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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르모 운전해 봤니

비수기 시칠리아 운전 편

by 애들 빙자 여행러

2월인 지난주 약 10일간 시칠리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가장 매력적인 도시를 가장 매력없는 비수기 겨울에 다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 보고자 한다. 도시별이 아닌 몇 가지 주제별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운전편. 우리는 카타니아 공항에서 픽업하여 팔레르모 공항에서 아웃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이미 다녀온 분들을 통해 시칠리아 운전에 대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렌터카 운전이 초보자들에게 어렵다. 큰 차로 다니면 힘들다. ZTL 철저 준비해야 한다 등등이었다.


1. 차선과 신호등이 없는 혼돈의 팔레르모


한국에서 이미 운전은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유럽 렌터카 운전 및 이미 이탈리아 운전도 해봐서리 딱히 걱정은 안했는데. 팔레르모에서 털릴 줄 몰랐다. 제일 마지막 아웃 도시로 팔레르모를 선택했고 가장 큰 도시라 문명의 이기 및 도시의 안락함을 선사할 줄 알았는데 내 정신을 쏙 빼먹었다. 2월의 시칠리아는 오후 5시면 깜깜해지고 이후 퇴근 시간까지 겹쳐 트래픽이 장난이 아니였다. 찻길은 도로에 움푹 파인상처 난 길들이 즐비하여 차가 계속 쿵쾅거렸다. 찻길엔 딱히 차선은 없었고 큰 길이 아니면 신호등은 없었는데 각종 골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들이 서로 엉켜 난장판이었고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오토바이들이 난데없이 출몰하는 가운데 일반 도로에선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했다. 처음엔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K운전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에어비앤비 주인장의 짜증 섞인 메시지(약속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늦었다)와 도무지 앞으로 갈 것 같지 않는 체증에 에라 모르겠다며 머리 내밀기 기술을 시전 하며 빠르게 전진하였다. 우회전 도로에 서있다가 뒤에 트럭이 너무나 빵빵거리는데 한국 같으면 버티겠으나 뭔가 이태리는 다른가 하면 슬며시 비켜주는데 엄청난 욕을 해대며 지나간다. 도로엔 딱히 카메라는 없어 보이니 무법이 따로 없어 보이긴 했다. 도시 중심가를 벗어나 숙소 근처로 오니 이젠 주차와의 전쟁이었다. 골목 하나하나 차 한 대만 들어갈 정도의 공간에 한쪽의 일자 주차가 들어져 있었다. 뭐 주차는 나의 특기 중 하나니 크게 게의치는 안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밤이라 시야가 좁고 신경을 많이 써 더욱 스트레스를 받은 듯싶었는데. 누구에겐 도전해 볼 만한 경험.

이 정도 도로는 양반이다


2. 큰 차도 전혀 문제없음

많은 블로거/유튜버들이 시칠리아 운전에서 큰 차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고민했으나 우리 가족은 캐리어만 5개가 넘었기에 JEEP 7인승 SUV를 빌릴 수밖에 없었고 약간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의 리뷰엔 큰 차는 주차가 힘들다는 의견 또한 많아서 주인장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했는데 한결같은 대답은 '함께 노력해 보자'는 답변이었다. 특히, 타오르미나의 산등성 숙소 주차장은 경차만이 주차가 가능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실제 도착해서 보니 언덕길에 작은 주차장에 차를 넣는 난이도가 있을 뿐 SUV 7인승을 넣기에 적지는 않았다. 단지, 뒤 트렁크를 열 공간이 없어서 미리 짐을 빼고 주차를 해야 했고 2층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가는 건 애교. 팔레르모 숙소도 큰 차는 주차가 안된다고 했고 주인장도 집 내부가 아닌 외부 주차장을 소개해줬는데.


나 : 알겠어. 근데 우리 마지막날 비행기가 오전 일찍이라 아침 7시 전에 출발해야 하는데 외부 주차장에서 차 뺄 수 있음? 거기 사람 나와 있음?

주인장 : 사람이 없을 수도 있겠네. 마지막날은 집 마당에 주차해.

나 : (그럼 왜 외부에 주차하라고 했을까나)

공간이 있다면 모두 주차 구역으로 봐야한다.

사진에서 처럼 주차를 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에어비앤비 숙소 선택 시 필터로 무료 주차장 보유를 기본으로 골랐다. 카타니아 역시 주차 문제가 심각했는데 체크인 전 주인장에게 주차 방법을 문의했는데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중에 예약한 집 주소랑 주차장 집 주소가 달라 혹시 다른 예약으로 착각했나 문의했으나 주인장이 개인적으로 확보한 주차장으로 안내를 한 것으로 숙소와는 약 2~300미터 떨어져 있었으나 쾌적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3. ZTL은 할만한가

이탈리아 운전에서 가장 어렵다는 ZTL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이전글) 물론 아직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언제 벌금 고지서가 날아올지 모를 일이긴 하다. 시칠리아에서 예약한 숙소 중 2곳이 ZTL 안 쪽에 있어 미리 주인장에게 ZTL 등록을 요청했는데. 타오르미나의 경우 주인장은 "실제로 ZTL은 작동하지 않으니 걱정 말라'라고 답했다. 잉? ZTL이 작동하지 않는 도시가 있다니. 찜찜했지만 괜찮다는데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타오르미나는 에라 모르겠다고 하고 마구 구석구석 다닌 것 같다.

팔레르모 ZTL 등록서류

팔레르모는 주인장에게 당일 오전에 차 번호를 알려주니 바로 등록했다며 15유로를 요구했다. 하루에 5유로 3일간이다. 근데 서류에는 6유로라고 나오는데. 시라큐스 오르티지아섬은 섬 내부가 대부분 ZTL이기 때문에 사전에 블로거들이 추천한 주차장이 유용했다. 특히 시칠리아 유료 주차장엔 이상한 아저씨들이 돈을 요구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타이어를 펑크 낸다는 댓글도 있어 긴장했는데 다행히 그런 아저씨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이 좀 외지고 실내라서 밤엔 좀 무서울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그럼에도 바로 앞에 전 세계 방문객이라면 모두 다녀간다는 보더리 샌드위치(Caseificio Borderi) 가게가 근접해 있어 행운이었다.


4. 비수기의 주차는 행운

우리의 여행은 비수기라 어떤 주차장을 가도 주차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성수기 시칠리아의 주차 전쟁은 엄청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블로거들을 믿고 너무 안전한 주차장만을 찾아다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너무 멀리 주차를 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이탈리아의 주차장은 파란색 주차라인은 유료로 비용을 지불하고 주차를 하면 되는데 비수기에는 원하는 곳까지 근접하여 주차를 할 수 있을 듯하고 특히나 최근에는 'EasyPark'이란 앱이 있어서 이를 설치하여 유료주차 후 주차장 넘버만 입력하면 대부분 앱으로 결제가 가능하고 시간 조절도 가능하여 매우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노토 숙소 도로. 100여 마리의 양 수를 셀 수 밖에 없었다.

비수기 여행의 장점은 어디를 가도 붐비지 않고 어떤 식당을 가도 워크인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나 단점은 대부분의 식당이나 시설들이 휴가 중이거나 휴무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타오르미나 이솔라벨라로 가는 케이블카도 운행을 하지 않았다.


5. 렌터카 반납 때 삥 뜯기 썰

긴 여행을 마무리하며 9시 반 비행기를 위해 팔레르모 공항에 차를 반납하러 갔다. 나름 연료도 가득 채웠고 풀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허나 가장 신경을 쓰이는 것은 노토 산속 숙소에 들어갈 때 길이 너무 좁은데 앞에 차가 와서 벽 쪽으로 차를 붙였다가 나무에 차옆을 쫙 긁힌 것이었다. 나무가 어찌 금속을 그리 긁어대는지 지금도 이해는 안 되나 열심히 헝겊으로 닦으니 좀 지워지는 것도 같았다. 문제는 팔레르모 AVIS 렌터카 구글 리뷰를 읽어보니 2명 중 1명은 이런저런 트집으로 돈을 뜯겼다는 얘기가 많았다. 흠집 난 것으로 1300유로를 토해냈다는 글. 가장 적은 것은 350유로였다. 연료는 오는 동안 풀에서 약간 눈금이 떨어져 있었다. 예전에 가득 안 채웠다고 50유로를 뜯긴 적이 있었는데 팔레르모 공항 가는 데에는 주유소가 없었다. AVIS 운영 시간이 오전 8시라 난 차를 던지고 무인키 반납을 이용할 참이었는데. 오전 7시 도착했는데 마침 직원이 딱 출근하는 게 아닌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아저씨. 타이어가 찢겼단다. 잉? 아니, 차를 처음 받을 때 타이어까지 꼼꼼히 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나. 그러나 노토의 그 돌산을 지날 때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흠집은 넘어갔는데. 연료는 돈을 받아야겠단다. 우리는 풀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든 보험은 "1800유로가 넘어갈 때 지원이 되고 그것이 안 넘으면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는 보험이었다. 보험은 와이프가 들었고 와이프도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 그들이 청구한 금액은 얼마냐? 타이어 235유로+연료 안 채운 거 15유로 해서 총 250유로. 난 흠집 난 거 넘어간 것이 행운이라 생각되고 타이어는 사실 시칠리아 운전이 터푸하고 도로도 음푹 파여 있어 흔하게 일어나는 것 같긴 한데. 액땜한 것으로 보고 금액에 합의했다. 지나고 보니 빨리 차를 버리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았다.

아몰라. 시칠리아에서는 흔한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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