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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꽁생 Aug 12. 2016

감사일기

160812) 선인장

오늘은 왠지모르게 삐죽삐죽했다. 노트필기 글자들도 삐죽삐죽. 길거리를 걷는 내 발걸음도 삐쭉삐죽.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칼도 삐죽삐죽했다.


나는 왜! 이럴까 하다가 아! 하고선 날씨가 더워 이렇게 내 마음에 가시가 생겼나버렸나 싶었다. 실제로 더운 사막에 사는 선인장들은 가시가 삐죽삐죽하니깐.


오늘 하루쯤은 내 가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끔은 이렇게 날씨탓을 해도 좋다. 그래도 선인장꼴을 하고선 도서관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보고싶었던 책을 용케 만났다. 오늘은 수박이나 실컷 퍼먹고 빌린 책이나 슥슥넘기다가 자야지. 자고일어나면 나의 가시들은 저 멀리 사막으로 선인장을 찾아서 갔으면. 나의 자리. 나의 위치.


아무렴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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