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과 사랑의 다른 점

by 백윤
나은이와 나.jpg 나은이와 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다스러운 음악인들이 ― 디제이와 그렇지는 않고 관심 있어 보이는 자가 섞여있다 ― 이 홍색 조명이 비추는 비스트로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턱수염 디제이, 해외 영주권자로 보이는 한/영 혼용의 여자, 점점 커지는 스피커 옆에서 음악을 뚫고 대화를 잇는다.


머리 안이 답답하다. 불쾌한 감정이 생기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감정은 해결의 대상이 아닌 걸. 감정은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다. 나를 훑고 이미 떠나 버렸다. 나는 그를 놓아주지 못하고 다시 품으로 껴안아 내게 상처 준 이유를 캐묻는다. 나를 사랑하면서 왜 아프게 했냐고 꽉 안은 채로 원망한다. 격하게 품으로 파고들게 할수록 구속은 사랑의 크기만큼 커진다.


내 애원하는 모습은 홀로 외로이 검은 방에서 고통하고만 소통하는 슬픈 사랑이다. 나는 고통스러웠던 기억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왜 그때마저도 사랑해주지 않았어. 어째서 모든 순간에 사랑을 주지 못했던 거야. 배신이야. 나는 괴로워. 억울하고 괴로워.



사랑은 매 순간에 있지는 않아. 사랑은 순간을 초월한다. 순간 위에 존재하는 더 영험하고 지배력이 좋은 넓은 막이다. 괴로운 순간에도 따라서 순간은 괴롭지만 사랑은 영원히 뒤따라오는 중이다. 행복의 늪은 빠져들어갈수록 구정물이 몸을 압박해 고독의 연속이지만 발아래 디뎌지는 핑크색 돌, 사랑은 발끝에서 잘 살아있음을 신호 보낸다. 잘 살아있음을 신호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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