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당근거래 기록

by 삼남매아빠

맥북프로m1을 사용한 지 어언 4년이다.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 친구가 하나 늘었다.


바로 맥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썬더볼트 케이블 하나로 어느덧 찾아온 노안에

광명을 주시니...


이에 걸맞은 키보드가 필요하다.

그래 기왕에 앱등이인거

매직키보드를 들이기로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싼지

더 비싼 모니터는 생 돈 주고 샀으면서

키보드에는 좀처럼 너그럽지 못하다.


결국 대안은 당근!

동네 주변에서

숫자 키가 있는 키보드를

5만 원에 내놓으셨네.

상태가 좋아 보여서

당장 구매 채팅을 시작한다.


8시에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5분 정도 빨리 도착해서 톡을 남긴다.

잠시 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던 차에

골목 안에서 나오는 인상 푸근한 아저씨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바라보던 그분이 당근이냐고 묻는다.

마침 시간도 정각 8시.

"네, 당근입니다."

"하하하, 물건 여기 있습니다."

하고 건네는 커다란 캠핑의자?

???

"이게 뭔가요?"

"뭐긴요 캠핑의자죠."

"네? 매직키보드가 아니구요?"

"그게 뭔가요? 캠핑의자 거래하러 오신 분 아니세요?"

이에 폰을 꺼내 채팅 내역과 물품 이미지를 보여주니

이 아저씨 아연실색이다.

혼란스러운 상황도 잠시.

천천히 다가오던 suv 한 대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저예요! 캠핑의자." 한다.


알고 보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두 개의 당근 약속이 잡힌 거다.

캠핑의자 거래를 마친 아저씨와 나는

서로 한참을 바라보며 웃다가,

골목에서 나오는 진짜 내 당근 거래자와 만나며

초면임에도 잘 들어가시란 말과 함께 웃는 낯으로 헤어졌다.


매직키보드는

매물로 올라온 사진보다 훨씬 깨끗했고,

예상치 못한 해프닝에 돌아오는 발걸음도 흥겨웠다.


이 기록을 당근으로 구입한 키보드로 남기니

이 또한 의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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