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와 서울역

by 삼남매아빠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하루

약간의 꽃샘추위로 날은 쌀쌀했지만

북풍이 미세먼지를 밀어낸 덕분에 맑고 쾌청했다.

퇴근길,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처음 오르는 고가 산책로가 인상적이었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주변 도심을 조망할 수 있으니

사진가에게는 좋은 영감을 주는 장소라 할만했다.

해가 길어져서 역사 안 식당가에 끼니를 때우러 갔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붐비지 않았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곰탕집에 들어가니 그렇게나 많은 자리 중에서 원통형 기둥에 붙은 1인 테이블로 안내했다. 갑자기 쇼츠 영상에서 본 동물 사육장의 먹이통이 생각나버렸다. 돈을 내고 구걸하러 온 게 아닌데…손사레를 치고 바로 식당을 나왔다.

떨어진 입맛으로 식당가를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난 따뜻함이 필요했다.

문득 어릴 적 즐겨 먹던 호두과자가 생각났다.

역사를 둘러보니 1층 입구 한편에 옛날 방식의 호두과자 가게가 있다. 이런 한 봉다리 11개 5천 원... 물가가 많이 올랐다.

호두과자의 고급화로 이런저런 재료를 추가한 것들이 많았지만, 내게는 컨베이어 기계로 돌아가며 굽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것이 가장 맛있다.

갓 나온 호두과자 한 봉지를 받아드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지금 먹으면 혓바닥을 데일 게 뻔해 가방 속 카메라를 꺼낸 자리를 호두과자 봉지로 메웠다.

해 질 녘, 서울역 고가 산책로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가방을 지키는 호두과자의 온기 덕분에 좋은 사진을 얻었다.

행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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