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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돌집에서 자봤니

시칠리아 주거와 생활

by 애들 빙자 여행러

자연의 재료 - 돌로 만든 집


난 건축쪽 종사자는 아니나 주거 생활에 관심이 있기에 정리차원에서. 우리는 수백년에 걸쳐 목재 위주로 건축하여 거대한 건축물(성 빼고)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럽의 주요 거주형태는 석축이기에 몇 백년 동안 유지될 주거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층고가 높았던 카타니아 주택

이번 여행에서 주로 도시의 중심지+주차장보유로 숙소를 정했는데 주택들도 대부분 100년은 족히 넘은 집들이었다. 특히, 카타니아의 집은 층고가 매우 높았는데 아마도 에어비앤비(?)를 하면서집의 일부를 복층으로 만들어 방과 욕실을 추가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팔레르모의 주택은 큰 대문을 통해 들어가면 중앙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예전엔 정원이 놓여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주차장으로 큰 대문은 예전에 마차가 지나가야해서 2층 높이로 크지만 사람이 지나는 문은 한쪽에 작게 나아 있었다.


대부분의 집 앞에는 ‘Palazzo’라는 문패가 걸려있었는데 이는 왕궁 근처 귀족들이 살던 곳으로 한때는 궁이었을텐데 현재는 하나의 주택을 최소 8개로 쪼게어 8가구가 쓰고 있는 다세대(?)주택으로 변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중 몇몇 집은 주인이 살던 큰 방을 가지고 있을테고 다른 가구는 하인(?)이나 일꾼이 쓰던 방이었을텐데. 이곳도 리모델링을 하면서 화장실이나 방들을 추가로 공사한 흔적이 많았다. 일부 저렴한 에어비엔비의 오래된 주택을 보면 싱크대와 화장실이 함께 있는 곳들도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수전 등 수도를 분배하는 공사가 어렵거나 오래되어 쉽지 않음을 알 수도 있다.


여름의 시칠리아는 매우 더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기후는 그늘에서는 시원하거나 서늘한데 우리는 더울수록 창문을 열지만 유럽 특히 시칠리아는 창문을 닫고 돌집으로 들어간단다.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는 창문에 햇빛 가리게까지 닫고 나면 나름 시원했다고 한다. 시칠리아 주택들의 대부분의 창문에 나무로 된 햇빛차단 가리게가 달려 있는데 단순 프라이버시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단열재가 없는 나라


지중해의 도시이자 아마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을 시칠리아에는 단열재라는 것을 쓰지 않을 것이다. 겨울의 시칠리아는 내가 여행했을 때 영상 15도정도 됐지만 겨울의 시칠리아는 습하고 으슬으슬했다. 햇빛이 비치는 15도는 반팔도 가능했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서늘했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는 10도 이하로 떨어졌는데 쉽지 않았다. 우리는 작은 전기장판과 핫팩으로 무장했는데 당연하게도 온돌은 존재하지 않았다. 겨울는 일명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어 있거나 온풍기 겸용 에어컨이 설치되어 뜨거운 바람으로 난방을 하니 실내는 매우 건조했다.

예전에 귀족의 중정이었을 팔레르모 주택

특히나 팔레르모 숙소에 도착했을 때 주인장이 “내가 너희들을 위해 따뜻하게 보일러 켜 놓았어!”라고 얘기해서 기대했으나 너무 썰렁하여 온도를 보니 ’21도’로 맞춰놓았었다. 그들은 21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하나 본데 우리집 겨울 보일러 온도는 평균 26도(우리집 보일러 안틀어도 의외로 따뜻하다). 근데 이놈의 시칠리아 보일러는 아무리 높혀도 24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물론 한겨울에도 반팔로 생활하는 우리는 좀 더 에너지를 절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극기훈련을 한 듯한 노토의 집


이번 여행에서 한 번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편안한 일상으로 생활할 집을 구했다. 예전 아그리투리스모 같이 오래된 성이나 고택을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더욱 춥고 고생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이었었다. 이번에도 그 고생을 기억하지 못하고 추억만 생각했다가 매우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노토(Noto)로 검색했지만 결국 노토와 40분 떨어진 산 꼭대기였고 어느 정도 올라가니 포장된 길이 아닌 돌길(아마도 이때 타이어가 찢긴게 아닐까 한다)이 쿵쾅쿵광. 숙소에 근접하자 전화기 신호음이 잡히지 않는 산속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집엔 소와 말들을 풀어놓고 기르고 있었다. 산속에 올라오니 무지 춥고 무서웠다. 주인장에게 가장 먼저 난방을 물었는데 벽난로를 가르킨다. 아. 거실이야 그렇다치면 방은? 주인장은 방문을 열어 보였다. 문을 열고 있으면 거실의 열기가 들어간다고. 가족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선명했다. 이곳은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기에 밤에는 특히나 전기를 아껴야 한다고 했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가 있긴하나 대낮에 햇빛이 잘 드는 날에만 사용가능하다고 했다.


바닥은 돌이고 인터넷 및 TV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고 불빛은 어둠컴컴하고 너무너무 춥다. 환경운동가의 집처럼 쓰레기를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으로만 분리한다고 했고. 이 집도 백년은 족히 넘는 한때 마굿간(?)으로 쓰던 곳을 리모델링하지 않았을까 했다. 다행히 뜨거운 물은 나왔는데 3명이 연속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우리는 밤늦게까지 벽난로 앞에 앉아있었다. 언제나 유튜브나 SNS을 보곤했던 우리 가족은 멍하니 벽난로 불멍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불놀이하는 것은 좋아한 것 같다. 밤에 씻는 건 불가능했다. 첫 날은 악몽이었고 그냥 나머지 숙박을 포기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둘째날은 적응이 됐는지 나쁘지 않았다. 밤하늘 별빛은 반짝였고 이틀간의 전화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또다른 세상이었다. 옆에 살던 주인장은 프랑스 사람이었다. 매우 건강하게 보였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떠날때도 인사도 못했네. 불편하면 왓츠앱으로 연락하라고 했는데 연락이 되야 말이다. 이곳을 떠난 후 1주일 이상까지 외투에서 장작의 그을린 스모크향이 계속 됐다는 슬픈 얘기가.


세컨하우스 전문 타오르미나


시칠리아의 꽃이라는 타오르미나 주택에서도 2박을 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물론 겨울이라 한 번 앉아보지도 못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집으로 추측되면서 철근콘크리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다를 향하여 많은 주택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한겨울 불이 켜진 집은 주변에 우리집 뿐이었고 대부분은 사람이 안 사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집들이 세컨하우스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차없이 타오르미나를 온다면 버스나 기차역에서 이 동네까지 걸어서 올텐데 큰 언덕(?)이나 계단은 없을 수도 있지만 바닥이 돌이라 큰 가방은 무척이나 바퀴에 충격은 가해지겠다.


노출배관 팔레르모 몬레알레 대성당


이미 수백년전에 건축된 유럽의 성당은 언제나 황홀하다. 많은 유럽의 성당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궁금했던 오래된 건축물에 전기나 수도 및 난방은 어찌하는지 늘 궁금했다. 몬레알레 대성당에서 눈으로 그 현장을 본 것 같다.

수도와 같은 배관이 천장 등지에 노출형태로 놓여있었다. 아마도 나중에 수도를 넣어야하니 현대와 같은 벽체 일체형 배관은 아니였겠지. 보기에 흉하지 않고 이탈리아스럽게 예쁘게 노출되어 있었다.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지도 않으니 얼어서 터지지도 않겠지. 전기배선도 지붕이나 외부로 둘러서 놓여있었는데 막히거나 끊어져도 수리하고 보완하는게 수월해 보이기도 했다.


별 대단한 글은 아닌데. 건축이나 주거는 그 나라의 역사나 환경을 말해주겠지? 이탈리아의 풍부한 돌을 사용한 흔적을 많이 보았다. 아마도 주변의 자연을 활용한 건축을 추진했을텨. 우리처럼 모든 재료를 다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점은 부러웠고. 우리에게는 춥고 불편하게 보이는 그들의 주거 생활도 나름의 이유와 어쩌면 이제는 나름 편안한 상태로 바뀌어 있을수도. 그럼에도 우린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에 난리인데 수백년간 수리하고 관리하면서 건물을 잘 보존하는 그들이 대단하게 보였고 어려서부터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건축물을 보고 자란 이유로 세계적인 건축가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이탈리아의 힘을 봤다면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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