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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욤뇸 Aug 09. 2021

막내 오리와 논두렁의 미꾸라지

- 찌릿한걸 알면 멋진어른이 될수있어!



#1

샛노란 벼가 그득히 익어가는 논 귀퉁이에서

엄마 오리가 알을 품고 있었어요.

비가 내리고, 눈이 와도

엄마 오리는 꼼짝 않고 알들을 지켜냈어요.

'엄마, 엄마!!'

첫 번째 오리가 태어나고,

두 번째 오리가 태어났어요.

세 번째, 네 번째 알들을 보며 엄마 오리가 말했어요.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 드디어 나와 주었구나!"

그런데 가장 작은 알 하나는 하루가 지나도

꿈틀 대기만 할 뿐 깨어나지 못했어요.

엄마 오리는 막내 오리가 나올 때까지

두 날개로 감싸 더 따뜻하게 품었답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막내 오리의 부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힘에 부쳐하는 아기오리를 위해 엄마오리가 나섰어요.

"콕콕콕 막내야 엄마가 도와줄 테니 어서 나오렴! 아가야! 힘을 내! 넌 할 수 있어!"

알 껍질을 깨고 나온 막내 오리는 힘이 빠져

엄마 오리 품에서 곤히 잠이 들었어요.

엄마는 걱정 어린 눈으로 막내 오리를 내려다보며 다짐했답니다.


'사랑하는 막내 오리야.괜찮아.

이 엄마가 너를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오리로 만들어줄게!'


며칠 뒤, 막내 오리는 형님들과 함께 어울려 지냈지만,

힘이 약해 밥 먹을 때도 형님들의

힘센 날개 짓에 밀려 주위에 떨어진 모이만 주워 먹었답니다.


그걸 본 엄마 오리는 막내 오리를 위해 매일 아침 운동을 시키고, 몸에 좋은 음식만 가져다주었어요.

 

“막내야, 오늘도 운동 가야지 그래야 힘이 센 어른 오리가 될 수 있단다! 자, 이것도 먹어 보렴!!”

막내 오리는 힘이 센 오리가 되기 위해 엄마의 말을 따라 매일 아침 열심히 논둑을 뛰었어요.

하지만 너무나 하기 싫은 나머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고개는 땅에 푹 숙인 채 터덜터덜 걸었답니다.


#2

어느 날 농부 아저씨가 모이를 주러 오다

막내 오리를 보며 말했어요.


"어휴, 야는 힘도 없고 비실한 게 올여름은 견뎌 불까 몰라 잉? 아따 조걸 어따쓴담.. 쯧쯧"


'왜 나는 다른 형들처럼 몸집도 크고 힘이 세지 못한 걸까 나는 정말 쓸모없는 오리인가 봐...'

풀이 죽은 막내 오리를 보며 엄마 오리가 말했어요.


"막내야, 이 길쭉한 물고기를 먹어보렴. 옆집 멋진 오리 형은 매일 이걸 먹는다더라!

이거 먹고 형처럼 튼튼하고 멋진 어른 오리가 될 수 있어! 엄마 옆집에 다녀올 동안 꼭 다 먹어야 한다~”


막내 오리는 엄마가 준

길쭉한 물고기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가져다준 물고기가

꿈틀! 꿈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놀란 막내 오리는

물속으로 얼굴을 살짝 넣고

기다란 물고기를 꿈뻑꿈뻑 쳐다보았어요.


길쭉한 물고기가 째려보며 말했어요.

”뭐, 날 먹기라도 하게! 쬐꼬만 게!!!

내 이 꼬리로 볼때기를 갈겨줄 테다! “


막내 오리는 깜짝놀라

물속에서 나와 뒷걸음질 하다 돌부리에 

걸려 자빠지고 말았어요.

안그래도 서러운 막내 오리는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어요


”뭐야 쬐꼬미 울어? 너처럼 잘 우는 오리는 처음 봤다 뚝! 해! “

흐앙.. 나는 쪼그맣고 약해..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난 살쾡이한테 금방 잡아먹히고 말 거야 흑흑 “


그 말을 들은 미꾸라지는

수염을 뱅글뱅글 꼬으며 말했어요.

“흐음? 꼭 힘이 세야 해?

힘이 세면 수염을 더 잘 꼬을 수 있나? 히히”

“힘이 세면... 음... 너도 나한테 쬐꼬맣다고 했잖아!”

“흠흠 그건... 네가 아주 아주 조금 무서워서 그런 거지! 흠흠 네가 날 잡아먹을지도 모르니까.."

미꾸라지는 모기소리만 하게 말끝을 흐렸어요


“엄마가 너를 먹어야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했어!”

”뭐어?어 므나 어머니가 단단히 잘못 알고 계시네~

얘 오리야 내가 힘이세진않아도 진짜진짜 멋진 어른들을 소개해줄테니까 나를 집어 큰 도랑으로 넣어 봐~“

막내 오리는 미꾸라지를 집어 들다 미끌! 하고는

 큰 도랑 속으로 퐁당 빠뜨렸어요.


#3

“아이고! 미끄러워라!”

“크하하!! 맞아 나는 미끌미끌 하지. 그래서 ‘미꾸라지’야 크크  자, 이제 나를 따라와”

미꾸라지를 따라 헤엄친 곳에서 만난 친구는 작은 초록개구리였어요.

두 볼을 빵빵 크게 부풀리며 소리를 내었지요.

”개에 굴-개에-굴 오 미끌이네 안뇨옹 개굴개굴“ 오리가 물었어요.


"개구리님도 가장 힘이 세지요? "

”힘이 세냐고? 엣 헴 혀는 주욱-잘 내밀 수 있지

 메에에에로오옹~ 찹찹 냠냠냠 “


개구리는 긴 혓바닥을 내밀어

풀 위에 앉아있던 파리를 잡아먹었어요.

"개구리는 혓바닥을 늘어뜨려 메롱을 하면서 식사를해

기분 나빠" 미꾸라지가 말했어요.


그때, 옆에서 우렁이가 나타나 말했어요.

"어이 미꾸리!! 나는 소개 안 할 거야?

나만큼 멋진 춤을 추는 어른은 없을 텐데"


대롱대롱 풀잎에 매달려 리듬을 타던 우렁이는

미꾸라지 옆으로 다가가

머리를 콩! 쥐어박으며 놀라게 했어요.

"아우 깜짝이야!! 우렁이 너어!!! 너!!!

 후우 내가 애 앞이니까 참는다."


"우렁이님 우렁이님도 힘이 가장 센가요?"

"힘이 세냐고? 오 이건 잘하는 것 같아 잘 들어봐 ~

요즘 풀피리 부는 연습을 하는 중이거든!후후 다음곡은 더 멋지니 그것도 들어봐~"


미꾸라지와 막내 오리는  

연주에 빠진 우렁이를 피해

살금살금

 더 깊고 깊은 도랑으로 넘어갔어요.


#4


세 번째로 만난 친구는 깊은 도랑에 사는

몸집이 아주 큰 붕어였어요.

“붕어는 말하는 게 조금 느려

미꾸라지가 오리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어요.

“뻐어 끔. 뻐어어어어끔 안녀-엉”


“붕어님! 붕어님은 엄청 크니까

 힘도 아주 세겠지요?”

“뻐어 끄음. 뻐어어어어어어끔 나아... 느으은”

그러자, 작은 공기방울들이

뽀글뽀글 올라가 큰 공기방울로 변했어요.


"우와! 정말 멋져요!"

뿌듯한 붕어는

흙바닥의 모래를 입에 가득 물고 있다가

더 크게 후우- 하고 불었어요.


그러자 큰 흙탕물과 함께

멋진 공기 방울들이 뽀글뽀글 올라갔어요.


"어어때에 멋지...컥..컥..컥"


한참을 뽐내던 붕어는

목에 흙 속에 있던 돌이 걸리고 말았어요.


"어??붕어 너 괜찮아? 돌이 또 걸렸구만!"

미꾸라지는 붕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기 시작했어요.


미끄덩 ~미끌~

그러나 미꾸라지의 미끌미끌한 몸 때문에

붕어를 도와줄 수 없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막내오리는

 용기를 내어

 머리를 힘껏 물속으로 집어넣었어요

그리고는 붕어의 배 쪽을 두드렸어요.


"콩! 콩! 읏차! 붕어님! 좀만 더 !!"

"컼...컼! 에취!"

붕어가 기침을 하자 여러개의 돌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어요.


"오리 만세!만세!! 오리가 붕어를 구했어!

멋진 구조대원 오리만세!"

미꾸라지가 기다란 수염을 나풀대며 말했어요.

"오오리이야 고오마아워어어"

붕어도 천천히 뻐끔하며 고마워했지요.


그러자 오리의 심장이 쿵쾅대며

꼬리가 찌릿찌릿 하기 시작했어요.

"구조대원 오리이?! 나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꼬리가 찌릿찌릿해"


"크크 내가 말했지! 그래!바로그거야

힘이 센것보다 중요한건 그 쿵쾅쿵쾅하고 찌릿찌릿한거야!"

미꾸라지의 이야기에 오리는 신이 났어요.


“정말?? 힘이 세지 않아도 돼?”


그럼! 누구든 찌릿-찌릿해지는 일을 찾으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어!”


“그럼 난 이제 어른이 된 거야?”


하하하 멋진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이지!


미꾸라지의 이야기를 들은 막내 오리는 꼬리를 하늘 끝까지 치켜세우고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어요.


#4


집으로 돌아온 막내 오리는 신이나서

엄마 오리를 불렀어요.

“엄마!! 엄마!!!!히히”


“막내 오리야!! 혼자 어디 갔었니!

살쾡이에게 잡히면 어쩌려고!"

엄마오리는 화가나서 소리쳤어요.


"엄마 미안해요...다시는 안그럴게요. 그런데요 엄마 오늘 미꾸라지랑.."


"아가 이제 얼른 저녁먹고 운동하러 가자

조금만 더 운동하면..옆집 형처럼..."

엄마오리는 막내오리의 말을 듣지 않고 말했어요.


그러자 막내오리가 참지못해 큰 소리로 외쳤어요.


 "엄마, 나는요!  잠수를 해서 물 속 친구들을 만날때

찌릿-찌릿한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행복해요!

미꾸라지가 그러는데 찌릿-한 게 뭔지 알면

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대요!

나는 힘이 세지 않아도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어요!

나는 멋진 구조대원이 될거에요!”

막내오리의 가슴이 쿵쾅거리는 소리는

밖에까지 들렸어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막내 오리는 더 이상 작고 약한 아기가 아니었어요.

 어깨를 쫙 펴니 당당하고 멋진 오리였답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오리는 입을 다물고

한참을 막내오리를 바라봤어요.


형 오리들이 말했어요.

“막내 오리가 반짝반짝하네!

원래부터 저렇게 어깨가 넓었나? 멋진걸 녀석!

구조대원이라니!!정말 대단해


밥을 주러 온 주인아저씨도 말했지요.

“허허 저 오리 녀석 눈이 아주 반짝반짝한 게 아주 빛이 나네! 약한 줄만 알았더니 기특한 녀석"


막내 오리는 엄마와 형들에게

미꾸라지와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오늘도 , 내일도

미꾸라지와 함께 잠수를 해

도움이 필요한 물 속 친구들을

도와주었어요.


그리고 언제나 꼬리가 찌릿찌릿-한 일을 하며

매일밤 작은 마을 논두렁의 멋진 구조대원이 되는 꿈을 꾸는

행복한 오리가 되었답니다.       

   

- 끝 -


*안데르센 동화 '미운 아기오리 새끼'를 모티브로 창작된 동화입니다.


[동화를 창작한 이유와 방향에 대한 설명]


막내 오리와 미꾸라지 이야기는 논두렁에서 뛰어노는 오리들과 어찌 보면 천적의 관계인 미꾸라지가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했다. 물론 엄마 오리가 아기오리에게 보양식으로 미꾸라지를 건네는 장면이 조금은 동심 파괴적 요소지만, 자연의 섭리니려니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는

태생적으로 오리가 아닌, '백조'였다는 사실로

미운 오리가 겪는 갈등과 한계를 풀어 가고 있다.

나는 오리는 그대로 오리인 상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다.

또한 최근 자주 보는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오은영 박사님과 '금쪽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 어린 시절과 그들의 어린 시절,

그리고 부모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창작했다.


내 아이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도했던 방법들이

내 아이의 행복을

망치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울먹이는 부모들과


그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위로를 얻는 20, 30대 청년들

즉, 성장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말이다.


흔히들 파이프라인을 찾으라 한다.

 인생에서 막내 오리처럼 '꼬리가 찌릿찌릿'

경험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회가 바라는대로

살아가는 속에서도

내가 찌릿한 무언가를 찾아서

노력하는

나와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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