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유키에와의 만남 1

by 백윤

사토 유키에에게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내 책이 아니라 잠시 맡아두었다가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올해 단편소설 등단작을 읽던 중, 머물던 카페에 자리가 났고 카페 주인의 안내를 받아 받침이 넉넉한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인 ― 카페의 ― 은 초록의 두꺼운 책을 들고는 마리야 타케우치의 Plastic Love를 선곡했는데, 내가 일본어가 겉표지에 작게 적혀있는 노트를 들고 일본 샐러리맨이 쓸법한 무테안경을 쓰고는 독서했기 때문에, 어젯밤 나이트 파티부터 다음날인 오늘 역시 이곳을 찾아 몇 잔의 음료를 주문한 나를 위한 것은 아닐지 멋대로 상상했습니다. 음악은 좋아했지만 그 가수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몰랐고, 그렇지만 내가 즐겨 듣는 일본 시티팝이었습니다. 나는 적당히 식은 홍차 잔을 들고 옮기면서 "그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라고 아는 체를 했습니다. 곡명이 Plastic Love인 것을 알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사실은 다양한 이야기를 지나온 것 같은 장발의 청년 주인에게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래가 반갑기도 했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카페 주인은 내게 들고 있던 두꺼운 초록 책을 건넸습니다. 사토 유키에가 집필한, 한국의 최근 두꺼워진 일본 음악 리스닝 팬덤에 반응하는 일본 음악 연대 정리기였습니다. 나는 접힌 부분부터 읽었습니다. 마리야 타케우치의 페이지가 젖혀집니다.


시티팝이라고 최근 불리우기 시작한 Plastic Love류의 노래는 한국의 곡 편집자 Night Tempo의 편곡이 시초라고 합니다. 나는 앞장으로 넘어가 다른 음악인의 소개도 읽었습니다. 내가 아는 가수가 있었습니다(Anri). 카페 스피커에서 마침 Anri의 노래가 나옵니다. 우연이 즐겁습니다. 나는 이어서 시티팝의 어원이 자세히 적힌 페이지를 읽습니다. 가요, 트로트, 앤섬의 어원도 읽습니다. 작가의 지식의 폭과 식견은 대단합니다. 학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적어도 평론가.


그는 한국에 정착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한국에서 본인이 리더로 있는 밴드에 소속된 아티스트였습니다! 밴드의 이름은 곱창전골. 책의 가장 앞장에 마커로 쓴 감사인사가 적혀있습니다. 카페주인에게 이 책을 선물한 자가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선물 받은 것이라는 주인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아무개 상(카페 주인의 이름) 아리가토, 2023. 02. 23 곱창전골 Yukie Sato' ― 카페 주인의 이름은 한글, 본인 이름은 영어, 나머지는 모두 일본어였습니다 ―.


곱창전골을 사줬던 것이 고마워 책을 선물한 일본인인 줄로만 알았던, 이 책을 선물한 사람은 곱창전골의 리더 사토 유키에, 집필자 본인이었습니다. 나는 잠시 책을 맡아두는 식으로 이 음악가에게 초록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기쁩니다. 노트에 적어놓은 음악들과 키워드들을 집에 돌아가 검색해 볼 계획입니다. 사람의 인연은 책을 타고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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