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zzy Lee 리지 리 Oct 14. 2023

카타르 항공에서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이직하지 않는 이유

What if this is paradise?




First love, Qatar Airways



항공사 승무원은 한 항공사에서 오래 있기도 다른 항공사로 옮기기도 한다. 카타르 항공에는 다른 항공사에서 온 경력직 크루들이 많다. 친한 인도인 친구도 인도의 항공사에서 일했었고 싱가포르 항공, 에어아시아, 필리핀항공, KLM, 에미레이트, 에티하드 등 전 세계의 다양한 항공사로부터 이직해 왔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받는 질문은 한국 항공사에서 일했었어?이다. 같이 비즈니스 프로모션 트레이닝을 받은 한국인 언니는 한국에서 사무장까지 하고 왔다고 한다. 다른 항공사에서 오랜 경력과 직급이 있었다가 카타르항공을 온 경우가 많다. 첫 항공사인 크루들도 나를 포함해 대다수이다. 다른 분야에서 일을 했거나 서비스직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첫 항공사로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


 

나에게는 첫사랑 카타르항공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통금시간과 최소 휴식시간이라는 규정에다 숙소에는 술과 돼지고기를 먹거나 소지하는 것도 금지이다. 이 외에도 유니폼 사진을 자유롭게 올려서는 안 되고(회사가 허락하는 날이 있긴 있다) 대체로 엄격한 문화이다. 사는 곳 도하도 이슬라믹 문화가 많이 보존되어 있다. 이런 건 괜찮지만 과도한 비행시간과 무리한 스케줄에 지쳐 건강까지 악화되어 결별을 고민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두바이로 옮겨가야 할까?








Emirates



8년 전 호주에서 에미레이트 항공 면접을 봤을 때 파이널 탈을 했다. 두바이로 가서 살 줄 알았는데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떨어졌지만 그 덕분에 면접 경험과 소중한 친구를 얻게 되었다. 이미 엄격하다고 알고 있어 맞지 않을 것 같은 카타르에는 큰 관심도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카타르에서 일하고 있을 줄이야.



에미레이트 채용 떴다며? 이직한 크루들 꽤 되더라. 전 세계 곳곳에서 오픈데이가 뜨고 몇몇의 이코노미 크루는 에미레이트로 이직한 소식이 들린다. 사실 최근뿐이 아니라 초기 입사했을 때부터 들었던 얘기이다. 어떤 크루는 자기 친구가 에미레이트로 갔는데 이직한 것을 후회하고 카타르가 더 좋았다고도 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오늘도 다른 크루는 비즈니스 크루인데도 불구하고 에미레이트와 두바이를 동경하다 결국 이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옮긴 후 자신이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고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QR vs EK


What is your life value and pursuit?


물론 개개인의 가치와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만 카타르 항공과 에미레이트 항공의 디테일한 복지, 규율, 환경을 전격 비교해 보자. 그리고 내가 추구하고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심해 봤다.   



Uniform


에미레이트 크루 친구들은 비행 전후로 인스타 스토리에 유니폼 사진을 올린다. 유니폼을 입은 채로 사진도 많이 찍고 영상으로 유튜버도 많이 한다. 그에 반해 카타르 항공은 유니폼 사진을 올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국제 승무원의 날과 스카이 트랙스(Skytrax)에서 카타르 항공이 최고의 항공사로 뽑혔을 때는 아예 사진 찍을 수 있는 특별 부스까지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다고 이메일로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 주에는 비행을 오가는 크루들에게 장미꽃과 컵케이크도 나누어 주었다.


매 비행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유니폼을 입는데 사진도 영상도 올리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나의 카타르 삶과 비행하는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굳이 유니폼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기록과 표현은 다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이렇게 글로도 말이다. 어쩌면 그 화려한 유니폼에 가려질 수 있는 나의 자연스러움과 진심을 카타르에서는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굳이 유니폼 셀피와 영상을 올리지 않아도 비행을 오가며 느낀 순간들을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일출 일몰들과 레이오버에서 본 새로운 도시의 풍경에 소소히 담거나 글로 표현할 수도 있다.



Rules and Restrictions


카타르 항공은 처음 입사해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은 밤 11시의 통금이 있고 그 후 비행을 할 때는 새벽 4시 통금이 있다. 그리고 아침 7시에 다시 나갈 수 있다.  또한 12시간이라는 미니멈 레스트(Minimum Rest) 규정이 있다. 미니멈 레스트란 최소 휴식 시간을 말한다. 비행 또는 어떤 듀티 전 픽업 시간으로부터 12시간 전에는 무조건 숙소 안에 있어야 하고 금주해야 한다. 비행 전 랜덤으로 알코올 또는 드러그 테스트를 한다. 숙소 안에서는 술과 돼지고기는 금지이다. 그 12시간 동안 완전히 못 나가는 것은 아니고 총 2번 합쳐서 90분은 나갈 수 있다. 오히려 이런 미니멈 레스트가 있기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최소로 휴식을 취한 것이 보장되어 있어 비행하는데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떠한 규율과도 상관없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런 규율이 없었다면 비행 직전까지 어디 밖에서 놀다 비행을 왔을 때 집중을 못 해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하에서는 어차피 바나 클럽을 가도 새벽 2시에는 문을 닫는다. 만약 하우스파티를 간다면 새벽 3시 반에 우버를 잡고 4시 전에 카드를 찍는 미션 임파서블 영화를 찍어야 한다. 미니멈 레스트 동안에 주어진 90분이라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내가 무엇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니폼 드라이클리닝을 다녀오던가 장을 보던가 친구와 밥을 먹고 오던가 가끔은 요가 수업을 듣거나 헬스, 수영을 하기도 한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와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도 소중해진다.  



이에 반해 에미레이트 항공은 통금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회사 숙소에 산다면 논 크루(Non crew)라는 규정만이 있다. 크루가 아닌 친구만 새벽 1시에 나가야 하고 크루인 자신은 어디서나 밤을 새워도 무관하다. 크루끼리는 밤을 새워서 같이 있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이에 반해 카타르 항공은 남자 크루 친구는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만 비지터로 초대할 수 있고 현지 거주증이 없는 사람은 여자 가족 외에 숙소에 초대할 수 없다. 그리고 에미레이트 항공은 다음 듀티 11시간 전에만 두바이 안에만 있으면 된다. 그동안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숙소 안에서 술과 돼지고기도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다. 예전에 두바이에서 친구 숙소를 방문했었는데 거주자가 아님에도 여권만 보여주고 들어갈 수 있었다.


 

Flight Hours and Promotion


카타르 항공은 승진이 빠르다. 난 현재 이코노미에서 일 년 비행을 하고 승진해 비즈니스 크루로 일하는 중이다. 그에 반해 에미레이트에 다니는 친구는 6년 동안 이코노미 크루로 일을 하고 승진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2년 정도 일을 하고도 승진한다고 한다.


비행시간은 에미레이트 항공은 매달 120시간이 최대 리밋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받은 적은 없고 평균 80-100시간을 받는다고 한다. 카타르 항공에서 이코노미 크루일 때는 40-90 시간 정도를 받았고 비즈니스 크루가 되고 120-135시간의 말도 안 되는 많은 비행시간을 받고 있다. 바라건대 더 많은 비즈니스 크루가 생겨 적당한 비행시간을 받았으면 한다. 순전히 비행기가 움직이는 비행시간일 뿐이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훨씬 많다. 비행시간이 많으면 월급도 올라가지만 난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비행시간을 적게 받고 싶다. 피로에 허덕이며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중간중간에 회복을 하고 내 시간도 가지며 좋은 컨디션으로 비행하고 싶다. 


에미레이트로 간다면 비행시간은 조금 적거나 비슷한데 병가를 많이 내지 못한다. 게다가 난 이코노미에서 다시 몇 년을 시작해야 하지만 그렇게 오래 비행을 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에미레이트는 병가에 엄격하다고 하다. 일 년에 두세 번 그 이상으로 내는 크루는 드물다고 하지만 카타르 항공에서는 회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언제든지 내 상태가 좋지 않다면 병가를 낼 수가 있고 나중에 메디컬 증명서만 제출하면 된다. 페티그 리포트라는 것도 있어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면 보고해 비행을 가지 않을 수도 있다.



Layover


레이오버 데스티네이션은 두 항공사 다 다양하게 다닌다. 카타르 항공은 전 세계 160개 이상의 목적지가 있어 정말 전 세계 곳곳으로 비행을 다닌다. 두 항공사의 데스티네이션 중 어떤 호텔들은 같기도 하다. 인천, 세이셸은 호텔이 같아서 항상 에미레이트 크루들을 본다. 카타르 항공은 몰디브가 레이오버이다. 몰디브 내에서도 머무는 세 개의 다른 호텔들이 있다. 그에 반해 에미레이트 크루들에게는 머물 수 없는 턴어라운드 비행이다. 이 외에도 턴 비행이 많다고 한다. 카타르 항공도 마찬가지이고 승객 프로필도 비슷하다.



Welfare


카타르 항공에는 승무원들만을 위한 복지(웰페어) 부서가 있고 승무원들만을 위한 요가 선생님들이 매일 요가 수업을 진행한다. 매번 캠페인이나 건강 관련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지난 국제 요가의 날에는 크루시티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요가 수업들과 영양학 강의를 열었고 며칠 전에는 웨스트 베이 호텔에서 띵크 핑크(Think pink)라는 요가 행사를 열었다. 요가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복지이다. 또한 도하 곳곳 거의 모든 곳에서는 카타르 항공 승무원이라면 할인과 스페셜 딜이 있다. 운동 수업, 네일, 음식점, 호텔 거의 모든 곳에서 아이디만 보여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보험 또한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는 전신 보험을 받는다. 도하 내 모든 병원에서 자동으로 보험이 처리된 금액만(병원에 따라 아예 면제 거나 10% 혹은 20%) 내고 해외 어디에서 병원을 가도 나중에 청구할 수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에는 클럽 카드가 있어 돈을 내고 수업들을 제공하는 짐을 갈 수가 있지만 항상 제한적인 스페이스라고 한다. 회사 클리닉에 닥터가 있지만 거의 치료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Salary & Culture


월급은 에미레이트 항공이 더 많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30-40만 원으로 큰 차이가 아니고 카타르 리얄은 달러와 고정환율이기에 달러로 받는 거나 다름없어서 환율이 오르면 월급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월급은 항공사 내에서도 비행시간이나 레이오버나 직급에 따라 다르기에 어떻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매달 나의 월급도 오르락 내리락이다. 


대체적으로 물가는 두바이가 더 비싸다. 도하에서는 우버를 거의 기본요금을 내고 타고 다니고 도시가 작아 멀리 가도 만 원이 채 안 나온다. 그에 비해 훨씬 넓은 두바이는 이동 시간과 비용도 배가 된다. 두바이에 사는 친구들은 전부 자차가 있다. 두바이는 더 국제적이고 부르즈 칼리파나 어디를 가던 자유롭게 복장을 하고 나간다. 도하는 이슬람 문화가 어느 정도는 보존되어 있고 현지인들도 꽤 많아 전통 지역을 갈 때는 어깨와 무릎은 예의상 가리는 복장을 입고 나간다. 카타르에는 가족들도 많이 살아 패밀리 프랜들리(Family friendly)이고 국가 자체에서 일 년에 한 번 국립 운동의 날(National sport day)로 지정해 무료 운동 행사들을 주최한다. 내 몸이 부족해 다 참여를 못 하지 카타르에 살며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도하, 두바이 각각의 매력과 장단점을 얘기하려면 끝이 없다.



두바이는 파티를 좋아한다면 나가서 놀 곳도 정말 많다. 사실 작은 도시인 도하에서도 놀 곳은 꽤 많아 마음만 먹으면 매일 밤 파티를 할 수 있다. 나에겐 이제 한 달에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카타르 월드컵이 지나며 새로 생긴 안 가본 호텔과 음식점들도 아직 많다. 지금 도하는 꽤나 살기가 좋아졌다. 그리고 중동에서는 카타르에만 있는 씨라인(Sealine)이라는 곳이 있다. 도하에서 삼사십 분만 차로 내려가면 사막이 나온다. 조금 더 가면 바다와 사막이 만나는 씨라인이라는 중동에서 유일무이한 곳이 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겨울에 선선할 때 가면 좋다.



Colleague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든 점들은 있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누구와 일을 하느냐는 참 중요하다. 카타르 항공에는 아시아인 크루들이 대부분이다. 크루들이 대부분 착하고 도와주는 문화이다. 그에 반해 에미레이트는 유러피안이나 웨스턴 크루들이 많고 개인주의인 크루들이 많다고 한다. 카타르 항공에는 인도, 태국, 필리핀 크루들이 많은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굉장한 관심과 친절을 받기도 하고 나도 그런 크루들에게 감사하고 거리낌이 없다.








What if here is paradise?



내가 지금 어디에 있던 완벽한 곳은 없다. 어디에 있던 안 좋은 점과 불평은 난무할 수 있다. 지금 여기서 불평을 한다면 새로운 곳에 가서도 불평할 것은 똑같다. 지금 여기 여러 제한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나는 자유롭고 평화롭다. 처음에 왔을 때보다 좋은 숙소로 옮기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주변에 함께하며 삶의 질이 올라갔다. 카타르 항공이, 카타르가 좋다.



카타르 내에서도 사는 숙소에 따라 어울리는 친구들에 따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며칠 전에 친한 인도인 친구를 만나 도하의 바다와 도시 야경을 볼 수 있는 코니시에서 러닝을 하며 대화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긍정적인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우리가 이 세상에 주는 것은 다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말이다. 긍정은 긍정을 끌어들인다고 우리가 수많은 크루들 사이에서 만난 것처럼 말이야,라고 쁘리띠가 말했다.








Here and now



우리는 그 어디 좋아 보이는 곳으로 가지 않아도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더 화려하고 큰 도시 두바이로 규율이 없는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이직하지 않아도 지금, 여기 카타르가 나에게는 파라다이스이다.



두바이를 오프 때 놀러 갔을 때 큰 도시에 분명 좋기는 했지만 도하에서의 숙소와 삶을 애정하고 소소한 도하의 풍경이 집 같아 그리웠다. 나의 기준에서 만족하고 행복한다면 나의 진심을 나누며 살아가는 지금 여기서 벗어나 화려함만을 쫓아 옮길 이유가 없다. 언제든 도하의 맑은 바다에서 숙소의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요가를 수련할 수 있는 지금, 여기 도하가 충분히 좋다.  



건강한 정신과 즐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건 당신은 충분히 잘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삶의 질을 높여가고 조금씩 발전해 가는 것만큼 소중한 과정과 그 과정을 나누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



모두의 경험은 다르기에 진심으로 이직을 원하고 그게 자신에게 맞는 선택이라면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네이도 같은 주변의 여러 의견들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가치와 상황에 따라 결정 한 에미레이트로 이직하지 않을 지금 내가 여기에서 행복할 이유이다.





I love you Doha







You have the power to create yourself here and now as a paradise.




Surround yourself with the people who helps you to see the positives and love you. There are always ups and downs no matter where you a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