳인 것처럼, 말이 없고 조용히 자라는 풀잎처럼 사랑은 고요하고 색이 없다.


어머니는 지금도 교사이며 나를 낳기 전부터 교사였다. 퇴근 후 다섯 시 반 나와 동생에게 저녁을 차려주는 걸 당연하게 여겼으며 자랑하지 않았다. 어머니 본인의 자식 교육 욕심도 있었겠지만, 엄마는 악기를 배우지 않았고 나는 세 개를 배웠다. 희생적인 어머니의 군상을 미화하는 것이냐고 누군가 따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홉 살이었고 엄마는 태어나 내가 자라는 모습을 처음 보았고 그렇게 나를 사랑해 줬다. 우리는 정답에는 관심 없었고 서로가 느끼는 대로 같이 웃고 울었다.


어머니는 독립하라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산물이며 흔적이고 자랑이다. 떨어져 있지만 엄마를 느낄 수 있고 거리두지만 항상 보고 싶다.


돌아가실 걸 알지만 우리의 시간이 무한할 것이라고 소망하며 가끔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나는 길고도 외로운 싸움으로 지금도 어머니를 보내 드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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