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대변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올해 500명의 몽골 아동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10,000명이 넘는 주민이 우리의 식수 프로젝트로 혜택을 받았습니다.”
“농가 소득이 평균 27% 증가했습니다.”
이런 문장들은 국제개발협력 보고서나 뉴스레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숫자는 분명 강력하다. 누구에게나 그럴듯해 보이고, 성과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다. 문제는 그 숫자들이 정말 현실을 담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다. 나는 몽골에서 7년간 현장을 지켜보며 수없이 많은 숫자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점점, 그 숫자들이 얼마나 자주 왜곡된 진실을 말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 번은 한 NGO가 시행한 농업 프로젝트 보고서를 봤다. 거기에는 ‘50가구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전년도 대비 평균 20% 이상의 수익 향상이 있었다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을 가보니, 그 수익 증가는 NGO가 수확한 작물을 시장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사줬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자립 기반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NGO의 자금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였다. 다음 해 그 지원이 끊기자 대부분의 농가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부는 외부 지원에 익숙해져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숫자는 남았지만, 사람들의 삶은 별로 바뀐 게 없었다.
개발 사업에서는 ‘성과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 기금은 성과를 기준으로 배분되고, 보고서는 그 성과로 채워진다. 그래서 어떤 현장에서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성과로 보이기 쉬운 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몽골의 한 지역에서는 학교 출석률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결과 보고서에는 ‘출석률 95% 달성’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출석부 조작이었다. 교사와 행정직원이 짜고 숫자를 만든 거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출석률이 낮으면 다음 해 지원이 끊기니까. 중요한 건 학생이 학교에 나오는 게 아니라, 엑셀 파일 속 숫자였다.
나는 몽골에서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물을 길어 나르고, 추운 겨울에도 가축을 돌보는 이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삶은 보고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대상자’ 혹은 ‘수혜자’라는 단어로만 존재한다. 각자 이름과 얼굴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프로젝트 안에서는 그냥 숫자 1이다.
한 번은 게르에 사는 한 여성을 인터뷰했다. 그녀는 한 번도 NGO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이유를 묻자, “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정한 사람만 도와줘요. 나는 조건에 안 맞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했다. 실제로 그녀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었지만, 지원 대상 기준에서 제외된 사람이었다. 숫자에는 잡히지 않는 사람,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
숫자는 현실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런데 단순해진 현실은 자주 왜곡된 현실이 된다. 국제개발협력에서 우리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 성과가 진짜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결국 허상일 뿐이다. 허상 위에 쌓인 착한 일은 언젠가 무너지고, 그때 상처받는 건 늘 숫자 밖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