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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보현 Apr 22. 2022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가이드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지다면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하는 농촌체험'이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면 현재 농촌체험 마을이라 불리는 곳의 체험 프로그램은 스스로 개발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어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농촌체험을 진행하는 곳은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여 움직이는 형태였다고 볼 수 있다. 농촌체험 마을의 경우 그 역사가 1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내부 운영 방식을 보면 어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며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농촌체험 마을은 관광을 하나도 모르던 농업만 하던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모아 단기 교육을 통해 달콤한 말들로 농촌체험을 하면 마을이 부유해질 것처럼 현혹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지원금과 다양한 혜택은 쉽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정말 농촌체험을 통해 부유해진 마을이 몇 곳이나 될까? 주중 학생단체들로 가득 차고 주말 가족단위 손님으로 정신없이 바쁜 마을이 과연 몇 곳인지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너무나 유명했던 성공 사례라 홍보를 했었던 그 잘 나가던 체험마을들 중 현재까지 운영에 문제가 없이 잘 운영되는 곳이 정말 전국에 몇 곳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현상 유지도 힘든 곳이 수두룩하며 사업을 포기한 곳도 넘쳐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농촌체험은 더욱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농촌체험을 외면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농촌+관광이 여행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잘 안 되는 식당을 보면 그 원인이 분명히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장소가 외진 곳에 있거나 음식 맛이 형편없거나 음식을 팔 의지가 없거나 등등 망하고 있는 식당을 보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농촌체험마을도 외면을 받을 때는 그 이유가 있다. 당연히 접근성이 떨어지고 체험이 재미가 없고 시설이 불편하고 등등 농촌을 찾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흘러넘친다.


농촌을 관광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연구를 하고 고민을 했지만 여전히 힘든 것이 농촌관광이다. 농촌관광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농촌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캠핑을 가고 생태교육을 하고 수없이 많은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을 때에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10년이나 넘게 운영되었던 농촌체험의 관광 프로그램은 매년 똑같은 체험 비슷한 체험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의 A라는 농촌체험마을과 전라도의 B라는 농촌체험마을의 프로그램이 비슷하다. 전국 어디를 가도 농촌체험의 기본 틀은 똑같다. 수확하고 뭐 하나 만들고 트랙터 타고 여기서 끝이다. 한 번은 어쩌다 갈만하지만 자주 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렇게 농촌체험이 외면을 받게 된 원인은 외부에 의지하고 의존하던 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사람들은 절대 농촌 내부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 컨설팅을 진행할 때 농촌체험마을이 어떤 역사가 있고 어떤 구성원이 모였으며 각각 마을 주민의 성격도 성향도 모른다.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관광 자원이 충분히 있지만 외부의 시선으로는 결코 볼 수가 없어 지역성을 무시한 프로그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농촌체험은 이제 자립해야 한다. 기존의 컨설팅에 의존하던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자립하지 않으면 농촌관광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에버랜드를 찾듯 농촌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농촌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내 마을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찾고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다. 전국의 농촌체험 마을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면 각 마을의 성향과 성격에 의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이며 중복되는 체험 또한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프로그램은 테마가 되고 이 테마는 브랜드가 되며 기존 농촌체험마을이 아니라 농촌테마파크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보자.

쌀이 특산품인 농촌체험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보라. 이 마을의 가장 큰 테마는 바로 쌀이다. 기존의 컨설팅이라면 모심기, 벼 배기, 탈곡 체험 등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고구마 수확, 배 따기, 계란 꾸러미 만들기 등을 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쌀을 테마로 잡고 여기에 그 마을만의 특징을 접목하면 쌀 하나로 다양한 체험 개발이 가능하며 1회 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 회차, 진로체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에게 쌀이 테마인 마을의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마을의 명칭부터 바꿀 것 같다. '쌀 테마파크 00 마을' 왜 이 명칭으로 바꾸는가 하면 '오늘 00 농촌체험마을에 쌀 체험 가자!'와 '오늘 쌀 테마파크에 쌀 체험 가자!' 이 두 단어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농촌마을에 가는 것이 아닌 테마파크에 체험을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의식하는 체험의 기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쌀을 이용한 체험을 만들자면 쌀 놀이터가 있다. 다양한 쌀을 손으로 만져보고 놀 수 있는 오감 놀이터다. 모래 놀이를 하듯 아이들이 보리도 만져보고 쌀도 종류별로 만져보며 각 쌀의 촉감을 비교하고 모양을 관찰할 수 있는 놀이터다. 맨발로 쌀 위를 걸어보고 그 느낌도 말해보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쌀의 소리도 들어 볼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언제 맨발로 쌀을 밟고 걸어볼 수 있을까?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매우 특이한 체험이 될 거다.


먹거리 체험으로는 쌀가루를 이용한 돈가스 체험이 가능하며 하우스를 활용한 상시 모심기 체험장, 모판 만들기 체험, 화분에 벼를 심어 가는 체험 등 쌀만 가지고도 수없이 많은 체험이 가능하다. 직업체험으로 확장을 하면 직접 쌀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쌀의 포장 용기를 만드는 디자이너 체험, 쌀의 다양한 종자를 관찰하고 특성을 알아보는 종자 연구원 체험 등 직업 체험도 수없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도 쌀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안 했던 이유는 농촌체험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촌이라는 자원은 정말 많은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되었던 대부분의 것들이 풀렸다. 특히 초, 중, 고 청소년 단체의 외부활동이 가능해졌다. 이제 모든 소규모 체험시설은 똑같은 출발지에 서 있는 것이다. 누가 먼저 많은 선택을 받아 앞으로 달려갈 것인가는 어떤 상품을 개발하는가에 달려있다.


코로나19 이전 체험 프로그램으로 선택을 받고자 한다면 분명 실패할 것이고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관광의 트렌드는 바뀌었다. 현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하고 나만의 프로그램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농촌을 테마로 관광상품을 준비 중인 체험마을의 담당자들에게 고한다. 절대 외부 사람의 힘으로 프로그램을 100% 개발하지 마라! 당신의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바로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이제 조금씩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을 다시 정리하여 올려볼까 한다. 아마 누군가에게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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