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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Jul 30. 2024

외항사 승무원을 하면 좋은 점 다섯 가지

비행하는 삶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 경험이다.




우리가 승무원이 아니라면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일 


AI가 주목되는 현시대에서 로봇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한다. 그것도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언어와 종교와 문화의 백그라운드의 승객들과 동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눈빛은 다채롭고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다.








사실은 비행하는 삶 자체가 나의 삶


"바쁜 비행 스케줄 때문에 내 삶이 없다."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스스로가 마음가짐을 바꾼다면 충분히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공간이 없는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영감 없는 일상을 산다. 생각의 흐름 중간에 공간을 만들어 내부의 공간을 발견해야 한다.


바로 이 전 비행이었던 튀니지(Tunisia) 비행에서였다. 사무장이 브리핑에서 자신의 좋은 점 한 가지씩을 말해 보라고 했다. 힘들기로 유명한 튀니지 비행 시작의 분위기를 밝고 긍정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풀로드이고 바빴지만 신기하게도 즐겁게 해낼 수 있었다. 삶도 이렇지 않을까.


지금 삶의 대부분은 비행 그리고 또 비행이다. 그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의식적인 생각은 온전히 나 스스로에 달렸다. 그 마음가짐과 에너지에서 행동이 나오고 태도가 된다. 외항사 승무원으로 비행하며 좋은 점들은 무수히 많다. 그중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다섯 가지 장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1. 단순히 여행으로 가 볼 수 없을 것 같은 곳들을 비행한다.


카타르 항공의 목적지는 175개국 이상이다. 가족들도 함께 와 보면 좋을 텐데 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신혼여행으로 가는 몰디브, 세이셸, 잔지바르 그리고 휴가로 가는 유럽, 동남아 곳곳들을 비행으로 가 레이오버로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반면에 비행 전 여기는 어디에 있지? 하고 구글에 검색해 보면 여행 비추천 지역으로 뜨기도 한다. 주로 아프리카인데 어떤 나라는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 앞뒤로 총을 든 사람들로 무장된 상태로 이동을 한다.




Negombo(Colombo, Sri Lanka), Èze(Nice-Monte carlo, France & Monaco)




최근에 비행 한 우간다의 엔테베 비행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빅토리아 호수 앞 리조트에서 머문다. 정글 속에 있는 느낌이고 코모도 왕도마뱀과 원숭이가 주변에 돌아다니고 승마도 할 수 있다. 미국, 호주에 거주했었지만 살았던 캘리포니아, 시드니 외에 가보지 못했던 다른 도시들도 비행하며 갈 수 있었다. 내가 그냥 한국에 있었더라면, 승무원이 아니었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는 중이다.




Zanzibar(Tanzania), Entebbe(Uganda)




2. 젊고 밝고 긍정적인 다국적 동료들과 일을 하는 것.


나도 절로 젊어지고 마음만은 young forever 영원히 어린 느낌이다. 카타르 항공에는 15,000명 이상의 크루들이 함께 일을 한다. 대부분이 이삼십 대이다. 드물게 40대도 있고 신입 크루는 2000년대 생들도 있다. 다양한 국가와 분야에서 온 크루들은 정말로 영감적이고 아름답다. 그들과 재밌게 웃으며 일하는 시너지는 일을 일 같지 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 함께 즐기면서 비행을 하고 아무리 힘든 비행도 으쌰 으쌰 하는 동료들은 참 소중하다. 재밌는 일들이 많아 자주 웃게 된다. 지금 자주 짓는 표정이 늙었을 때 인상을 결정한다.


sunset landing




3. 인생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 캘리포니아, 시드니, 더블린에서 산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전 세계의 친구들, 한국에서 봤던 외국인 친구들을 비행하며 재회할 수 있었다. 수년이 지나도 신기하게도 그때의 몇몇 추억들은 선명하다. 각자의 새로운 삶에서 나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승무원이 늦게 돼서 오히려 더 잘 됐다. 더블린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같이 일했던 브라질 친구는 상파울루 비행에서 재회했는데 남편과 함께 온 상파울루를 보여줬다. 캘리포니아에서 함께 공부했던 스웨덴 친구는 코펜하겐(덴마크)에서 다시 봤는데 히피하고 웃는 게 여전했다.




São Paulo(Brazil), Barcelona(Spain)




도하의 요가원에서 친해졌던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일본인 친구는 도쿄 비행을 가서 만났다. 한국으로 교환학생 왔던 친구들을 밀란(이탈리), 비엔나(오스트리아)에서 보고 한국에서 만났던 베트남 친구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승객으로 그리고 하노이, 호찌민(베트남)에서 만났다. 비행 덕분에 인생의 특별한 과거의 추억에 추가로 재회하는 추억까지 쌓을 수 있다. 지금은 다른 곳에 다른 일을 하지만 추억을 회상하니 그때의 어렸던 우리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단단할 수 있다.




4. 직원 할인 티켓


일 년에 한 번 주어진 애뉴얼 티켓으로 왕복 노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이 되고는 업그레이드도 가능해서 큐스위트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 연도에는 뉴욕(JFK)을 다녀오는데 이미 사용했다. 한 비행에 몇백만 원에서 천만 원도 넘는 비행을 직원이기에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서비스를 받으며 승객의 입장에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애뉴얼 외에도 평소에는 아이디 90, 50과 원월드의 모든 항공사를 할인된 가격에 여행할 수 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다. 애비니쇼 리브 때는 부모님과 유럽 항공사들을 이용하며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한국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이 가능하다. 할인 티켓은 좋지만 성수기에 오프로드 될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Q-suite (DOH-JFK-DOH)





5. 전 세계 4,5성급 호텔의 시설, 음식


둘이서 써도 큰 호텔 방에 혼자 머문다는 것에 감사하다. 각 나라에서 머무는 다양한 호텔들의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주로 헬스장, 수영장을 필수로 즐기는데 어떤 호텔들은 그 자체로도 너무 좋아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깊고 깨끗한 풀이 있는 호텔들은 나에게 천국이라 랜딩하고 바로 비키니로 갈아입고 풍덩 손가락이 쭈굴쭈굴 해질 때까지 수영을 한다.




Malaga, Seychelles




피로한 하루 끝 푹신한 호텔 침대에 녹아내리고 일어나서 운동하고 먹는 호텔 조식은 꿀맛이다. 주로 좋아하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나 현지 음식을 즐긴다. 브라질과 콜롬보의 파파야와 투니스의 수박이 제일 맛있다. 홍콩과 중국 비행에는 딤섬과 누들도 있다. 인도 첸나이 조식에서의 필터 커피와 마살라 도사는 최고였다. 각 호텔마다 현지 특성에 따른 조식이나 레스토랑이 있다. 주로 나가서 먹기도 호텔에서 먹기도 한다.




Hangzhou(China), Chennai(India)








Present


이외에도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비행 중 보이는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하늘은 숨 막히게 아름답다. 마치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굴곡들과 작게 내려다보이는 도시와 섬들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비행함으로써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우리는 우주 속 지구 위 작은 먼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짧은 일생에서 존재의 타고난 빛을 누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결국 비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승객들에게 친절한 것만큼 나 스스로에게도 친절해야 한다. 바로 나를 더 케어하고 아끼며 가꾸는 일이다. 피로한 몸은 푹 쉬고 푹 자게 하고 목마르고 배고픈 몸에는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여준다. 그럼 내가 하는 일과 환경 안에서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현재 이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둘러보고 피로하고 지쳤다면 회복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다 보면 여유라는 선물이 찾아오고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 여기 주어진 이 비행이라는 선물에 감사한다. 세상에 태어나 정말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 운명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천 집으로 오는 길 DOH-I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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