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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의 낮은숲 May 24. 2019

먹고살게 해 줘야 국가다

[단편적 생각 - 1]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거 입는 거 이런 걱정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락서니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1988년 7월 8일, 노무현 국회의원 대정부질의 중에서




2019년 5월 23일.

'노통'이 떠난 지 10년이 됐다.

당시 순간순간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냈고 이를 악물었고 또 애써 침착한 척 마음을 꽉 잡았다.

그리고 서거 소식을 최대한 담담하게 취재했다.

피디들은 릴레이 하듯 봉하마을을 매일 오갔고

작가들은 매일 밤을 새워 원고를 썼다.


서기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어록을 살펴보다가

오래전 내가 쓴 글이 떠올라 다시 한번 꺼내본다.

2013년 6월, 한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먹고살게 해 줘야 국가다!>


국민들이 국가에 바라는 건 무엇일까.

쉽게 생각해보자. 별 거 아니다. 먹고살게 해주는 거다. 먹고살게 해주는 거.

매일 밥상에 밥, 국, 김치, 생선, 채소, 밑반찬이라도 제대로 올릴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삼겹살을 실컷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한 달에 한 번은 쇠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무농약 제철과일 한두 개쯤은 냉장고에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는 거다.

오페라나 뮤지컬은 꿈도 안 꾼다.

한 달에 영화 한 편이라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국내 여행이라도 맘 편히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자식들을 해외 유학 보낸다고? 영어 유치원 보낸다고?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나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몸이 아프면 병실에 누워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매달 30만 원이라도 따박따박 정기적금 넣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달라는 거다.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이 다 욕심인가?

대한민국에 바라는 정말 큰 욕심인가?


2012년 말, 우리나라 인구 6명 중에 1명은 빈곤층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연간 1,000만 원도 못 번다는 거다.

한 달에 80만 원 정도 번다는 얘기다.

이런 삶에는 미래가 없다.

그냥 연명(延命) 하는 거다.

질긴 목숨이 붙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며 살고 있는 거다.


큰 꿈을 꿔라?

희망을 잃지 말라?

이런 어쭙잖은 충고를 했다간 따귀 맞을지도 모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후진국 수준인 '삶의 질'이 해결되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은 12억 중국인들을 먹여 살린 '위대한 어버이'로 존경받는다.

그는 자신의 사후 100년을 내다보고 경제 정책을 세웠다.

이른바 삼보주(三步走) 목표!

경제 강국으로 가는 세 가지 걸음이다.

제1보, 국민이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는 초보적 단계

제2보, 생활수준을 중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제3보, 중국의 현대화 실현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과연 제대로 걷고 있기나 한 걸까.

인생 바닥까지 추락해보면 안다.

빈곤선 바로 위에서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버텨보면 안다.

대한민국은 아직 '위대한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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