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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시칠리아 길거리음식

시칠리아 음식과 생활

by 애들 빙자 여행러

계획은 빗나가고


난 음식에 관심이 많긴한데 미식가나 진심을 표하긴 좀 그렇고. 이번 여행에서의 시칠리아 음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음식은 아마도 한 편으로 다루기 힘들겠지. 가기 전부터 각종 유튜브와 블로그들을 찾아보며 각종 공간을 구글맵에 표기하였다. 몇 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그 원칙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젤라또 맛집은 미저장. 왜냐면 어딜가나 맛있을 것임으로. 단, 시칠리아니깐 젤라또보다 그라니따 위주로

아침은 숙소주변에서 간단하게. 에스프레소 향연을 맛 볼 것. 아니 카푸치노와 꼬르네또로 현지인 처럼.

하루 한 끼는 현지식으로 잘 먹는다. 이때 현지 시칠리아 와인 위주로 하루 각 1병을 해치운다.

백종원 아저씨와 유명 유튜버들이 다녀갔던 곳에 대한 개인적인 리뷰를 해 본다


IMG_5804.JPG?type=w1 그라니따 3가지 맛

비수기 여행에서 간과한 것이 있는데 그건 한 겨울에 시칠리아 사람들은 '그라니따'를 잘 먹지 않는 것이었다. 그라니따는 사진과 같이 슬러시나 샤베트 느낌인데. 많은 바나 카페에서 그라니따를 팔지 않는 것이었다! 그라니따는 3월은 되야 판매한다는 곳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라니따를 파는 곳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피스타치오는 있었지만 이외 다양한 과일맛은 없었다. 피스타치오, 커피, 레몬맛정도였다. 처음 1일 1개의 젤라또를 목표로 했는데 아이들도 그라니따의 맛에 빠져서 모두들 그라니따만 먹으러 다녔다. 특히나 둘째는 멀미가 날 때는 그라니따를 먹으면 씻은 듯이 멈추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유명한 집이라고 먹어본 그라니따보다도 그냥 관광지 길거리에 사먹은 그라니따가 제일 맛있었다는 사실. 그라니따는 상향 평준화된 그런 음식이 아닐까 한다. 시칠리아에서 유명하다는 붉은오렌지 착즙쥬스도 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충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가능한 많이 먹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EC%8A%A4%ED%81%AC%EB%A6%B0%EC%83%B7_2025-03-26_%EC%98%A4%EC%A0%84_10.57.40.png?type=w1 대충(?) 먹는 아침식사에 28유로가 나왔다

현지인들과 같은 아침식사(?)를 해볼까했다. 이탈리아는 아침 일찍 문여는 카페들이 많이 있었다. 보통 빠르게 문을 여는 곳은 아침 7시. 보통 시차가 안 맞으니 일찍 일어날테고 이날도 4명이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먹고 싶은 것을 다 시켜보았다. 그라니따와 브리오슈, 피스타치오 꼬르네또(이탈리아에서는 크루아상을 이렇게 부르는듯), 초코빵,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아란치니, 그리고 오렌지쥬스 및 커피를 시켰다. 그라니따와 브리오슈는 각각이 하나의 완성된 음식으로 브리오슈는 따뜻하고 모닝빵처럼 부드럽고 잘 찢어지는 것이 함께 먹어서 더욱 시너지를 내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아란치니는 정말 먹어보고 싶지 않는 음식 중 하나였다. 밥 넣고 튀긴 음식을 그렇잖아도 먹을게 많은 이탈리아에서 굳이 먹어야 하나하고 맛이나 볼려고 시켰는데 둘째가 또 너무 좋아하는거다. 본고장에서 맛본 피스타치오는 그라니따, 꼬르네또 그리고 스프레드로 빵에도 발라 먹어봤는데. 뭐랄까. 매우 강하고 고소한 맛(베스킨라벤스 아이스크림에서 맛 봤으니)으로 기대했으나 매우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었다. 담백하기까지 했는데 약간 땅콩맛. 마트에서도 피스타치오 말린 것을 파는데 싸진 않아 보였다. 가공되지 않는 것을 먹어봐도 땅콩 고소함에는 미치지 않은 은은하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라고나 할까. 결국 앉아서 먹는다고 4명 자리세까지 받는데 총 28유로가 나왔다. 사실 아침에 이렇게 거하게 먹고 나니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없어 이후에는 이런 거한 아침은 먹지 않았다.


호불호가 갈리는 길거리 음식


백종원의 '스푸파' 시칠리아편은 어쩌면 우리나라 여행객의 표준가이드라 할 만 할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나왔던 곳을 찾아가면 그곳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말로 "곱창!", "백종원" 정도는 능청스럽게 해댔다. 세계 어디서나 동물의 내장 요리는 그 나라의 음식 수준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장' 버거의 경우 원조라면 소고기가 유명한 토스카나 지방의 피렌체가 아닐까 한다. 이미 피렌체에서 맛 본 적이 있기에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워낙 가족들이 좋아해서 이번에 백종원이 다녀간 곳을 방문했다. 시칠리아 팔레르모관련 유튜브 동영상에 거의 모든 유튜버가 다녀간 곳으로 일부는 한국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하고 다른 일부는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그랬다. 와이프나 아이들은 내장버거가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내장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감동은 없었다. 염통 정도를 아주 야들야들하게 오일베이스에 익혀 소금이나 후추 그리고 레몬으로 간을 한 햄버거? 빵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빵에 따라 맛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IMG_5841.JPG?type=w1 백종원이 다녀가 유명해진 팔레르모 내장버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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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키올라(내장구이)'. 사실 내가 길거리음식에 대한 로망이 없어서 그런지 나에겐 그리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다. 백종원이 다녀간 팔레르모 부치리아 시장의 내장구이 가게 근처는 명물이었다. 온동네 내장 굽는 연기가 자욱한 와중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습한 연기라 더더욱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와인보다 맥주가 어울리는 맛이었고. 가족들은 모두 맛에 넋이 나가 있었다. 삽겹살이나 내장을 숯불에 굽는데 안 맛있을 수도 있을까. 막창(?) 또는 대창으로 보이는 파 없이 구워주는 부위가 더 맛있었다는 전언이다. 가족들은 다음날도 또 가자고 해서 다시 갔으나 휴일이 아님에도 비가 오는 날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주변 상인들이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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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팔레르모 주변을 걷다가 언젠가 본 것 같은 아주 오래되고 깔끔한 내장버거집도 만났다. 1834년 이래로 계속된, 돈을 버셨는지 야외에서 장사하다가 버젓이 큰 가게를 갖게된 히스토리도 매장 주변에 잘 설명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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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타 치즈 베이스 디저트

시칠리아 대표 디저트하면 '카놀리(Cannoli))'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삭한 과자(아이스크림 콘 과자와 딱딱한 옛날 강정의 중간쯤 되는) 속에 '리코타' 치즈를 채워 놓은 간식이다. 이것도 워낙 유명하여 맛은 봐야할텐데 사실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엄선에 엄선을 거쳐 수녀원 교회에서 운영한다는 오래된 팔레르모의 과자점(I Segreti del Chiostro)에 들리게 되었다. 안에서는 먹을 수 없고 주문 즉시 제조한 것을 받으면 수도원 건물의 회랑에서 맛 볼 수 있다. 맛은 한 입 정도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나 한 개를 다 먹기는 매우 부담스러웠다. 안의 리코타 치즈는 치즈라기 보다는 일종의 화이트 초콜렛 맛으로 커피 없이 먹기는 쉽지 않았다. 시칠리아에서 이러한 하드한 디저트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지. 우리와는 다른 인체 성분 분해 능력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IMG_5838.JPG?type=w1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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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최고의 에스프레소


커피의 나라는 당연 이탈리아일 것이다. 커피에 진심일진데 가격까지 저렴하니 눈물이 날 정도다. 에스프레소는 대부분 1유로를 간신히 넘을 뿐이다. 이탈리아의 역에서 또는 현지인이 넘쳐흐르는 바에서도 계산하는 곳에 달려가 "에스프레소 한 잔!"를 주문하고 애플페이(당연 다른 카드나 현금도 된다)로 결재하고 사람들 숲을 이리저리 뚫고 들어가 바테이블 빈 자리에 영수증을 놓고 엄청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방금 내린 걸쭉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나온다. 우선 한 모금으로 전체 쓴 맛을 감상하고 이후 설탕을 듬뿍 타서 달콤하게 먹는 나만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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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이탈리아를 오고 가면서 많은 커피를 마셔보고 한국하고도 비교해 보기도 했다. 나의 스타일은 커피 원액 추출이 매우 적어서 진득하고 걸쭉한 맛을 좋아하는데 그렇지 못 한 곳도 이탈리아에 훨씬 많았다. 어떤 곳은 오히려 한국의 에스프레소가 더 맛있기도 했는데 그나마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스프레소는 '르사르 에스프레소'. 암턴, 이제까지 내가 맛 본 최고의 에스프레소는 피렌체 이딸리 1층 에스프레소바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팔레르모 근교 '몬레알레' 대성당 근처에 있던 바였다. 디저트도 매우 포스있어 보였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하여 간단하게 에스프레소만 먹고 빠지기로 했는데. 그 정신없는 와중에 커피를 내려주던 20대초반으로 보이던 현지인 언니가 한마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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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가 잘못 들었나. 그녀는 수줍게 자신이 한국사람에게 한국말로 인사했다는 사실에 뿌듯해 한 것 같다. 우리가 한국말 할 줄 아느냐며 놀라고 있으니 "조금요"라고 말했다. 시칠리아의 시골에서도 한국말을 배우는 젊은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내려 준 커피맛이 날 놀라게 했다. 뭐지? 이 끈적함은. 고소하고 진득한 에스프레소의 달콤함에 이 시골 변두리의 바가 나의 전세계 1위 자리에 등극하게 되었다. 우연은 가끔은 인생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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