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여름 감기인 줄 알았더니
다시 걸려버린 코로나다.
출근하며 사무실 대신 이비인후과를 먼저 간 게 다행이다.
의사는 익숙하게 회사 제출용 양성 확인서와 처방전을 발급해 줬다.
급하게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집에 와서는 안방에서 자가 격리했다.
하루 저녁은 몸살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이튿날부터 기침, 콧물, 목구멍 통증이 동반됐다.
사흘이 지나고 나서야 증상이 나아졌지만
이후 며칠 동안 처음 걸렸을 때처럼 무기력해졌다.
집 이사에 인테리어, 큰아이 입시 준비, 게을러진 체력 관리의 완전체가
면역력을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싶다.
잠시 올해가 저물 때까지 이 무력감이 계속되면 어쩌나 하는 불길함이 일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주말에서야 어느 정도 회복했다.
일요일이 되어 둘째의 새로 산 자전거 테스트 겸 강변 라이딩을 나섰다.
입추가 지나 조금 시원해졌지만 여전히 더위는 남아있었다.
신형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잘나가는 건지, 둘째의 스프린트가 늘어서 그런 건지
제법 먼 거리까지 라이딩을 이어갔다. 지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따라붙는 걸 보니
아이가 좀 더 커진 느낌도 든다.
자전거를 타며 들러붙은 날벌레들을 씻어낼 겸
한강 공원 편의점에서 물을 하나 사서 나눠 마시고는
광진대교를 반환점 삼아 돌아섰다.
오랜만에 어둠이 내리는 강변 풍경이 낯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달려서 오던 곳이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와보니 새삼 꽤나 긴 거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달릴 생각이다.
남들처럼 대회에 출전하고 호기롭게 풀 마라톤을 달리지는 않겠지만.
내 속도와 거리의 한계는 내가 잘 아니까 그저 꾸준하기만 하면 된다.
쾌청한 하늘과 강 위로 달이 떴다.
좋아하는 손톱달은 아니지만 블루아워가 가까워지며 시원해지는 바람 속에서 운치를 더했다.
잠시 강바람을 맞으면서도 나도 우리 가족들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기를 바라본다.
올해 내가 받을 행운이 있다면 다 가족들에게 돌아가길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한다.
코로나도 나만 걸리고 가족들은 괜찮은 걸 보며 액운은 내게 보내도 된다고 조용히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