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달력 나온 것 있으면 김장하는 날에 좀 가져와.”
매년마다 달력을 가져다 드리지만
직접 가져오라 하신 것은 처음이었다.
사내에 배포된 캘린더는 작년보다 나눠주는 양이 적어졌다.
대개 은행이나 기업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달력은
탁상용, 벽걸이용, 고급진 벽걸이용 등인데
최근 2~3년과 달리 서고에 남아도는 수량이 거의 없었다.
개인별 할당은 벽걸이용 2개, 탁상용 3개다.
고급형 달력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불경기와 달력에 대한 수요 감소 때문이리라.
달력이 부족하다라...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언젠가 내가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보겠다는 막연한
다짐을 이번에 실천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마침 좋은 퀄리티로 사진을 인화하는 업체에서
한시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달력을 주문받는다니 타이밍도 적절했다.
관건은 표지를 포함한 13개의 양질의 이미지를
내 사진들 중에서 뽑아낼 수 있느냐다.
아카이브를 뒤적거리며 고심 끝에 북유럽 풍경사진과
서울에서 담았던 결과물 몇 장을 추려냈다.
당연히 절기에 맞는 풍경사진은 선택 불가다.
뭐 어떠랴? 나만 보기 좋으면 됐지.
15장을 추려내어 수 없이 배치를 바꾸고 나서야
최종 사진들을 선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불안했다.
모니터로 보는 사진과 실제 인쇄된 사진은
그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할인된 가격 덕에 보다 좋은 용지로 작업을 의뢰했다.
일주일의 기다림 끝에 받아든 달력은 80% 정도 만족스러웠다.
부족한 20%는 인쇄 품질 때문이 아닌 내 부족함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가족들이 반겨주니 그만하면 됐다.
주변 지인에게 몇 부 더 제작해서 선물하라는 아내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달력은 우리 집 벽 한편을 차지했다.
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2025년은 절기에 맞는 새로운 사진들로 달력을 채워 봄이 어떨까 싶다.
표지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