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순은 누구에게나 있다

괴롭힘에 대하여

by 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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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는 사람들이 나중에 대게 하는 변명은, 그때 말해주었더라면 그만두었을 거라는 것이다. 자기가 인지하지 못했음을 근거로 오히려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은 경험을 했다. 나는 지금 회사에 입사하고 오 개월이 지나지 않아 팀장의 무례한 행동에 피해를 겪었다. 그는 자기 딴에 농담이라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나를 지칭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가져가거나 말을 하면 자리로 불러 두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선 눈을 찔러버리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내가 흡연을 하지 않음에도, 그리고 흡연장을 가고 싶지 않다고 몇 차례 얘기했음에도, 소프트한 얘기를 할 시간이 이때밖에 없다며 나를 굳이 계속 흡연장으로 데려갔다. 나는 참다못해 공식적으로 기관에 이를 신고했고, 절차를 밟아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 팀장의 말이 가관이었다. 마지막에 인사팀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의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때도 팀장은, 그때 네가 미리 불쾌하다고 말해주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자기변호를 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팀장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이미 회사에 바쳐버린 시간이 15년은 훌쩍 넘어버렸고, 이곳이 아니면 자기는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고, 아직 초등학생을 벗어나지 못한 자식이 둘이나 있으며, 외벌이를 하는 중이고, 팀원들이나 상사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로 언제 보직에 면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이리저리 벼랑 끝으로 내몰린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고 자기의 잘못을 불순물 없이 인정했다가는 정말로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조사 기간 중에도 몇 번 말한 것이 있다. 무단횡단을 한 자에게 무단횡단이 불법이라고 계속 주지 시켜야 할 의무는 없다. 그도 빨간불에 도로를 건너는 것이 규칙을 위반하는 짓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같은 행인이나, 차들이, 어영부영 빨간불에 걸음을 내딛는 것을 말을 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 내버려 둔 것뿐이다. 그러다 나중에 사고가 났는데, 왜 그때 내게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고 더 말해주지 않냐고 한다면 그건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짓이다. 의도가 어찌 되었건, 자기가 했던 행동과 말의 내용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상식을 겸비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면 본인도 이미 알았을 것이다. 그가 지녔던 건 소망, 자기가 함부로 대해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주고, 비속어를 써도 상사로 인정해 주고, 자기 자리가 안전하다고 본인이 울부짖으면 메아리쳐 줄 벽이 필요했을 것이다. 오롯이 자기 필요에 의한 바람을 지녔던 것이고 외로운 혼자 만의 세계에 자기를 빠트린 건 자기 자신일 것이다. 왜 그때 멈춰야 했는지 누군가 그에게 말해주어야 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내가 내딛는 순간 신호등의 색깔이 무엇인지, 두 눈과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자기가 극복하지 못한 역경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게 괴롭히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도움을 청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측은하게 바라보아주고 싶지만, 이미 세상의 모순과 불협화음으로 상처를 받아버린 사람은 그를 용서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세상은 모순 덩어리다.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인간성을 결정한다. 본인이 힘들었으니 그 정도 괴롭힘은 받아달라는 건, 누군가 자기를 그렇게 괴롭혀도 좋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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